미디어오늘 기사전송 2008-04-18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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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오늘] 4·9총선에서 통합민주당을 비롯한 개혁진보세력은 왜 패배했을까? 일견, 그것은 4·9총선이 한나라당의 이명박 후보가 압승한 지난 17대 대통령선거의 연장선 상에서 치러졌기 때문일 것이다. 4·9총선의 투표율이 낮았던 것도 개혁진보세력 패배의 또 다른 이유일 것이다. 투표율이 낮을 경우 한나라당 지지의 노장년층이 과다 대표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4·9총선에서, 특히 서울지역에서 개혁진보세력이 패배한 중요한 이유 중의 하나는 한나라당 후보들이 집중적으로 약속한 뉴타운 개발 공약 때문이 아닌가 한다. 한나라당 후보가 당선될 때 그 공약의 실현은 지역의 발전뿐만 아니라 그 지역의 집값까지 올려줄 것이기 때문이다.
대통령도 거든 뉴타운 개발 공약
서민 거주지역으로 통합민주당이 전통적으로 강했던 서울의 북부벨트나 서남부벨트가 4·9총선에서 무너진 것은 뉴타운 개발 공약의 영향이 컸을 것으로 판단된다. 강북지역의 아파트 값이 들썩거리는 상황에서 뉴타운 개발 공약은 그 기대 심리를 한껏 자극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투표일 직전 이명박 대통령조차 은평지역의 뉴타운 개발 현장을 방문한―역설적이게도 이 지역의 이재오 한나라당 후보는 낙선했다―터였으니, 뉴타운 개발에 대한 기대는 매우 크지 않을 수 없었다.
유권자 지지 표명의 원인은 여러 차원에서 찾을 수 있다. 그것은 계층 투표에서도 찾을 수 있고, 지연 등 연고 투표에서도 찾을 수 있다. 그러나 이번 4·9총선에서 유독 서울지역 유권자들을 지배했던 것은 지역발전과 그것이 가져다 줄 이익 혜택에 대한 욕망이었다.
사실 따지고 보면, 이 같은 ‘욕망의 정치’가 새삼스러운 것은 아니다. 지난 시기 서울 강남의 아파트 값이 천정부지로 솟아올랐을 때 그것은 이미 강북 등 타 지역 주민들의 욕망을 자극한 바였다. 3김이 사라졌음에도 지역주의가 지속되고 강화되었던 중요한 이유 중의 하나는 소외된 주민들의 지역발전에 대한 갈구와 욕망 때문이었다. ‘욕망의 정치’는 이미 우리 정치에 넓게 스며들어 있다.
노무현 참여정부가 대중의 지지를 상실한 이유 중의 하나는 지역주민들의 이 같은 욕망을 충분히 채워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반면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가 ‘경제 살리기’의 공약으로 지난 대선에서 압승할 수 있었던 것은 유권자들의 이 같은 욕망을 채워주겠다고 약속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4·9총선의 뉴타운 개발 약속은 이런 ‘욕망의 정치’의 연장선 상에 있다.
‘욕망의 정치’가 오랫동안 지속될 수 있나? 그것은 의문이다. 장기간은커녕 단기적으로도 그 욕망을 채워주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미 오세훈 서울시장은 총선 직후 “당분간 뉴타운 추가 지정은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총선 후에야 그런 사실을 밝힌 것이 매우 유감스럽기는 하지만, 오 시장의 발언은 뉴타운 개발이 말처럼 그리 쉬운 것만은 아님을 보여준다.
욕망의 정치 부메랑되면 좌절의 정치로 정해구 논설위원·성공회대 정치학과 교수 개발 공약의 실현이 쉽지 만은 않은 또 다른 사례도 있다. 이명박 대통령의 한반도 대운하 공약이 그것이다. 지난 대선 과정에서 그 공약은 그 개발 혜택을 기대했던 수많은 사람들의 지지를 동원했다. 그러나 현실의 사정은 막대한 투자와 환경 피해를 감내하면서 그것을 강행하는 것이 쉽지 않음을 보여주고 있다.
단기적인 차원에서 ‘욕망의 정치’는 공약에 의해 그 욕망이 한껏 자극된 사람들의 동원을 가능케 한다. 그러나 관련된 모든 요소들이 종합적이고 합리적으로 고려되어야 하는 정책결정의 현실에서 그 욕망은 쉽게 충족되기 어렵다. 뿐만 아니라 충족되지 않는 욕망은 장기적으로 좌절을 불러온다. 그런 점에서 ‘욕망의 정치’는 끝내 ‘좌절의 정치’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 정부가 가장 유의해야 할 점은 부메랑으로 되돌아올지도 모를 바로 이 점일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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