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뻔뻔한 서울시의회

우렛소리 2008. 7. 15. 03:46
뻔뻔한 서울시의회
한국일보  기사전송 2008-07-15 03:25 
'뇌물' 사과도 없이 상임위장 자리나누기 강행

서울시의회가 14일 ‘뇌물스캔들’에 대한 사과 한마디 없이 9개 상임위원장을 모두 한나라당 의원으로 임명하는 절차를 강행해 야당 및 시민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구속영장이 신청된 김귀환(59) 의장을 비롯, 김 의장으로부터 금품을 받은 30명의 한나라당 소속 의원들이 누군지 공개되지 않은 상황에서 일단 ‘자리’부터 차지하고 보자는 행태에 시민들은 “후안무치한 행태”라고 입을 모아 비난하고 있다.

서울시의회는 이날 오전 개원 2주년 기념식은 일단 취소했지만 오후에는 예정대로 제174회 임시회를 열어 상임위원장단 선거 및 위원 선임 등 원 구성 절차를 모두 마쳤다. 예상대로 9명의 위원장 자리는 모두 한나라당 의원들로 채워졌다.

이에 앞서 민주당(5석) 민주노동당(1석) 등 야당 소속 의원들은 “뇌물 파동에 대한 사과가 선행되지 않았고, 상임위원장단 중 이번 뇌물 파동에 관련된 의원이 있을 수 있는 만큼 위원장단 구성을 늦춰야 한다”고 강력 요구했지만 역부족을 실감해야 했다. 전체 106석 중 100석을 차지하고 있는 한나라당 의원들은 예정보다 3시간 가량 늦은 오후 5시에 임시회를 연 뒤 상임위원장 임명을 강행했다.

이날 한나라당 소속 시의원들은 ‘뇌물스캔들’파문을 외면하는 등 도덕 불감증을 드러냈다. 운영위원장으로 임명된 진두생(57) 의원은 “나중에 뇌물수수 사실이 밝혀질 경우 해당자리에 대해서는 다시 (임명) 절차를 진행하면 된다”며 “이는 한나라당 내부에서도 이론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금품수수 혐의에 대한 확정 판결이 언제 날지 모르는 상황에서 예정된 위원장단 구성을 계속 늦출 수만은 없다는 하소연이지만, 한나라당은 당 명의로도 사과문을 발표하지 않는 등 무성의한 자세를 보였다. 한 의원은 위원장단 선출에 항의하며 퇴장하는 야당의원에“억울하면 한나라당으로 오라”는 망언도 서슴지 않았다.

이 때문에 서울시의회 안팎에서는 한나라당 소속 서울시의원에 대한 비난의 소리가 더욱 높아지고 있다. 민노당 이수정(36) 의원은 “뇌물 관련 의원들이 먼저 사과하는 것이 순서”라면서 “수사결과 발표 이후 위원장단을 선출해도 늦지 않을 텐데 한나라당이 무리수를 두고 있다”고 비난했다.

경찰 관계자도 “의장 선거와 관련한 금품살포에 대해 내사가 진행 중인 것을 뻔히 알면서도 시의회는 의장 선거를 강행했었다”며 “이번에도 상임위원장 2,3명이 연루됐다는 것을 알면서도 굳이 위원장 선출에 열을 올린 이유를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참여연대 관계자는 “전국 최고수준의 연봉을 받는 서울시의회는 그만큼 일을 하고 있는지 되새겨 봐야 한다”며 “자기들만 쓴 소리를 듣는다는 피해 의식에서 벗어나 시민을 위하려는 각오를 새로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의회는 최근 근린생활시설 지분 쪼개기를 인정하는 조례를 제정, 특정 계층의 이익을 대변한다는 비난을 샀으며, 앞서 의장 선거에서는 입후보자들이 모두 연봉 20% 인상을 공약으로 내걸어 시민들의 원성을 샀다.

한편 김 의장에 대한 영장실질심사는 15일 오전 10시30분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