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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지율? 그것은 아무것도 아니다.

우렛소리 2008. 8. 8. 03:13
[기자수첩] '지지율? 그것은 아무것도 아니다'
 
 
김성덕 기자 / 2008-08-08 00:08
‘내 이름은 이명박.
내 얘기 한 번 들어볼래?
내가 대통령에 취임했을 때 국민들은 나에게 한껏 기대를 걸었지.
하지만 인사 파동과 쇠고기 협상 잘못으로 국민들에게 고개를 숙여야만 했어.
지지율도 바닥으로 곤두박질쳤지.
그러나 지지율에 실망만 하고 있을 순 없잖아.
이제 내가 하려던 일을 다시 시작하려해.
이제 난 알아.
아무리 뭐라 해도 5년은 내 임기라는 걸.
지지율. 그건 아무것도 아니야.’

이명박 대통령의 최근 행보를 근래 유행하는 모 스포츠기업 광고에 빗대 나름대로 패러디해 보았는데 적절했는지는 독자의 판단에 맡기겠다.

이 대통령이 ‘지지율’이라는 여론의 코드를 완전히 뽑아버린 느낌이다.

요 며칠새 단행한 주요 인사를 보면 이런 심증은 더욱 굳어진다. 정권 초에 했던 혹독한 ‘꾸중’이 무색할 정도다.

쇠고기 파동의 책임을 지고 물러난 김중수 전 청와대 경제수석을 주(駐)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대사에 임명하는가 하면, 환율정책 실패로 옷을 벗은 최중경 전 기획재정부 1차관을 아시아 국가 대사에 기용했다.

6일에는 지난 대선 때 BBK 사건을 무혐의로 결론내린 당시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의 일원인 장영섭 검사를 청와대 행정관으로 불러들였다.

국민을 우롱하는 ‘회전문·보은 인사’도 모자라, 당시 BBK 검찰 수사결과를 스스로 훼손케 하고, 검찰의 정치 독립성을 땅바닥에 내동댕이치는 ‘만용’에 가까운 ‘객기 인사’를 감행했다.

이 대통령이 자신에게 부착된 민심에 반응하는 ‘여론’의 코드를 뽑지 않고선 이런 인사를 상상하기 어렵다.

뽑아버린 코드를 어디에 꽂았는지, 이 대통령이 점점 ‘마키아벨리’화(化)하고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군주는 권력을 유지·강화하기 위해 여우와 같은 간사한 지혜(책략)와 사자와 같은 힘(무력)을 사용해야 한다'는 마키아벨리즘은 검찰과 감사원을 동원한 KBS 정연주 사장 퇴출몰이와 PD수첩 수사 그리고 최근 촛불시위대에 대한 경찰의 강경·무력진압과 ‘크로스 오버’된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지도자는 선거를 통해 선출된다. 선거란 일정 기간을 정해두고 하는 여론조사에 다름 아니다.

국정의 매 사안마다 국민의 의사를 직접 묻는 ‘선거’를 할 수 없기에 우리는 간편하게 ‘여론조사’를 통해 민심을 측정하고 국정의 흐름을 수시로 체크한다.

이 대통령에 대한 현재 지지율은 10% 후반에서 20%대 초반이다. 국민 열에 일고여덟은 ‘이 대통령이 국정을 잘못 이끌고 있다’고 생각한다는 뜻이다.

이런 여론에 귀를 기울이고 마음을 졸이면서 국정을 조심하고 또 조심하면서 국민의 마음을 조금씩 얻어나가야 할 때다.

그런데 혹여 이 대통령이 딴 생각을 품었을까 심히 걱정이다.

어차피 이렇게 된 바 ‘확실히 보장된 5년 임기’를 ‘하고 싶은 대로 해보자’는 유혹에 빠지고 있는 것 같은 위험함이 엿보인다.

요즘 이 대통령을 보면 ‘고장 난 불도저’를 다시 모는 느낌이다.

이제라도 이 대통령은 ‘지지율’이라는 여론에 코드를 다시 꽂아야 한다.

정권은 짧지만 선거는 영원하다. 이 대통령은 국민심판을 두려워하면서 나라를 이끌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