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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측 "MB 라디오연설, 염치없고 뻔뻔스럽다"

우렛소리 2008. 10. 14. 15:31

노무현 측 "MB 라디오연설, 염치없고 뻔뻔스럽다" 
 
 

한국일보 2008-10-14 
 
 
양정철 전 靑비서관 "희망은커녕 체념과 절망의 어두운 그림자만 남아"
노무현 전 대통령의 측근인 양정철 전 청와대홍보기획비서관이 이명박 대통령의 라디오 연설에 대해 "희망은커녕 체념과 실망의 어두운 그림자가 더 길게 남는 방송이었다"고 혹평했다.

 

양 전 비서관은 역시 노 전 대통령의 측근인 안희정 민주당 최고위원이 최근 개소한 '더 좋은 민주주의 연구소' 홈페이지에 '이벤트로는 국민의 마음을 얻지 못합니다'라는 글을 올려 이 같이 말했다.

 

양 전 비서관은 이 대통령의 라디오연설에 대해 "이 정부 청와대가 자칫 본전도 못 뽑을 일을 한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면서 그 이유에 대해 "대통령의 메시지가 뭐든 국민들은 지금 대통령에게 막연한 메시지를 듣고 싶어 하는 시점이 아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잔뜩 화가 나 있는 국민들에게 대책이나 행동 대신 자꾸 반복되는 이 대통령의 화려한 수사는 결코 도움이 안 된다는 것을 간과한 것부터가 착각"이라는 것.

 

그는 또 형식적인 측면에서도 이 대통령의 라디오연설은 실패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대통령이 하고 싶은 얘기를 사전에 녹음해서 각 방송사에 그냥 뿌리듯이 돌려 전파를 타는 방식은 참으로 식상한 '올드 버전'"이라며 "일방통행이지 진정한 소통이라고 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양 전 비서관은 "청와대는 전후 국민통합의 리더십을 발휘한 루즈벨트 효과를 기대했는지 모르겠지만, 그보다는 아마도 갈라진 목소리로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는 이승만 전 대통령의 흑백논리식 단순구호가 더 오버랩된 느낌"이라며 "더 실망스러운 것은, 상황이 이렇게까지 가고 있는데 대해 국정운영의 책임자로서 뭔가 함께 고통스러워하는 심정, 미안해하는 마음, 위로하려는 성의를 담은 문장이 어느 한 구절도 없었다는 점이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특히 "가관인 것은 외환위기 때와는 상황이 다르다는 점을 역설한 논리의 이중성"이라며 이 대통령이 외환위기 때와 지금 상황이 다른 다섯 가지 이유(△ 외환보유고 △ 경상수지 △ 수출 △ 기업과 금융기관의 체질 △ 위기를 성공적으로 극복했던 경험과 자신감)를 든 것에 대해서도 비꼬았다.

 

그는 "97년 사상 초유의 외환위기를 초래한 것은 바로 한나라당이었다"면서 "이 대통령과 한나라당이 입만 열면 되뇌이는 '잃어버린 10년' 동안 만들어 놓은 기초체력으로 지금 그나마 버티는 것이다. 민주정부 10년을 자랑하려는 게 아니다. 연설문의 논리가 염치없고 뻔뻔스러움을 애기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그때와는 비교도 안 되는 지금의 심각한 경제상황을 '위기 아니다'고 안심시키기 위해, 자신들이 증오해마지 않았던 '잃어버린 10년'의 성과를 나열하는 모습이 한편으로 구차하고 한편으론 측은해 보인다"고 덧붙였다.

 

 

다음은 양 전 비서관의 글 전문.

 

우려가 현실로 드러났습니다. 시작도 하기 전에 시비가 더 많았던 이명박 대통령의 라디오 정례연설 첫 방송, '역시나'였습니다. 괜한 우려가 아니었습니다. 이 대통령에게서 희망의 메시지를 갈구한 사람도 그리 많지는 않았겠지만, 희망은커녕 체념과 실망의 어두운 그림자가 더 길게 남는 방송이었습니다.

 

저는 청와대가 대통령 라디오 정례연설을 추진한다고 할 때부터 걱정했습니다. 제가 걱정할 일은 아니지만, 이 정부 청와대가 또 이벤트에 빠져서 자칫 본전도 못 뽑을 일을 한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습니다.


그 이유는 두 가지였습니다. 첫째는 대통령의 메시지가 뭐든 국민들은 지금 대통령에게 막연한 메시지를 듣고 싶어 하는 시점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잔뜩 화가 나 있는 국민들에게 대책이나 행동 대신 자꾸 반복되는 이 대통령의 화려한 수사는 결코 도움이 안 된다는 것을 간과한 것부터가 착각입니다.

 

둘째는 형식의 측면에서 이미 국민들에게 몸을 낮춰 다가가는 형식이 아닌데 어찌 소기의 성과를 거둘까 하는 점이었습니다.

 

대통령이 하고 싶은 얘기를 사전에 녹음해서 각 방송사에 그냥 뿌리듯이 돌려 전파를 타는 방식. 참으로 식상한 '올드 버전'입니다. 일방통행이지 진정한 소통이라고 하기 어렵습니다.

 

피드백 없이 하고 싶은 얘기를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방식이 대통령이나 청와대 참모들은 편하겠지만, 지금 같은 민주적 쌍방향 소통시대에 국민들에게 진솔하고 성의 있는 모습으로 비치진 않을 것으로 우려했습니다. 그런데 실제 그랬습니다. 소문난 잔치 먹을 것 없고, 빈 수레가 요란했습니다.

 

이명박 정부 청와대 참모들을 위해 이번 연설에서 잘못된 점을 하나하나 복기해 드리고자 합니다.

메시지 면에선 '논리부족' '감성과잉'이 잘못됐습니다. 아마도 청와대 참모들은 "현재의 위기를 우리가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 "먼저 국민적 자신감이 필요하다" "그래서 단합이 필요하다" 이런 얘기를 이 대통령이 하면 어필할 수 있을 것으로 봤겠지요. 뭐 좋습니다.

 

문제는 '소왓(So What?)'입니다. 저는 연설 전문을 보고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매우 화가 났습니다.

연설의 반 이상은 이 위기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에 대한 얘기였습니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핵심이 됐어야 할 정부 역할 대신에 온통 기업, 금융권, 정치권, 국민에게 어떻게 해야 한다는 당부뿐입니다.

 

국민들에게는 '이렇게 해 달라', 금융기관은 '이렇게 해 줘라', 기업은 '이렇게 해야 한다', 정치권은 '이걸 해 달라'. 겨우 이런 당부 하게 하려고 이 대통령에게 마이크를 잡게 했다니, 대체 국민 정서에 대해 어떤 판단을 가지고 한 일인지 모르겠습니다.

 

정작 정부가 어떻게 하고 있다, 어떻게 하겠다는 것은 고작 짧은 세 문장, 4가지 항목뿐입니다. 그나마도 온통 추상적인 얘기들이었습니다.

 

△ 신중하게 대처하겠다 △ 국민들에게 사실 그대로 알리겠다 △ 상황을 점검하면서 적절한 조치들을 취하고 있다 △ 4강과의 협력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참으로 허무한 내용입니다. 네 가지 다 '목포는 항구다'입니다. 너무 당연한 얘기입니다. 그걸 누가 모릅니까.

 

청와대는 이런 식의 연설을 통해, 전후 국민통합의 리더십을 발휘한 루즈벨트 효과를 기대했는지 모르겠지만, 그보다는 아마도 갈라진 목소리로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는 이승만 전 대통령의 흑백논리식 단순구호가 더 오버랩 된 느낌입니다.

 

더 실망스러운 것은, 상황이 이렇게까지 가고 있는데 대해 국정운영의 책임자로서 뭔가 함께 고통스러워하는 심정, 미안해하는 마음, 위로하려는 성의를 담은 문장이 어느 한 구절도 없었다는 점입니다. 대통령이 어려움을 잘 알고 있다는 얘기뿐입니다.

 

가관인 것은 외환위기 때와는 상황이 다르다는 점을 역설한 논리의 이중성입니다. 연설은 외환위기 때와 지금 상황이 다른 이유 다섯 가지를 꼽았습니다.

 

△ 외환보유고 △ 경상수지 △ 수출 △ 기업과 금융기관의 체질 △ 위기를 성공적으로 극복했던 경험과 자신감 등입니다. 여기엔 저도 적잖은 부분에 동의합니다. 아마 많은 사람들도 그럴 겁니다.

 

그런데 이런 역설이 있습니까? 97년, 사상 초유의 외환위기를 초래한 것은 바로 한나라당이었습니다. 그걸 상기시키려는 게 아닙니다. 이 대통령이 외환위기 때와 지금 상황이 다른 이유로 꼽은 다섯 가지 근거는 언제 마련됐느냐는 것입니다.

 

시쳇말로 나라를 말아먹은 한나라당이 정권을 내준 뒤 다시 집권한 게 불과 7개월 반입니다. 그 동안 스스로 만들어놓은 기반입니까? 아니잖습니까?

 

이 대통령과 한나라당이 입만 열면 되뇌이는 '잃어버린 10년' 동안 만들어 놓은 기초체력으로 지금 그나마 버티는 것입니다. 민주정부 10년을 자랑하려는 게 아닙니다. 연설문의 논리가 염치없고 뻔뻔스러움을 애기하는 겁니다.

 

특히 지난 5년 내내 한나라당은 노 전 대통령과 참여정부에 대해 "경포대(경제를 포기한 대통령)" "경제파탄" "국가부도" "국정도탄" 등의 표현으로 매도했습니다. 이 궤변으로 대통령 선거 때에도 톡톡히 재미를 봤습니다.

 

그런데 그 때와는 비교도 안 되는 지금의 심각한 경제상황을 "위기 아니다"고 안심시키기 위해, 자신들이 증오해마지 않았던 '잃어버린 10년"의 성과를 나열하는 모습이 한편으로 구차하고 한편으론 측은해 보입니다.

 

이제 형식과 절차 면에서 청와대 참모들이 잘못한 점을 지적하고자 합니다.

저의 경험에 비춰봤을 때, 국정운영이 난관에 봉착하게 되면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국민들을 이해시키고 국정운영의 힘을 얻어야 할 때가 분명 있다고 판단됩니다.

 

그러나 그 경우 핵심은 진정성입니다. 대통령의 진정을 국민들에게 보여주고 국민들의 마음을 얻어야 대통령이 직접 나선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번 경우는 어떻습니까? 대통령 편의, 참모들 편의만 감안했지 국민들에게 몸을 낮춰 다가가는 모습은 아니었습니다. 대통령이 자기 할 얘기 실컷 하는 게 무슨 소통이고 대화입니까. 국민에 대한 예의가 아닙니다. 결례는 국민 뿐 아닙니다.

 

대국민 연결 매개 당사자인 방송사들과도 사전에 아무런 합의는커녕 협의도 없이 '틀래 말래' 식으로 사전녹화 연설을 배포했으니, 자칫 '칼만 안 든 강도'로 밖에 더 보이겠습니까?

 

물론 지금의 언론상황이 정상적인 상황이면 그게 가능합니다. 미국처럼. 그러나 여기는 '독재회귀' 얘기가 넘쳐나는 한국입니다. 많은 언론인들은 "독재정권 때보다 더 독하다"는 말을 공공연히 합니다.

 

편성 여부를 방송사에 맡긴다고 해놓고 청와대가 편성권의 핵심인 방송시간대를 공공연히 먼저 제시한 것도 큰 실수였습니다. 아니 큰 결례였습니다. 방송을 할지 말지도 모르는 방송사들에게 벌써부터 '대통령 방송시간대는 바로 요 시간대다!' 가이드라인처럼 만들어 버렸으니 모양 사납게 돼 버렸습니다.

 

주례연설의 매개로 라디오를 택한 것도 발상의 수준이 저급해 보입求? 얕은 꼼수가 드러납니다. 피드백 없이 그냥 대통령 하고 싶은 얘기를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데 가장 적합한 매체로 계산했을 것입니다.

 

즉 인터넷은 실시간 양방향 소통의 형식이 부담스러웠을 겁니다. 종이매체는 독자층이 한정돼 있다는 점 때문에 매력을 못 느꼈을 겁니다. TV는 매주 이런 방송을 편성해 본 전례도 없고 부담스러웠을 겁니다. 그래서 라디오를 택한 것 같은데, 발상이 천박합니다. 라디오의 좋은 특성이 얼마든지 있는데 이런 방식으로 활용하려는 착상이 아쉽기만 합니다.

 

저희는 언론에 대해 상상도 못하고 감히 엄두도 못 낼 일을 거침없이 해대는 지금의 정부-여당을 보면, 뇌 구조가 다르다는 생각이 들어 한편으론 이해를 합니다만 그래도 이번 일은 경솔했습니다.

유력한 두 방송사가 대통령 연설 편성을 안 했더군요. 청와대로선 망신스런 성토의 얘기가 내부에서 많았다고 들었습니다. 스타일 단단히 구긴 셈입니다.

 

나머지 방송들은 아마도 울며 겨자먹기였을 것입니다. 몇 군데는 정부로부터 자유로운 처지가 아니고, 나머지 상당수 라디오 방송사들은 미디어랩 문제 등으로 입장이 절박합니다.

 

창피하게도 됐습니다. 편성이야 "자율결정"이라고 밖에 얘기해도, 청와대가 정한 시간에 여러 방송이 동시에 연설을 트는 모습은 변명할 여지가 없는 일이니 방송사로서 이리 꼴사나운 일이 있을까요.

 

겉으로 말은 안 하지만 '왜 청와대가 일처리를 이렇게 해 우리를 곤혹스럽게 만드느냐'며 불만이 많을 것입니다.

이리 해선 효과가 나기 어렵습니다. 잡음만 무성하고 망신당하는 일만 늘어날 것입니다. 정상적인 일처리 방식은 이리 갔어야 합니다.

 

하나의 방식은, 먼저 방송장악 논란-언론장악 논란을 불식시킨 다음에 주례연설을 추진했어야 한다는 겁니다. 그래야 방송사들이 독립적이고 중립적인 편성권 행사를 할 수 있을 여건이 됩니다. 그게 아니면 강압적 분위기에서 방송을 대통령 홍보의 수단이나 도구쯤으로 활용하겠다는 심보 밖에 안 되는 겁니다.

 

또 하나의 다른 방식은 각 방송사들과 협의해서 방송사들이 합의할 수 있는 형식과 방식으로 가는 것이었습니다. 민주적인 방식일 겁니다. 현재 강압적 분위기에 놓여 있는 방송사들로 하여금 그 정도의 의견개진이나 공론형성의 기회도 없이 '대통령 방송 틀래 말래' 했으니 강박이나 윽박으로 비쳐지는 것입니다.

 

또 다른 방식은 모든 라디오 방송의 황금시간대를 한꺼번에 활용해 보자는 욕심 버리고, 하겠다는 방송사 하나하고만 일을 진행했어야 합니다. 지금이라도 권고하고 싶은 가장 합리적 방식입니다.

 

어찌됐든 일은 시작됐으니 잘 수습하기 바랍니다. 가장 당부하고 싶은 얘기는 언론장악의 미몽을 버리라는 얘기지만, 너무 근원적인 얘기여서 다음에 기회가 닿으면 진지하게 하도록 하겠습니다.

 

이 일과 관련한 고언을 몇 가지 드립니다.

 

국민들에게 좀 더 낮은 자세, 예의 있게 다가가는 방식을 보완해야 할 것입니다. 진정한 소통이라면 대통령이라도 스타일 좀 구기기 마련입니다. 대통령 폼만 잡으려다 국정운영 스타일 구기는 경우 많이 봤습니다. 진정성 있는 양방향 소통을 하기 위해선 2.0식의 요소들을 허용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지금의 방식을 고수하다가는 '명박산성'에 이은 '라디오산성'이란 비아냥을 듣기 십상입니다.

 

또 언론 특히 방송에 대한 자율과 독립성을 존중하는 최소한의 절차를 이제라도 밟길 바랍니다.

먼저 주례연설을 편성 안 한 방송사들에게 원망의 마음, 더 나아가 '맛 좀 봐라'는 식의 앙갚음을 결코 구상하지 마십시오.

 

그들이 아니었다면 '땡전뉴스'가 돼 버렸다고 더 들끓었을 겁니다. "차떼기 정당이 이제 언론장악에 나서면서 '전파떼기'까지 한다고 비판이 비등했을 것입니다. 두 방송은 어찌됐든 민주주의 구색을 조금이라도 갖춰준 것이니 오히려 고마워야 해야 할 일입니다.

 

구색은 중요합니다. 반론권은 그래서 강조됩니다. 대통령 주례방송이라는 형식만 미국 흉내 내지 말고 반론권 보장도 따라가기 바랍니다.

 

방송사가 알아서 할 일이라고 넘기지 않는 게 좋겠습니다. 편성도 눈치 보이는 마당에 어디 무서워서 반론권 보장하겠습니까. 청와대가 시작해 놓고선 나머지 귀찮은 일은 모조리 방송사에만 전가하는 모습, 당당하지 않습니다.

 

마지막으로 연설문 내실에 더 신경 써줬으면 좋겠습니다. 뻔한 레토릭 들어주는 것도 한 두 번이지, 반복되면 그때야말로 '전파낭비' 소리 듣습니다. 가장 좋은 반면교사는 오늘 연설이었습니다. 물론 말 대신 실천으로 할 수 있는 길이 있다면 그보다 더 좋은 일이 없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