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네르바 공방 3라운드…동아여, 조선이 웃는다
2009년 1월 19일(월) 9:31 [노컷뉴스]
[CBS보도국 변상욱 기자]
미네르바 사건이 제 3라운드에 접어들었다. 1라운드가 미네르바 신드롬을 불러일으키던 시기라면 2라운드는 검찰이 미네르바로 박대성 씨를 지목해 검거 구속하는 과정. 그리고 3라운드는 그 미네르바가 과연 진짜냐를 놓고 벌이는 치열한 공방전.
인터넷에서 주말 최고의 핫 이슈는 개각보다도 신동아 2월호의 미네르바 진실에 관한 기사. 신동아는 12월호에 미네르바의 기고문을 실었고, 검찰에 검거된 30대 백수요 전문대 출신이라는 박 씨는 자기가 미네르바 맞는데 신동아 12월호 같은 곳에 글쓴 적은 없다고 하고, 다시 신동아가 주말에 발간된 2월호에서 '검찰의 미네르바 박 씨는 진짜 미네르바가 아니다. 우리 쪽 미네르바 멤버의 심부름꾼이 아닌가 싶다. 진짜 미네르바는 '신동아에 글을 보낸 K씨가 주축이 된 7 명 전문가 그룹'이라고 뒤집기에 나선 것이다.
가들은 가가 가라고 하고 가들은 가가 가가 아니라고 하고….
◈ 묻지도 말고 따지지도 맙시다! 알면 죽어?
예상을 뒤엎고 묘한 반박 기사를 실은 신동아 2월호, 문제 기사의 행간을 살피자면 이런 뜻인 듯하다.
<우리 책 12월 호에 글을 실은 미네르바는 순도 90% 이상의 진짜 미네르바이다. 전문가 7명이 미네르바 역을 했지만 핵심이 K 씨 였다. 그렇다고 검찰에 잡힌 미네르바가 완전 가짜라고 주장하는 건 아니다. 오리지널 미네르바 팀원 중에 연락이 끊긴 사람이 한 명 있는데 그 사람 글 쓰기를 거든 심부름꾼이라고 볼 수도 있지 않을까 싶다. 검찰이 문제로 삼는 건 수 백건 중 딱 2건의 기사인데 그 2건은 우리 멤버들이 쓰지 않았다 한다. 그러니 연락이 끊긴 멤버와 그의 협력자 구속된 박 씨가 쓴 것일 수도 있다. 그런 점에서 검찰이 박 씨를 붙잡아 구속수사하는 것이 잘못된 건 아니다. 알아서 수사 잘 하라>
피차 좋은 게 좋은 건데 미네르바 진위를 놓고 정면충돌하지 맙시다, 이쯤에서 접촉사고 정도로 마무리 지읍시다. 검찰 당신들은 잡아넣은 박 씨가 문제의 글쓴 거 확인하면 되는 것이고, 우리는 오리지널 미네르바가 쓴 글 잡지에 실은 것만 인정받으면 되는 것이고, 나머지는 연락이 끊겼고 위법한 글이 아니니 더 이상 묻지도 따지지도 맙시다. 좋은 게 좋은 거니까?
◈ 동아여, 조선이 웃는다!
신동아가 2달 동안 심혈을 기울여 자신들과 검찰 양쪽이 피해나갈 길을 튼 것인가, 아니면 검찰 입장을 들어가며 서로 입을 좀 맞췄느냐. 신동아 해명 이후 또 다른 의혹들이 나오고 있다.
신동아가 검찰수사에 대해 슬쩍 길을 터주기는 했지만 결과적으로는 검찰 엉덩이에 침 한 방 놓은 것은 사실이다. 미네르바 7명 중에 아무도 못 찾아내고 심부름한 것 같은 무직자 한 명 겨우 잡아낸 '허당 검찰'로 깎아내리며 수사능력을 비웃었으니 검찰이 세게 한 방 먹은 것 아닌가. 그러나 검찰로서는 신동아와 동아일보에 대해 충돌을 피하는 게 당연하다. 이명박 정부 들어 가장 우호적이고 닥터피시에 가까운 절친 응원군으로 뛰어 온 동아일보를 타깃으로 삼는 건 검찰로서는 미네르바 구속보다 더 위험한 행위가 된다.
이미 검찰 쪽 반응은 "우리는 문제가 된 2건이 허위 사실로 민심을 어지럽힌 글인 것만 수사하면 그 뿐이고 그 글을 쓴 사람이 박 씨이기만 하면 그 뿐"이라고 나오고 있다. 미네르바가 7명이 아니라 7 X 7 이라해도 아무 상관없다는 것. 그냥 정면충돌이 아니라 접촉사고로 가자는 거지.
의외의 변수는 월간 조선 2월 호이다. 신동아 2월호 표지에는 커다랗게 "미네르바는 금융계 7인 그룹, 박대성은 우리와 무관"이라고 실린 대신 월간 조선 2월호 표지에는 "월간지 기고 미네르바는 가짜"라고 시커멓게 제목이 뽑혀져 있다. 그럼 월간 조선은 뭘까? 검찰만 믿고 경쟁지 신동아를 이 기회에 밟으려고 했다가 지뢰를 밟은 게 되나?
월간 조선 3월 호를 위한 팁으로 신동아 해명 글에서 드러난 문제점 정리.
1. 신동아는 K 씨가 대부분의 글을 썼고 연락이 끊긴 멤버가 문제의 글을 썼고 박 씨는 심부름 했을 거라 한다. 그러나 검찰은 미네르바가 쓴 글들이 모두 동일한 IP주소에서 작성됐고 박 씨 집 PC주소하고 일치했다고 밝혔다. 그럼 연락이 끊겼다는 멤버가 검찰이 잡을 미네르바가 되어야 하지 않나?
2. 신동아 해명대로 전문가 7명이 함께 미네르바 노릇을 해 왔다면 주로 K 씨가 썼다고 해도 IP 주소가 여러개 나와야 할텐데 검찰 눈에는 왜 7명 미네르바 팀은 흔적이 없고 박 씨 IP만 보이는 것일까?
3. 연락 두절? 언제부터 연락 두절인가. 검찰이 문제삼는 2건의 글 그 이전? 그 이후?
4. 아예 신동아가 K 씨에게 속고 있을 가능성은 없나?
'어쨌거나 묻지도 따지지도 맙시다'라는 신동아와 검찰에 대해 월간조선 3월호는 뭐라 할까 기대하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