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申대법관, 사법파동 도움 안됐다며 판사 압박

우렛소리 2009. 3. 11. 00:51

“申대법관, 사법파동 도움 안됐다며 판사 압박”

 

 

 

경향신문 2009-03-10

 

 

 

증언 잇따라… 법원 안팎 “사퇴 불가피” 고조ㆍ현직 부장판사 “사법행정 아닌 관여” 반박 글

 

신 영철 대법관이 그동안 밝혀진 것보다 훨씬 더 많이, 다양한 방법으로 재판에 개입했다는 판사들의 증언이 속출하고 있다. 신 대법관은 사법개혁을 위해 나섰던 과거 사법파동에 대해서까지 부정적인 의견을 피력하며 판사들을 다그쳤던 것으로 확인됐다. 법원 안팎에서는 신 대법관의 사퇴가 불가피하다는 의견이 점점 더 커지고 있다.

 

◇ 판사들의 추가 증언 = 신 대법관의 말에 압력을 느껴 전기통신기본법에 대한 위헌신청을 기각했다고 밝힌 전 서울중앙지법 형사단독 판사는 9일 “법률의 위헌성을 제대로 가려보지 못한 채 결국 양형으로 타협한 셈이 됐다”고 자책했다. 그는 결국 해당 사건에서 피고인의 위헌신청을 기각하고 벌금 700만원을 선고했다. 그는 경향신문과의 통화에서 “판사로서 부끄럽다” “자책감이 심했다” “모멸감을 느꼈다”는 말을 수차례 되풀이했다.

 

그는 “첫째는 나의 용기가 부족했던 탓이었지만, 신 대법관이 수차례 판사들을 부르고 e메일을 통해 위헌신청을 기각해줄 것을 사실상 주문하는 상황해서 위헌신청을 받아들이는 게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신 대법관은 위헌신청이 들어온 직후 판사들에게 “다른 기관(헌법재판소)에 넘기지 않는 게 좋겠다”고 얘기한 데 이어 집시법에 대한 위헌신청 인용 후에는 “더 들어온다면 다르게 판단해도 좋다”고 말했다고 이 판사는 전했다.

 

또 다른 판사는 “신 대법관이 과거 사법파동 관련, ‘우리 사법부 역사에 여러 번의 사법파동이 있었는데 결국 우리 사법부의 독립과 발전에 얼마나 도움이 됐느냐. 나는 그렇게 (도움이 됐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 판사는 “그 자리에서 신 대법관이 확실히 정권을 의식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씁쓸했다”고 말했다. 당시 신 대법관의 말을 함께 들었다는 다른 판사는 “판사가 절차에 따라 헌재에 위헌법률심판을 받고 재판을 보류하고 진행하는 것은 당연한 일인데 위헌신청과 사법파동을 연결시켜 말하니까 당황스러웠다”며 “갑자기 왜 그런 얘기를 했는지 이해하기 힘들었다”고 밝혔다.

 

◇“사법행정이 아니라 재판 관여”= 지난 8일 서울남부지법 김형연 판사가 신 대법관의 용퇴를 촉구하는 글을 법원 내부게시판에 올린데 이어 9일에도 현직 부장판사가 신 대법관의 해명을 반박하는 글을 또 올렸다.

 

서 울서부지법 정영진 부장판사는 “이번 e메일 파문과 관련해 사법행정인지 재판관여인지의 여부는 e메일 자체가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는지를 떠나 그동안의 재판 관행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기일의 진행은 재판의 전권을 가진 해당 재판부의 전적인 몫으로 법원장이 이래라저래라 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고 이것이 바로 통상적 재판 진행”이라며 “사법행정권은 법관이 담당하는 심판권의 행사에 필요한 인적, 물적 자원을 효율적으로 지원하기 위한 것이지, 이번 사안은 명백하게 행정권을 사용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정 부장판사는 “나와 다른 견해를 가진 판사들의 논거를 듣고 싶다”고 덧붙였다.

 

◇ 재야법조계 반발 본격화 = 재야 법조계도 본격적인 행동에 나섰다. 촛불재판 대부분의 변론을 맡았던 민주사회를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은 소속 변호사들이 재판에 참여했던 사건 중 신 대법관의 ‘재판 개입’으로 영향을 받은 것으로 추정되는 사례들의 수집에 나섰다. 재판 처리 과정이나 양형에서 심각하게 불합리했거나 판사가 재판 진행과 관련해 ‘오락가락’한 경우를 찾아내는 작업이다. 민변은 압력으로 의심되는 사례들이 취합되면 신 대법관을 직권남용 혐의로 고발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참여 연대 사법감시센터는 신 대법관의 사퇴와 법관들의 자정 운동을 촉구했다. 참여연대는 이날 논평에서 “자질을 의심케 하는 해명에 이어 추가로 재판 압력까지 드러난 신 대법관의 거취 문제는 재론할 여지가 없다”고 밝혔다. 민변과 참여연대는 10일 ‘수렁에 빠진 사법부’라는 주제로 변호사·전직 판사·법학교수들이 참여하는 긴급토론회를 열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