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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한 노무현의 남자 강금원 창신섬유 회장

우렛소리 2009. 4. 17. 05:03

[인물연구]영원한 노무현의 남자 강금원 창신섬유 회장

 

 

“노무현을 끝까지 지키는 사람이 누구인지 보라”

강금원 회장이 4월 9일 구속영장발부로 대전지검에서 구치소로 이동하는 중에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별종은 별종이다.”
강금원 창신섬유 회장이 266억 원 횡령 혐의로 구속되던 4월 6일 밤 검찰 주변에서 나온 말이다. 권력형 비리를 보고 있노라면 예전에도 본 듯한 느낌(기시감·旣視感)이 드는 게 보통이다. 그러나 강금원 회장은 종래 권력형 비리를 저지른 사람과 전혀 다르다는 얘기다. 권력형 비리의 주인공에게 늘 따라다니는 ‘특혜와 대가’에 대한 혐의가 빠진 데 대한 의문 제기다. 마치 노무현 전 대통령을 후원한 대가로 세종증권 주식투자와 휴켐스 인수, 베트남 화력발전소 건설 국책사업 입찰 성공 등을 통해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이 큰 이익을 본 것과 같은 내용이 혐의에 포함되지 않은 점을 의아해한 것이다.

‘특혜와 대가’ 혐의 없어 미스터리
강 회장은 초지일관 ‘정치인 노무현’ 뒤에 있었다. 그가 ‘조건 없이’ 친노 세력에 ‘투자’한 자금만도 100억 원이 넘는다. 물론 현재까지 알려진 것만 그렇다. 2003년 6월에는 노 전 대통령의 후원회장이던 이기명씨 소유의 용인 땅을 노 전 대통령 측의 요청으로 19억 원에 매입했다. 노 전 대통령이 실소유주였던 장수천 빚 30억 원을 갚아주기도 했다. 노 전 대통령이 퇴임 후 거주할 봉하마을을 개발하기 위해 직접 창신섬유와 시그너스 골프장에서 70억 원의 자금을 동원해 (주)봉화를 설립했다. 봉화마을에 e지원시스템을 설립하기 위한 자금도 지원했다. 강 회장은 또 2002년 대선 과정에서 안희정 민주당 최고위원에게 4억5000만 원의 정치자금을 제공해 옥살이도 했다.

대가성 특혜를 의심받지 않을 수 없는 큰 규모의 지원이다. 물론 의혹 제기도 있었다. 2003년 한나라당 의원인 김문수 경기도지사가 강 회장의 모포 단독 군납 특혜 의혹을 제기했다. 강 회장은 명예훼손 소송으로 맞섰다. 이 사건을 맡았던 재판부(서울고법 민사 26부·강영호 부장판사)는 ‘공적 의문’이라는 이유로 김 지사의 손을 들어주면서도 “군납 모포 독점 납품 특혜 의혹과 관련한 로비와 특혜가 있었다는 진실이 밝혀지지 않아…”라며 ‘면죄부’를 내렸다.

사실 강 회장의 1인 기업인 창신섬유는 매우 탄탄한 중견기업이다. 부산 사하구에 2개의 공장과 중국 선양의 염색합작공장에서 연간 1000억 원이 넘는 매출을 올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창신섬유는 주로 원면과 원사, 원단을 생산해 수출한다. 특히 무세균 섬유 개발로 짭짤한 수익을 올리고 있다. 또 노무현 정권 탄생 직전인 2001년 12월 충북 충주에 있는 시그너스 컨트리클럽 골프장을 인수했다. 강 회장은 이로써 1000억 원대의 자산가가 됐다. 강 회장은 “빚이 한 푼도 없다”고 밝힐 정도로 알부자다.

강 회장의 고향은 전북 부안이다. 그가 부산과 인연을 맺은 것은 1980년대다. 전주공고를 졸업한 뒤 1975년 서울 성수동에서 영신염공이란 회사를 차렸다가 1980년 부산으로 사업 기반을 옮겼다. 창신섬유의 모태가 된 강원섬유를 부산 사상구 덕포동에 세웠다. 그는 ‘부산은 나의 제2의 고향’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호남 출신인 그가 부산에서 사업하는 과정에서 적지 않은 설움을 받았다는 게 강 회장 주변의 이야기다. 이게 나름대로 지역주의 타파를 실천했던 노 전 대통령과 정서적으로 통하는 결정적 요인이 됐다고 한다.

그가 노 전 대통령과 인연을 맺은 것은 1995년이다. 당시 1995년 지방선거 직후 부산 롯데호텔에서 민주당 전·현직 지역 의원 모임이 있었다. 그곳에서 처음으로 강 회장과 노 전 대통령은 만났다. 노 전 대통령이 부산시장으로 출마했다 고배를 마신 뒤의 일이다. 강 회장은 2000년 부산 북강서 을에서 출마한 노 전 대통령을 직접 찾아가 “당신은 생각이 바른 정치인이다, 당신 같은 정치인이 성공하길 바란다”면서 “인간적인 매력을 느끼고 있다”며 마음을 열었다고 한다.

이후 두 사람의 만남은 잦아졌고 밤을 지새면서 술도 마시고 토론하는 사이가 됐다고 한다.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노무현의 후원자’가 됐다. 당시 창신섬유는 평범한 중소기업이지만 정치적으로 어려움을 겪던 정치인 노무현의 계좌로 적지 않은 금액을 후원했다. 노 전 대통령은 이를 무척 고마워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름을 밝히기를 거부한 한 친노 의원은 “호남 출신인 강금원 회장은 부산에서 사업하면서 끝없는 지역적 편견과 선입견에 시달렸다”면서 “대가 없이 노무현 전 대통령을 도와줌으로써 호남 출신 기업인으로서 지역색 타파에 일조하려고 했다”고 말했다. 강금원 회장도 “‘호남 사람은 의리가 없다’ ‘신용이 없다’고 하는데 ‘나는 그렇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겠다”면서 “노 전 대통령을 끝까지 지키는 사람이 누군지 보라”고 말하곤 했다고 한다. 강 회장이 자신은 결코 권력을 쫓는 부나방이 아님을 강조한 말이었다.

최근에도 변함없는 우정 과시
사실 검찰의 칼날이 노 전 대통령 가문을 압박하던 때에도 노 전 대통령와 변함없는 우정을 과시했다. 그는 최근까지도 1주일에 두 차례 이상 봉화마을을 찾았으며 지난 4월 1일에도 이 사건과 관련해 노 전 대통령과 논의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강 회장을 친형처럼 따르는 안희정 민주당 최고위원은 “아무런 특혜도 어떤 혜택도 받지 못한 그였지만 모든 권력을 다 내려놓고 힘도 빽도 없는 전임 대통령을 하루가 멀다 하고 찾아가 함께 해준 이는 결국 강금원 회장이었다”고 말했다.

그런 지원에 대한 대가는 강 회장에 대한 노 전 대통령의 무한한 신뢰였다. 노 전 대통령도 지난해 강 회장의 장녀와 이병완 전 청와대 비서실장의 장남 결혼식 주례에서 강금원 회장에 대해 “나와 하는 일은 다르지만 세상을 보는 생각이 같아 뜻을 같이 하고 있다”면서 “정치적 성취에 큰 보탬이 됐고 나 대신 고초도 겪은 특별한 인연”이라고 말했다. 노 전 대통령 부부는 2003년 11월 강 회장 부부와 부부 동반으로 골프라운딩을 했다. 그는 또 정치자금법으로 확정 판결을 받은 지 6개월여 만에 파격적으로 사면됐다. 강 회장이 단순한 재정 후원자가 아니라 정치적 동지임을 보여주는 사례다.

어떻든 강 회장은 나라종금 사태가 벌어졌을 때 노 전 대통령 후원자로서 기자들과 첫 상견례를 했다. 그 자리에서 그는 “친구 밑에서 머슴을 하는 게 아니다. 노 대통령 밑에서 통반장도 하지 않을 것이다. 대출도 받지 않겠다”고 말했다. 과연 그 다짐이 지켜져왔는지는 이번 검찰 수사 결과를 지켜보는 또 다른 ‘흥밋거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