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예종=좌파 강습소’, 보수들 ‘주홍글씨’ 낙인
한겨레 2009-05-21
[한겨레] 보수단체 ‘한예종 때리기’ 선봉
문화부 예산 중단·감사 뒤따라
“학습권 침해” 집단반발 움직임
한국예술종합학교(한예종)를 둘러싼 ‘색깔론 공방’이 확산되고 있다.
황지우 총장이 19일 사퇴했으나, 한예종의 정체성을 둘러싼 논쟁은 이제부터 본격화하고 있다. 논란은 황 총장과 진보 성향 교수들이 최근 추진해온 학제간 교육과정 개편 작업 등에 대해 문화계 보수 인사들이 ‘좌파 강습소 만들기’ 등으로 집중 공격하면서부터 시작됐다. 뒤이어 문화부마저 예산지원 중단과 표적성 감사로 싸움을 키우고 있다.
이번 감사의 주된 초점은 황 총장의 개인적 문제보다 ‘제도 개선이라는 이름으로 된 학사 조직 개편 내지 리모델링’에 놓여 있다는 분석이다. 황 총장은 “12건의 주의, 개선, 징계처분이 요구된 감사 문서 가운데 예술-과학기술 융합교육인 U-AT(유비쿼터스-아트 테크놀로지) 통섭교육과 이론과의 축소·폐지, 서사창작과 폐지 등 상당 부분이 대학 교육의 자율성과 교권에 대한 침해 소지가 있어 보인다”고 지적했다.
가장 논란이 된 부분은 황 총장과 심광현 영상원 교수의 주도로 미래교육준비단을 구성해 2008년 3월부터 추진해온 유-에이티 통섭교육 과정 등 협동교육 과정과 이론 전공 학과 확충이다. 통섭교육의 경우 다양한 예술 장르와 인문학, 뉴미디어 과학기술 등이 서로 소통하는 학제간 융합 교육을 통해 전인적 예술인을 양성하자는 취지를 목표로 삼았으나 지난해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이 과정이 예술 실기 전문가 양성이란 학교의 취지와 어긋난다며 중단 지시를 내렸다. 또 올해 문화부가 예산을 전액 삭감해 학교 쪽은 기성회비에서 관련 비용을 끌어쓰며 관련 과정을 진행해왔다. 변희재, 정진수씨 등의 문화계 보수 인사들과 보수 인터넷 매체들은 이 통섭교육이야말로 좌파 세력들의 자리를 만들어주려는 구실이라며 집중적으로 공격해왔다. <주간 미디어워치> 등의 보수 매체가 지난 3월 지난해 예산 30억여원이 투입된 통섭교육사업의 부실 의혹과 진보 논객인 진중권 중앙대 겸임교수의 강의료 특혜 의혹 등을 잇따라 제기한 것도 이런 맥락으로 비친다. 황 총장의 중징계 방침은 지난해부터 유 장관이 중단을 지시한 통섭교육을 계속 추진해온 데 대한 괘씸죄도 작용했다는 게 지배적 시각이다. 황 총장도 퇴진 성명에서 “이번 감사가 퇴진보다 학교 뜯어고치기를 겨냥한 것”으로 “섬세한 예술교육 분야의 교육 프로그램을 관료들이 손보는 데서 파생될 반달리즘이 끔찍하다”고 우려했다.
문화부와 문화계 보수성향 단체와 인터넷 매체들은 한예종 개혁을 명분으로 일사불란한 행보를 보여주고 있다. 문화미래포럼(대표 정진수 성균관대 교수)은 지난해 9월 심포지엄을 열어 전문 예술인 양성이란 설립 취지에서 벗어난 한예종의 조직 축소와 구조개혁을 요구하고 지난 3월 <독립신문> 등의 인터넷 매체 등에서 통섭 사업에 대해 집중적으로 의혹을 제기했으며, 그런 내용이 감사의 지적사항으로 고스란히 되풀이 됐다.
한편 한예종 쪽은 19일 긴급 원장회의를 열고 대응팀을 꾸려 공식 이의제기 절차에 들어가기로 했다. 또 22일 교수회의를 앞두고 교수협의회도 학습권과 교권을 침해하는 감사 결과에 반대한다는 성명을 냈으며, 학생들도 이론 전공을 중심으로 집단 대응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에 대해 보수 계열의 문화미래포럼도 오는 27일 문화법 개정 방안 심포지엄을 열면서 한예종 개혁 방안을 요구할 예정이어서 한예종의 정체성을 둘러싼 논란은 더욱 심화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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