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수사, 죽은 권력에 집중… ‘공익 대변자’란 法이 무색
경향신문 2009-06-03
ㆍ검찰의 정치화…靑 ‘하명’ 없이도 스스로 표적수사
ㆍ檢출신 법무장관 매개로 정권과 유착
국민보다는 정권의 이해에 맞춰 검찰권을 휘두르는 ‘정치검찰’에 대한 논란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검사를 ‘공익의 대변자’로 적고 있는 검찰청법이 무색할 정도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지난 정권에 대한 사정 수사를 벌이고, 누가 집권했느냐에 따라 수사 대상과 결과가 달라진다는 지적이 계속 나오고 있지만 개선될 조짐은 보이지 않는다. 과거에는 청와대가 직접 검찰에 ‘하명수사’를 지시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최근에는 검찰이 자신들의 이해관계에 따라 스스로 정권의 ‘입맛’에 맞춰 수사를 한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 정권에 ‘코드’ 맞추는 수사 =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뒤 검찰이 노무현 전 대통령의 가족과 측근들이 주요 대상인 ‘세종증권 매각 비리’와 ‘박연차 게이트’ 수사를 시작했듯이 과거부터 새 정부가 출범하면 전 정권에 대한 검찰의 사정 수사는 당연시되어왔다.
검찰은 “정권이 바뀌면 과거 정권의 비리와 의혹에 대한 제보가 밀려들기 때문에 수사하는 것일 뿐”이라며 억울함을 호소하지만, 정치보복에 검찰이 동원돼 ‘표적수사’를 벌인다는 논란이 끊임없이 되풀이되고 있다.
검찰의 ‘정권 코드 맞추기’는 사정 수사에 그치지 않는다. 지난해 정부가 공기업 개혁에 드라이브를 걸기 시작하자 검찰은 공기업 비리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검찰이 기소한 공기업 수사 중 일부는 최근 법원에서 무죄선고가 잇따르고 있다.
미국산 쇠고기의 광우병 위험성을 보도한 MBC 과 비관적인 경제 전망을 인터넷에 올린 ‘미네르바’에 대한 수사는 정권에 불리한 여론을 차단하는 데 검찰이 앞장선 사례다.
정연주 전 KBS 사장을 배임 혐의로 기소해 사장 자리에서 밀어낸 것도 정권의 ‘방송 장악’ 시나리오와 맞물려 있다는 게 정설이다. 촛불집회 등 공안 사건에 대한 강경 대응이나 무리한 진압을 했던 경찰에 대해서는 아무런 처벌 없이 끝난 ‘용산 철거민 참사’에 대한 수사 결과도 참여정부 때라면 불가능했을 것이라는 주장이 나온다.
◇ 검찰총장 임명권이 문제 = 검찰이 정치권력과 갈등을 빚은 때도 있다. 참여정부 시절이다. 노 전 대통령의 “이쯤 되면 막가자는 거지요”로 상징되는 ‘평검사와의 대화’를 시작으로 검찰은 5년 동안 정권과 미묘한 긴장관계를 이어왔다.
노 전 대통령이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수사받던 재독 사회학자 송두율 교수에 대해 포용이 필요하다고 언급했지만 검찰은 이를 일축하고 송 교수를 구속기소했다. 이 사건은 결국 법원에서 주요 혐의 대부분에 대해 무죄가 선고됐다. 강정구 동국대 교수의 만경대 필화 사건에 대해 천정배 법무부 장관이 지휘권을 발동, 불구속 수사를 지시하자 김종빈 당시 검찰총장이 반발해 사퇴하기도 했다.
이는 ‘검찰 개혁’을 정권의 중대 목표로 내걸었던 참여정부로부터 조직을 지키기 위한 저항의 성격이 강했다. 사법제도개혁추진위원회 단장을 지낸 김선수 변호사는 “당시 검찰과 정권 간의 긴장관계는 검찰 권력을 이용하지 않겠다는 노 전 대통령의 결단 때문이었지, 검찰이 노력한 결과는 아니었다”며 “검찰이 자기 조직을 보호하기 위한 갈등이었다”고 평가했다.
정권이 바뀌면서 검찰은 다시 권력의 품으로 돌아갔다. 이명박 대통령과 같은 대구·경북(TK) 출신의 김경한 법무부 장관은 TK 출신들을 중용하며 검찰을 장악했고, 검찰은 법무부를 매개로 정권과 일체가 됐다. 이 대통령이 철거민 등 서민들의 시위를 “떼법”이라고 규정하면 김 장관이 “법질서 확립”을 외치고 검찰은 “엄정 처리”에 나서는 식이다.
법무부는 검찰의 부당한 수사를 관리·감독하며 국민의 인권을 지키는 부처지만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김 변호사는 “현재의 법무부는 장·차관과 요직을 검사들이 모두 장악하면서 철저하게 검찰 입장을 대변하는 기관”이라고 말했다.
서강대 임지봉 교수(법학과)는 “정치검찰화의 근본 원인은 검찰총장에 대한 임명권이 대통령에게 주어져 있기 때문”이라면서 “검찰총장을 정점으로 조직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검사동일체 구조 아래서 총장만 장악하면 검찰 전체가 국민을 위한 공정한 법 집행을 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박영흠기자 heum38@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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