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다시, 바람이 분다

우렛소리 2009. 6. 22. 04:28
다시, 바람이 분다
글쓴이 : 첨맘
출처 : 유시민을 믿고 지지하는 참여시민 네트워크, 시민광장

추도사

안녕하십니까.
유시민입니다.

먼저 고 노무현 대통령님의 유가족을 대신해서 감사 인사를 드립니다.
오늘 많은 어려움을 무릅쓰고 추모공연을 준비하신 연세대학교 총학생회와 성공회대학교 총학생회, 여러 공동주최 단체 대표와 임원 여러분 고맙습니다.
사회를 맡으신 권해효 선생과 공연을 함께 하시는 문화예술인 여러분 감사합니다.
그리고 이 공연장을 찾으신 시민여러분, 동영상으로 공연을 보시는 네티즌 여러분.

정말 고맙습니다.

노무현 대통령님이 훌쩍 떠나신 지 한 달이 다 되었습니다.
수많은 국민들이 상주 된 심정으로 국민장을 치렀습니다.
저도 여러분도 분향소를 찾았던 국민들 모두가 노무현이라는 한 사람에 대해 저마다의 특별한 감정을 느꼈을 것입니다.

아직은 고인의 삶과 죽음을 평가할 때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지금은 기억을 가다듬어야 할 때입니다. 저는, 고인의 삶과 죽음 앞에 제 자신의 모습을 비추어봅니다.
그가 저의 내면에 남기고 간 많은 것들을 조용히 살펴봅니다.
침묵 속에서 내 마음이 내는 소리를 귀 기울여 듣습니다.

내 마음의 대통령 노무현 대통령님을 떠나보낸 후 저는 제 자신에게 물어보았습니다.

왜 그를 사랑했는가?
여러분에게도 물어보겠습니다.
왜 무엇 때문에 인간 노무현, 대통령 노무현을 사랑했습니까?

여러분은 각자 나름의 대답을 가지고 있을 것입니다. 저도 제 나름의 대답을 가지고 있습니다. 저에게 노무현 대통령님은 '좋은 사람'이었습니다.

저는 좋은 사람을 사랑했습니다.

인간 노무현.
그는 반칙하지 않고 성공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자기 자신을 공정한 사회를 만들 수 있다는 희망의 증거로 만들고자 했습니다.
그는 정말 반칙하지 않고도 성공했습니다. 판사가 되었고 변호사가 되었고 국회의원이 되었고 대통령이 되었습니다. 성공한 다음에도 부당한 특권을 누리지 않았습니다. 반칙하지 않고도 성공할수 있는 사회 성공한 사람이 부당한 특권을 누리지 않는 나라! 반칙과 특권이 없는 원칙과 상식이 통하는 사람 사는 세상! 그는 한 순간도 이 꿈을 잊지 않았습니다. 저는 노무현의 그 꿈을 함께 사랑했습니다. 그래서 그의 영광과 좌절 그가 느낀 슬픔과 분노 그의 삶과 죽음까지도 모두 사랑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오로지 그것 때문에만 그를 사랑했던 것은 아닙니다.

제가 정말로 그를 사랑했던 것은 그가, 작은 허물도 매우 크게 부끄러워하는 그런 사람이었기 때문입니다. 대통령이 되기 전에도, 대통령이 된 후에도, 그는 언제나 부끄러움이 많았습니다. 저는 그가 완전무결한 존재이거나 반신반인(半神半人)의 위대한 인물이라 사랑한 것이 아닙니다. 때로 실수를 하고 오판도 하고 잘못도 하는 사람, 그러나 작은 잘못 작은 허물이라도 그것을 깨달았을때는 크게 자책하고 부끄러워하는 사람. 그런 사람인 것을 알았기에 저는 그를 사랑한 것입니다.

어떤 정치사상이나 이념을 변함없이 따르는 것을 우리는 신념이라고 부릅니다.

굳은 신념을 지닌 사람은 존경을 받습니다. 그런데 어떤 정치인을 변함없이 사랑하는것은 정치사상이나 이념을 사랑하는 것보다 어려운 일입니다. 때로 내가 다 이해하지 못하는 것도 믿고 받아들여야 하며, 영광과 명예뿐만 아니라 모욕과 질시도 함께 감당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사람을 사랑하는 일은, 이념을 사랑하는 것보다 더 아름다운 일이라고 저는 믿습니다.

인간 노무현.
정치인 노무현.
대통령 노무현을 한결같이 사랑하는 데는 한없는 인내가 필요했습니다. 때로 심한 모욕을 감수하는 용기도 필요했습니다. 저는 이제 더 큰 용기를 내어 말합니다. “우리는 사랑할 만한 사람을 정말 사랑스러운 사람을 사랑했습니다."

노무현 대통령님이 훌쩍 이 세상을 떠나신 다음, 눈물이 잠시도 그치지 않았던 때 서울역 분향소에서 연세 지긋한 시민 한 분이 저를 위로해 주셨습니다. “슬퍼하지 마세요. 노무현 대통령은 죽지 않았습니다. 많은 국민의 마음속에서 대한민국 역사 안에서 영원히 사실 겁니다.” 그분의 위로를 오늘 여러분에게 전합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낸 여러분. 우리 모두 서로 따뜻한 위로를 나눕시다.

저의 가슴에 여러분의 가슴에 인간 노무현의 기억과 사람 사는 세상의 꿈이 영원히 지워지지 않을 것을 믿습니다.

여러분 사랑합니다.

노무현 대통령님
사 랑 합 니 다




2009. 6. 21, 유시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