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 정부, 참여정부는 6월 항쟁의 산물”
지금은 역사의 밀물을 위해 함께 힘써야 할 때
2010연대 <유시민과의 대화>에서 질의응답시간 내용입니다.
긴 분량이라 특히 관심이 많을 부분만 추렸습니다.
발언이 시작되는 부분에 첨부 동영상 해당 시각을 표시해두었습니다.(편집자 주) |
□ 노무현 대통령님, “어떻게 한나라당과 민주노동당이?”
(42:00)노무현 대통령님 계셨을 때, 대통령님이 굉장히 황당해했던 일 중 하나가 민주노동당과 한나라당이 야권연대를 하는 거세요. 대통령님 하신 말씀이 기억납니다.
<참 기가 막히는 일이다.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나. 연대라는 게 정책의 유사성을 초월해서 여야관념으로 나누어서 야당끼리 연대하는 건 괜찮고, 여야가 협력하는 것은 안 되냐? 야당연대라는 이름으로, 한나라당과 민주노동당이 오른쪽과 왼쪽 양끝에서 참여정부를 공격하던 정당들인데 어떻게 연대를 하냐>는 거예요. 도저히 이해가 안 된다고 말씀하신 장면이 아직도 기억납니다.
그렇게 하면 안 됩니다. 그런 것들은 과거 공작정치가 판치던 때의 어두운 역사적 유산에서 온 콤플렉스에요. 여야를 불문하고 정당들은 정책의 유사성을 중심으로 연대, 협력하는 것입니다. 저는 그렇게 앞으로 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 나라 없는 백성이었던 진보자유주의자들, <국민참여당>이라는 국가 만드는 중
(54:28)제가 만약 서울시장에 출마한다거나, 예를 들어, 가상적으로(웃음), 경기지사에 출마한다면 저는 4대강 반대를 공약으로 걸 겁니다. <내가 경기지사 되면 4대강 사업 협력 못한다, 경기도지사가 갖고 있는 모든 권한으로 이 사업 못하게 할 것이다.> 이렇게 공약할 겁니다. 지방선거라 할지라도 어떤 급의 선거냐에 따라서 지역밀착형 공약이 중점적으로 다루어지는 선거가 있는가하면 커다란 중앙이슈가 문제가 되기도 합니다. 그런 양면이 다 있기 때문에, 우리당으로서는 독자적으로 해나가겠습니다.
과도한 사명감일지 모르겠지만, 우리마저 좌절하면 대한민국 정치에 희망은 없다는 각오로 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친노세력, 저희는 <진보리버럴>이라고 표현합니다만, 저희 진보자유주의자들이 민족은 있으나 국가는 없는 상태였는데, 이번에 국민참여당으로 국가시스템을 만드는 겁니다. 우리도 나라 없는 백성 면하고 우리가 원하는 정당 만들어서 잘해보자, 이렇게 하고 있습니다.
다만 우리 뜻이 이렇게 좋다 하더라도 국민들이 그것을 다 알고, 당신들 잘났으니까 당신들이 다해, 이렇게 할 리가 없죠. 당연히 우리가 실력을 검증받고 그럴 능력 있다는 것을 국민들에게 인정받고 사랑받을 때까지는 필요한 연합과 연대를 해야 하는 겁니다. 왜냐하면 당장, 다수의 국민들이 이 정부정책에 반대하고 있고 한나라당 정권이 5년 안에 끝나기를 바라고 있지 않습니까? 이런 요구를 하는 분들 중에는 보수적인 분도 있고 아주 진보적인 분도 있고 참여당을 지지하는 분들도 있지만, 참여당을 지지하지 않고 다른 당을 지지하는 분들의 소망이라도 우리당원과 지지자들의 소망과 공통된 것이라면 당연히 실현하기 위해서 노력해야 되는 것이고, 그런 면에서 참여당은 연대에 대해 적극적으로 임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당 지도부에서 오늘 토론 끝나면 너무 그 얘기 많이 했다고 혹시 뭐라고 할지도 모르겠는데(웃음), 적극적으로 이 문제를 논의했으면 좋겠다고 말씀드리려 합니다.
□ 정당은 정당으로 시작해야
(59:40)그 점은 당당하게 말씀드립니다. 다른 걸로 인기 얻어서 그걸로 정당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시민단체 잘해서 그것을 정당으로 바꾼다? 불가능합니다. 정당은 고유의 역동성과 고유의 필요성과 고유의 원리가 있습니다. 여러분 잘 아시겠지만, 다른 영역에서 잘 활동하셔서 인정받은 분들이 정치에 와서 잘 못하는 경우도 많죠. 보통 밖에 계신 분들이 정치라는 업계를 너무 만만하게 봅니다. 여기처럼 경쟁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온갖 권모술수, 합법과 불법의 경계가 불분명한 데가 없습니다. 여기는 인간이 동원할 수 있는 모든 간악한 꾀와 가장 고결한 지혜가 한꺼번에 동원되는 곳입니다.
정당이란 것은 처음부터 어떤 정당을 만들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누군가가 제안을 하고 움직이고 사람들이 모여서 만드는 것이지, 다른 무엇을 해서 정당이 만들어지는 일은 결코 없다,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그렇게 해서는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고 봅니다.
국민참여당이 이제 막 만들어져서 바로 선거를 맞게 되는데 참 괴롭습니다. 1-2년 더 시간이 있으면 좋겠는데. 그런데 국민참여당 준비가 작년 여름부터 시작해서 1년이 넘었습니다. 선거가 8개월 앞으로 다가와 있습니다. 지방선거 끝나고 준비하면 다음 총선 때까지 또 1년 반 밖에 없습니다. 왜 선거 앞두고 창당하느냐 하는데 선거가 1년, 2년마다 계속 있기 때문에 정당을 만들면 언제나 그 바로 뒤에 선거가 있어요. 선거 앞두고 정당을 만들지 않을 방법이 없습니다. 정당을 만들면 무조건 선거가 다가오거든요. 그 점을 현실로서 받아들여주셨으면 좋겠습니다.(61:34)
□ “정당의 당원은 물질계의 원자. 좋은 정당은 절대로 정치인들이 만들어주지 않습니다. 참여만이 현실을 바꿉니다.”
(66:48)한 가지만 말씀드리면 국민참여정당 당원이 만 오천 명 정도 되는 것 같아요. 정당에서는 당원이 물질세계의 원자에 해당됩니다. 더 쪼갤 수 없는 단위라는 점에서. 원자는 원래부터 있는 것이지 누가 만들 수 없어요. 참여당 당원 만 오천 명이 결코 많은 숫자가 아니죠.
많은 분들이 정치에 대해 말씀하실 때 정치인이 정당이 국민에게 이걸 해줘야지, 말씀하시는데 옳은 말씀입니다. 그러나 정당을 만드는 건 국민이 해줘야 하는 일입니다. 어느 정당이 국민을 위해 좋은 정책을 펴는 것은 그 정당의 의무죠. 그러나 그런 정당이 존재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은 국민 개개인의 의무입니다. 정당은 원래, 자기 지향과 요구를 자각한 의식이 깨어있는 개인들의 자발적인 정치 결사체로 있는 것이 정당입니다. 이런 고유한 의미의 정당이 드물었죠. 민주노동당이나 진보신당은 그런 정당이지만, 지금 국정을 좌우하는 큰 정당들은 솔직히 그런 정당이라고 말할 수 없습니다. 물질세계를 구성하는 토대로서 원자와 같이, 정당을 구성하는 기본 토대로서 당원이 존재하지 않는 것입니다.
참여당과 같은 정당은 국회의원도 한 사람 없고 누가 창당자금 대주는 사람도 없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시민들이 참여해서 만들어주지 않으면 탄생 자체가 불가능한 정당이죠. 인터넷 중계 보시는 시민들에게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정당 참여하는 게 뭐 어려운 일인가요? 한 달에 커피 두 잔 값에 만원 당비 내고, 가끔씩 홈페이지 방문해서 글도 남기고, 당에서 사회적으로 좋지 않은 일을 개선하기 위해 오프라인에 잠깐 나가서 참여하는 게 평당원들이 하는 사실상 전부 다인데 그 정도도 못해주시나요? 왜 민주노동당, 진보신당에도 그렇게 적게 참여를 하시고, 국민참여당에도 만 오천 명밖에 안 됩니까? 이건 문제가 있습니다.
좋은 정당은 절대로 정치인들이 만들어주지 않습니다. 그 점은 분명하게 말씀드립니다. 깨어있는 시민들이 직접 참여해서 약간의 번거로움을 감수하며 자기 의사표명하고 참여하지 않는 한, 대한민국에 영원히 여러분이 원하는 정당은 안 나올 것입니다. 백날 이해관계에 몰두하고 정쟁에 몰두하는 정당들에 대해서 아무리 욕을 해도 그 현실은 절대 바뀔 수 없습니다. 오로지 그렇지 않은 정당을 건설하는데 많은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함으로써만 그 현실이 바뀝니다.
정당과 정치인에게만 의무가 있는 것이 아니고 민주공화국 시민 개개인에게 좋은 정당을 만드는데 참여할 의무가 있습니다. 그 점 말씀드리고. 되도록 국민참여당에 많이 입당해주십시오.(웃음)
□ “국민 여러분, 저희가 연대해서 야권 후보 한 명만 내겠습니다. 꼭 투표장에 가주세요.”
(86:41)국민들이 요구하는 건 아, 이거 잘못 뽑은 것 같다, 한나라당에 너무 많이 줬다, 이명박 대통령을 좋아서 뽑았는데 좀 아닌 것 같다, 그렇다고 중간에 나가라 할 순 없는데 아주 잘못된 정책은 좀 안했으면 좋겠다, 그런데 계속하니 야당에서 좀 말렸으면 좋겠다, 이런 게 전반적인 국민들 분위기라고 봐요. 그런데 내년, 내후년 가게 되면 국민들이 더 심각해져서 어느 수준으로 가냐면, 한나라당 지지안하는 70%가 다 요구하는 건 아니지만, 한나라당을 명시적으로 지지하는 유권자들보다 더 많은 유권자들이 전체적으로 이 정권을 끝내야 한다고 요구할 것입니다. 지금 그런 상황이죠. 그때 책임 있는 정치세력, 정치인들이 해야 하는 일은 행동프로그램을 제시하는 것입니다. “자, 국민여러분, 이것을 끝내기 원하십니까? 그럼 지금부터 우리 이렇게 하겠습니다. 국민여러분 이렇게 해주세요.”
제가 제시하는 행동 프로그램은 내년도 지방선거에서 전국적으로 한나라당과 다 1:1로 붙인다는 겁니다. 그 후보에게 표를 찍어주십시오, 라는 행동계획을 발표하는 것이다. 연대란 구체적으로 “내년 선거에서 국민여러분은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을 대표해서 나온 후보 한 사람과 그에 반대하는 모든 야당의 정치세력을 대표해서 나온 후보 한 사람을 보게 될 겁니다. 저희가 연대해서 그 후보 한 사람을 만들어 낼 테니까 여러분은 투표장에 꼭 가서 그 후보에게 표를 찍어주십시오.” 이것을 하자는 것이죠, 제 얘기는.
더 구체적인 것은 누구를 후보로 하느냐, 이런 문제들이니까 그건 정치하는 분들이 모여서 국민 뜻 살펴서 상의해야겠죠. 나는 출마 안하겠어, 하는 사람에게 그래도 조국과 겨레를 위해서 당신이 해야 한다고 요청한다든가, 출마하고 싶어 몸살 난 분에게 당신은 안하는 게 좋겠어, 라고 해주든가. 이런 조정을 해줘야 하는 겁니다. 그러기 위해서 연대가 필요한 거죠.
백날 이명박 대통령의 잘못된 정책을 말로 비난하고. 물론, 의미 있습니다. 촛불집회도 다 의미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만으로 바뀌지 않습니다. 바꿀 수 있는 길이 다 있는데, 바꿀 수 있는 길을 활용하지 않고 말로만 하면 뭐합니까. 야당들이 지금 4대강이나 부자감세, 미디어법을 가지고 한나라당이나 이명박 대통령을 비판하는데 그칠 것이 아니고, 책임 있는 야당이라면 이런 행동프로그램을 내놓아야 합니다. 정치인들은 정치인대로 자기들이 무엇을 할 것이며 후보는 누구를 세울 것이며 공통의 공약은 무엇으로 할 것이며 <우리가 다 할 테니까, 국민 여러분은 자원봉사해주고 후원금 보내주고 투표장에 와서 찍어주세요>, 이것을 명확하게 얘기하는 것이야말로 이 시기에 책임 있는 야당정치인과 정당들이 해야 하는 얘기라고 봅니다. 그런데 그 얘기를 안 하고 지금 뜬구름 잡는 얘기만 하고 있지 않습니까.
앞으로 더 많은 토론이 필요하겠지만, 명료하게 말씀드리는 것은 말이 아니라 행동계획을 내놓아라, 이것이 대중의 요구입니다. 그리고 책임 있는 정치인들은 이 요구에 부응하는 행동을 해야 합니다. 이 점이 제가 이 좌담회에 나온 이유입니다. 저는 아직 책임 있는 지위에 있는 정치인은 아니지만, 주관적으로 책임의식을 갖고 있기 때문에 나름 고민하면서 이 얘기를 드리는 것입니다.
□ “국민의 정부, 참여정부는 6월 항쟁의 산물. 진보정당들도 역사적으로 소유권과 지분이 있다.”
(102:07)다만, 이 문제와 관련해서 이렇게 질문 나오는 배경과 관련해서 한 가지만 부탁을 드리고자 합니다. <최대주의>라는 건데요. 여러분 모두 참여정부에 대해서 반대할 점, 비판할 점을 한 가지씩은 다 발견하실 수 있을 겁니다. 어느 정부가 들어서도, 민주노동당이나 진보신당이 집권했다 해도 그 정권에 반대할 만한 일을 한두 개 찾는 것은 결코 어렵지 않습니다. 그런데 어느 정부가 한 백가지 정책 중에서 열 가지 정도 반대할 만한 것을 발견했다 해서 그 정부를 적으로 몰고 적대세력으로 모는 것은 결코 현명한 태도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공개적인 제안을 드립니다. 저는 국민의 정부, 참여정부가 결코 중도보수, 자유주의자들만의 손으로 만든 정권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국민의 정부, 참여정부는 6월 항쟁의 산물입니다. 6월 항쟁은 보수와 진보를 불문하고 모든 민주세력이 다함께 참여해서 일구어낸 승리의 역사였습니다. 저는 진보정당들도 역사적으로 국민의 정부, 참여정부에 대해서 소유권과 지분을 갖고 있는 정치세력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그 분들이 그것을 신자유주의라는 말 한 마디로 적대세력으로 돌려세워서 그 유산을 거부했기 때문에 유산을 못 받은 것이죠. 저는 지금이라도 진보정당들이 그 유산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는 민주당만의 독점물도 아니고 참여당의 독점물도 아닙니다. 그 분들은 두 분 다 한 시대를 이끈 지도자들이었고, 그 분들의 사상과 철학, 정책이론 속에는 하나의 정당에 다 담기 어려운 복잡한 요소들이 있습니다. 그래서 민주당은 민주당대로 자신들이 갖고 가고 싶은 부분들을 가져가고, 참여당은 참여당대로 자기가 원하는 부분을 가져가고, 진보정당들은 진보정당들대로 거기서 자기가 챙겨갈 부분을 챙겨갈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안타깝게도 그 모든 것을 신자유주의라는 이름으로 이렇게 추상화시키고 절연해버리고 나면, 진보의 성장이라는 것도 역사 속에서 이루어지는 것인데 이렇게 역사를 우리 스스로 단절해버리고 무엇에 의거해서 우리가 새로운 집을 지을 것인가, 이런 점에서 정말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습니다.
저는 진보정당분들에게 이 자리를 빌어서 오래 생각하고 있던 내용입니다만, <김대중, 노무현 두 대통령으로부터 유산을 가져가시라> 왜 그 점에 대해 한 말씀드립니다. 그 두 분과 만들었던 정부는 우리들 모두의 공통의 자산입니다. 우리가 함께 이 자산을 관리해야 하고, 분화해나가더라도 이 자산을 바탕으로 분화해나갈 수 있는 것인데, 우리가 일종의 최대주의적 경향에 사로잡혀서 몇 개의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이 있으면 그것으로 배신자로 간주하고 이렇게 해버린 것이 아닌가, 이 점이 평소에 늘 안타깝게 생각하는 대목입니다. 보수는 절대 그렇게 하지 않죠.
앞으로 연대를 논의하는 과정에서도 이 연대가 국민의 정부, 참여정부에 갇히지는 않겠지만 그것을 기반으로 해서 얼마든지 논의가 이루어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 직업으로서의 정치, 직업으로서의 저술
(115:99) 정치하지 마라, 노무현 대통령 말씀인데. 직업으로서의 정치. 아직은 제가 안하고 있죠. 생업 없이 정치만으로 살아가는 게 직업으로서의 정치겠죠. 지금 저는 지식소매상으로 직업생활을 하고 있고 당에서는 그냥 평당원입니다. 가끔 이렇게 이런 데 나와서 담론의 영역에서 이야기하는 이런 것이 제가 하는 정치죠. 노무현 대통령께서 왜 정치하지 마라 하셨나 생각해보면 저한테 여러 차례 그런 말씀하셨는데. 제가 그랬죠. 3월에, 돌아가시기 두 달쯤 전이었네요. 그 날 갔을 때 텔레비전에 많이 나왔는데, 기자들이 300명 진을 치고 있더군요, 문 앞에.
그 날도 “자네는 정치하지 말고 대학에서 강의하고 책 쓰고 특강 다니는 게 좋겠다” 고 하셨어요. 왜냐하면 가면 늘 책 이야기를 나눴거든요. 제가 요즘 쓰고 있는 책, 읽고 있는 책, 그런 얘기를 서로 나눴기 때문에. 그래서 제가 “대통령님 그럼 정치는 누가 합니까? 정치는 그럼 능력도 없고 마음씨도 나쁘고 그런 사람만 정치합니까?” 그랬더니. “아니, 정치는 정치 말고는 다른 게 할 수 없는 사람들이 이미 있으니까 그 사람들이 정치하면 되고. 자네는 다른 것도 많이 할 수 있으니까 다른 거 하는 게 낫지. 사과농사 지을 때 솎아주고 가지 치는 것도 사과를 굵게 만드는데 매우 중요한 일이지만, 근본적으로는 역시 관개, 물을 잘 대주고 거름을 잘하는 게 농사의 기본 아니냐. 그래서 책 쓰고 강의하는 것이 농사로 치면 기본이고, 정치를 하는 것은 기술이다.” 그런 취지로 저한테 말씀하셨어요.
저도 책 쓰고 이렇게 사는 게 좋아요. 왜냐하면, 직업으로서의 정치라는 것이 참 고달프거든요. 노무현 대통령 남긴 유고에 보면 소득세를 내지 못하는 처지에 대한 한탄이 여러 군데 남아 있어요. 직업으로 정치를 하는데 국회의원은 떨어지고 야인으로 십년 가까이 세월을 보냈잖아요. 뭐 먹고 사느냐고 사람들이 물어볼 때 뭐라고 대답할 것이냐. 후원에 의지해서 살아가는 사람의 고달픔, 당당하지 못함, 이런 것에 대한 회한이 곳곳에 육필로 남아 있습니다. 내기 싫어서 안 냈겠나? 소득세를?
2002년 대선 예비후보경선 때 박원순 변호사님 주도하에 후보들 메니페스토 해서 정치자금, 선거자금 공개하겠다고 서명하라 했는데 끝까지 안 한 사람이 딱 한 명 있었어요. 노무현 후보가 끝까지 안 했죠. 그것 때문에 원망과 비난을 많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할 수 없었다고 그러시더군요. 거기 서명하는 순간 거짓말을 해야 하기 때문에. 공개할 수 없는 정치자금의 지출이 너무 많고, 그 지출을 감당하는 정치자금의 조달내용을 공개하는 것이 지금 불가능하다, 제도가 안 되어 있기 때문에.
그 얘긴 “너 어제 어디서 잤는데?” 물어보면, 조그만 라면상자 하나를 방 안에 두고 모범답안은 “저 안에서 잤습니다”가 답인 거예요. 누구도 그 안에서 잘 수 없다는 걸 다 아는데 후보들이 전부 거기 서명하고 거짓말한 겁니다. 도저히 양심상 거기 서명 못하겠다고 끝까지 안했죠. 시민운동하시는 분들이 이런 점에 대한 배려가 부족한 것 같아요. 시민단체활동을 하시는 분들의 그 순수한 마음만큼, 그렇게 순수한 마음을 가지고 정치하는 사람들도 있다는 거죠. 시민단체하면 좋죠. 90%, 100%의 국민들이 박수쳐주잖아요. 정치하면 아무리 많아도 51%박수쳐주고 49%가 반대합니다. 온갖 듣도보도 못한 험담과 모함, 비방이 판을 치고요. 자기 자신뿐만 아니라 가족까지 다 거기에 휘말려 들어가게 됩니다.
직업으로서의 정치는 이런 것이죠. 참 구차하고 비루하고 구질구질하고 왕왕 처참합니다. 어떤 공직후보자가 소득세 납세실적 없다고 막 비난하는 분위기. 정치는 소득이 발생하지 않으니까 소득세를 낼 수 없죠. 정치하는 그 자체가 죄악인 것처럼 그렇게 취급하는 분위기. 그렇게 말하는 것이 지성을 자랑하는 유효한 방법인 것처럼 하는 지식인들의 행태. 이런 것들이 우리 정치를 망가뜨리고 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누가 하고 싶겠나? 직업으로서의 정치에 발을 들여놓는 순간, 모든 사람들이 의심하기 시작하고 손쉽게 비난하고 자기의 내면을 버선목 뒤집듯이, 내 동기는 권력욕이 아니고 봉사정신이란 것을 보여줄 수도 없죠? 입증불가능한 것 아닙니까? 직업으로서의 정치는 그런 겁니다. 박원순 변호사님 절대 출마 안한다? 제가 100% 이해합니다. 인간적으로 도저히 출마하시라고 권할 수 없어요. 부산의 문재인 비서실장께서 선대위원장 맡아주고 선거유세 마이크도 안 잡으셨어요. 제가 그 마음을 다 이해합니다. 양심상 도저히 실장님도 정치하셔야 합니다, 말을 못합니다.
□ 한나라당 정권 끝내자는 말이 대권도전처럼 와전
(122:11)
내가 할 수 있을지 모르나 다른 사람보고 같이 하자고 말하기는 정말 어려운 것이 직업으로서의 정치입니다.
저도 지금 두렵습니다. 당원으로 입당하면서도 무척 두려웠고요. 앞으로 받게 될 비난, 비방, 모함, 곤경, 이런 것들 예측해볼 때 정말 하기 싫었습니다. 그래서 지금 당원만 하고 있잖아요.(웃음) 더 심한 걸 하면 정말 못 견딜 것 같아서 발만 살짝 담그고 있습니다.
저는 아직 직업으로서의 정치는 안하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시간을 책 쓰는데 보내고 있고, 일주일에 하루나 이틀 정도만 이런 활동을 합니다. 앞으로 어떻게 될 지는 잘 모르겠어요.
어제 대권도전 선언했다, 이렇게 기사가 났던데. 제가 한나라당 정권을 5년으로 끝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 얘기했고, 얘기하다 보니 한나라당 후보 말고 다른 사람이 대통령이 되어야 정권이 끝날 거 아니에요. 그래서 여론조사 지지율이 저도 조금 나오니까 혹시 제가 될 수도 있으면 될 수도 있는 거고(웃음) 제가 안 되면 다른 분이라도 생각 비슷한 사람이 되도록 돕고 이렇게 하겠다고. 5년으로 한나라당 정권을 끝내야 된다는 것을 강조하는 말로 한 건데, 제가 표현을 부적절하게 해서 대권도전선언처럼 되어버렸다. 큰 일 났다. 오늘 집에 들어가면...앞이 캄캄하다.(웃음)
(126:02) 그것 참 오보라고 하기에도 그렇고.(웃음) 해석에 따라서는 그렇게 볼 수도 있거든요. 저는 대한민국 국민이고 헌법과 법률에 의해서 피선거권 가진 사람이잖아요. 어찌 보면 아주 상식적이고 당연한 얘기를 한 건데 시기가 민감해서 그런지... 그렇게 해석될 소지가 있다. 오보라고 말할 수는 없죠. 그런데 발언 취지가 대통령 선거가 몇 년이나 남았고 당장 지방선거가 내년으로 다가와 있고 연대문제가 초미의 관심사가 되어 있는 이 시국에, 제가 지금 대통령 선거에 출마하겠다고 선언할...(웃음) 그런 상황이 됩니까? 오보는 아니고 저의 표현 미숙으로 말미암아 대권출마선언으로 오인될 수 있는, 오해될 수 있는 보도가 나갔다. 그렇게 정리하죠. 저는 지금 어디건 출마계획을 구체적으로 갖고 있거나 그런 게 없습니다.
□ 대통령은 지지층이 좋아하는 일만 할 수 없어
(152:08)노무현 대통령 지지율 하락을 많이 말씀하시는데 어떨 때는 대통령을 만들어줬던 지지층이 등을 돌려서 지지율이 하락하기도 하고, 어떨 때는 반대쪽에서 하도 심하게 하니까 하락하기도 하고, 그렇게 왔다갔다 했어요. 저도 정치하면서 제일 두려운 것이 지지층을 만족 못 시키는 것입니다. 필연적인 모순인데요. 유권자의 3-40%가 밀어서 대통령이 되는데, 대통령은 그 순간 온 국민의 대통령이 됩니다. 기본적으로 자기 지지층이 좋아하는 것만 할 수 없습니다.
지지해준 분들이 그 대통령에 대해서 정치적 소유권을 주장하기 시작하면 그 다음부터는 대통령이 통합의 능력을 발휘하는 것이 불가능합니다. 저는 노무현 대통령을 5년간 모시면서 저는 <정말 이 자리는 어려운 자리다, 무서운 자리다, 많은 오해를 받을 수밖에 없고, 하기 싫은 일도 할 수 밖에 없다>라는 두려움을 크게 느꼈습니다. 절대 사람들이 대통령의 입장에서 대통령을 이해해주지 않아요, 자기 입장에서 대통령을 보는 것이지.
과연 한미FTA를 추진한 것이 배신자로 규정하고 민중의 적으로 규정할 만한 일이었는가. 이라크파병을 대통령이 역사적으로 잘못된 일이라 단죄 받을 것이라고 스스로 생각하면서 파병을 했는데 그것을 그렇게 부시 대통령의 노리개 취급을 할 정도로 잘못된 일이었느냐, 저는 그런 것에 대해 의문을 갖고 있습니다. 그런 잣대로 대통령을 재기 시작하면 누구도 그 대통령 자리에서 남아나지 못할 것입니다.
선출직 공직자 중 최고위인 대통령 자리에 올라가면 가장 무서운 것이 뭐냐. 자기를 찍어준 사람들이 정치적 소유권을 주장하면서 옴짝달싹 못하게 묶어 놓을 때. 그것이 가장 두려운 일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제 소회를 말씀드리면, 2003년 2월 25일날 청와대에서 취임식하는 것을 지켜보면서 내가 아는 노무현은 이제 끝났다, 오늘은 내가 알고 있던 노무현을 떠나보내는 날이다, 그렇게 생각했어요. 대통령 취임한 이후 노무현은 경선과 대통령 선거과정에서 내가 봤던 노무현과 전혀 다른 사람이 될 지도 모른다, 그런 생각을 했어요. 그러나 내가 지지해서 당선시킨 사람이고 내가 믿기 때문에, 결코 나쁜 어떤 의도나 뜻을 가지고 결정할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때로 내가 이해를 잘 못하더라도 일단 저 사람이 하는 일을 나는 지지해줘야 된다, 이렇게만 소박하게 생각하고 5년 동안 일했습니다. 이것이 잘못일까요?
저는 무서워서 대통령 못할 것 같습니다. 더군다나 진보진영까지 연합해서 누가 대통령 되었다 생각하면 겁나죠. 단 한 가지라도 요구에 어긋나는 일을 하면 곧바로 돌멩이가 날아옵니다. 정말 무서운 일이고 운명적인 일이고 아무나 할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제가 정치에 대해 가장 망설이는 이유 중 하나는 바로 이 두려움 때문입니다.
□ 노무현 대통령이 이명박 대통령처럼 지지층에게만 충실했다면?
(156:11) 이명박 대통령을 너무 미워하시지 마세요. 이명박 대통령은 자기를 지지해주는 사람들에게 너무나 충실하게 하고 있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이 똑같은 방식으로 했다면 어떤 문제에 봉착했을까요? 제가 지금 이명박 대통령에 대해서 갖는 불만은 자신을 지지하지 않았던 사람들에 대해 너무 고려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노무현 대통령은 반면에 자기를 지지한 사람을 배려하지 않았다고 해서 엄청 욕을 들었죠. 정반대로 지금 가고 있는 겁니다. 어느 것이 좋을까요? 저는 노무현 대통령 쪽이 좋았다고 생각합니다. 지지층을, 배신이라는 표현이 적합하다고 가정한다면, 굳이 배신하려면 국가를 위해 지지층을 배신하는 게 낫지, 지지층을 만족시키기 위해서 국가를 사유화하는 것만큼 나쁜 것은 없다,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제가 옛날에 김대중 대통령에 대해서도 시사평론할 때 아주 못되게 비판한 적이 딱 두 번 있는데요. 돌이켜보면 비판할 만한 내용이었지만 그런 방식으로 비판할 것은 아니었습니다. 비판을 받는 사람이 비판받을 만한 일을 했다고 해서 모든 비판이 다 정당한 것은 아니다, 그런 생각을 하게 됩니다. 비판은 좋은데 제대로 된 비판을 했으면 좋겠습니다. 이 말 하면 안 되는데 (웃음) 저도 그동안 한이 쌓여가지고 말씀드렸습니다.
□ 진보도 보수도 생각 다른 사람을 인정해야 보도의 원칙에 대한 아쉬움
(133:48) 최악의 보건복지부 장관으로 선정되어 국민불신임장을 받았을 때
(148:48) 김선일씨 납치와 꼬다리 만두사건
□ 지금은 역사의 밀물을 불러들이기 위해 힘써야 할 때
(165:47)제가 요즘 즐겨 쓰는 표현입니다.
“역사의 밀물이 들면 진보의 모든 배가 함께 떠오른다.”
지금 시민단체가 굉장히 어렵죠. 열린우리당이 소멸되고 민주당 지지율이 옛날 열린우리당 지지율의 반토막이 되었지만 진보정당의 지지율이 안 올라갔죠. 짝퉁을 퇴출시켰는데 명품이 안 팔립니다. 이상한 현상입니다. 시민단체들도 굉장히 어렵습니다. 청와대 정무수석 등은 자신들이 시킨 게 아니라고 하지만, 분위기 이러니까 기업들도 시민단체와 협약한 것을 다 깨트립니다. 이렇게 되니까 모든 진보의 배가 다같이 가라앉는 거죠. 지금 상황이 그런 상황입니다.
지금 정치를 하는 분들은 역사의 밀물을 만들어야 합니다. 자기 배만 띄우려 할 게 아니고 역사의 밀물을 불러들여야 합니다. 밀물이 오면 큰 배는 크게 떠오르고 작은 배는 작게 떠오릅니다. 각자가 실을 수 있을 만큼 짐을 싣고 항해에 나서게 되죠. 지역에서 열심히 시민운동하는 분들이 더더욱 힘든데 이분들이 살맛나게 활동할 수 있도록 돕는 일은 역사의 밀물을 다시 불러들이는 것입니다. 이게 제가 해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구체적으로 그 일을 어떻게 극복해야 하는지는 그 분들이 더 잘 아시죠. 지금은 환경이 너무 나쁘다는데 문제가 있는 거니까요. 지금은 다양한 활동을 하시는 분들이 직면한 환경을 전면적으로 개선해야 하는 일을 해야 할 때입니다.
저는 2010 지방선거를 맞아서 큰 틀의 연대를 실현하는 것이야말로 역사의 밀물을 불러들이는 첫 단계의 작업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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