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뉴스 2007-12-20 20:3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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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최경준 기자]
"대구에서 유권자들에게 신임을 받으면 앞으로 국민 위해 봉사할 기회를 얻는 것이고, 신임 받지 못하면 임무가 종료되어서 해고되는 것이죠."
17대 대선이 끝났다. 예상대로 범여권의 참패다. 각당 캠프 해단식이 '눈물' 속에 막을 내리면서 17대 대선 역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고 있다.
대선 다음 날인 20일, 유시민 대통합민주신당 의원도 예정대로 대선 캠프의 짐을 싸들고 이사갈 준비에 여념이 없었다. 나고 자란 고향 대구, '보수의 아성' 대구로 간다. 그는 이미 내년 4월 총선에 현 지역구인 고양시를 떠나 대구에서 출마할 의사를 밝힌 바 있다. 대선 기간 틈틈이 대구에 사무실도 냈다. 대구 중에서도 가장 보수적으로 알려진 수성구다. "객관적으로 보면 한나라당의 압도적인 당선이 예상되는 지역"에서 그는 "당선을 목표"로 하고 있다.
"대구에서도 진보적 정치인이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 만약 언제까지나 성공할 수 없다면 영원히 대구는 보수의 아성으로 남아있을 것 아닌가."
'노무현의 정치적 경호실장'에서 '정치인 유시민'으로 "누군가 해야 될 일이고 할 가치가 있는 도전이라면 제가 해서 나쁠 것 없지 않느냐"며 여유를 보인다. 그러나 그에겐 '떨리는' 모험일 수밖에 없다. 대구가 '한나라당의 텃밭'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그는 정치 인생에서 첫 '홀로서기'를 시도하고 있다.
'바보 노무현'을 구하기 위해서 정치권에 뛰어든지 5년, 그와 '노무현'은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였다. 국회의원 재선에 성공했고, 참여정부에서 보건복지부 장관을 지냈다. 그의 앞엔 늘 '노무현의 대변인', '노무현의 정치적 경호실장'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녔다. 그가 이제 "유시민의 목소리"를 찾아 나선 것이다.
"모든 것이 새롭게 시작되어야만 하는 상황이다. 지금까지 노무현 대통령의 후보시절부터 시작해서 제가 하는 정치가 주로 노 대통령과의 관계속에서 주어졌던 측면이 있었다. 이제는 노 대통령 없이 저 혼자 정치를 해야 하는 입장이기 때문에 원래 저의 목소리, 원래 저의 생각, 원래 저의 삶의 방식을 온전하게 찾아보고자 하는 욕구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고 '친노'의 흔적까지 지울 마음은 추호도 없다. 오히려 그에게 '친노'는 자부심이다.
"저는 대표적인 친노 인사로 일컬어졌다. 노 대통령과 함께 지난 5년간 정권창출하고 국정을 운영하고 입법부에서 활동했던 것을 굉장히 큰 영광으로 생각한다. 이 시기에 국민 평가가 좋지 않지만, 최선을 다해서 우리의 할 일을 다 했다는 자부심은 영원히 잃지 않고 살아갈 자신이 있다."
그래서일까? 유 의원은 BBK 의혹에도 불구하고 이명박 후보가 압승한 이유를 "한나라당의 높은 정당 지지도와 국민들 속에 굳어있는 '10년 맡겼으니 한 번 바꿔봤으면 좋겠다'는 기대 심리가 이명박 후보를 (압도적으로) 당선시킨 근본적 동인"이라고 분석했다. 이는 "노무현 정부의 심판에 대한 정서 때문에 어쩔 도리가 없었다"(최재천 대변인)는 통합신당 전반의 평가 기조와 다소 차이를 보인다.
유 의원은 특히 "5년 전 김대중 정부의 국정수행 지지도가 16%밖에 안됐지만 노무현 후보가 승리했다, 여당이 선거에 지면 모든 것이 대통령의 책임이냐"며 "참여정부에 대한 낮은 국정 수행 지지도를 상쇄하고 남을만한 다른 강점을 확보하지 못했던 것도 하나의 패배 원인"이라고 강조했다.(그러나 김영삼 전 대통령의 경우 임기말 IMF 외환위기로 8.4%의 최저 지지율을 기록했고 그것이 정권교체로 이어졌다는 분석이 일반적이다-편집자주.)
그는 이어 "지금 시점에서도 계속 한 정당의 소속 후보가 큰 표차로 패배했는데, 그 원인을 자기 자신이 아닌 다른 곳에서 찾으려 한다면 이번 패배에서도 우리가 결코 배울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친노의 전망? 중요하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대선에서 '노무현 심판론'의 광풍 앞에 친노그룹의 입지는 현저히 축소됐다. 이들의 앞날은 어떻게 될까? "중요하지 않다"는 게 유 의원의 일성이다.
"김영삼·김대중 전 대통령처럼 민주화 투쟁을 하면서 가신그룹·참모그룹을 구축하고 있던 지도자의 경우, 정치 퇴임 이후에도 현실 정치하에서 정치적인 위력을 발휘한 경우가 있다. 그러나 노무현 대통령은 그런 분이 아니다.
친노세력은 2002년 대선 과정에서 반칙과 특권이 없는 사회, 지역주의 타파, 국민통합을 이루고자 하는 가치 지향의 동일성에 입각해서 모인 사람들이다. 이런 가치 지향은 앞으로도 계속된다. 그러나 노 대통령과의 인적 관계로 계속 모일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면서도 유 의원은 "일부 보수언론이 '실체없는 386'에 대해 그랬던것처럼, '친노'라는 실체가 존재하지 않는 인적 집단, 연고를 가진 집단을 부각시켜서 뭔가를 도모하고자 하는 '마녀사냥'을 당분간 계속 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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