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한 마디에 춤추는 이주자 정책
경향신문 2008-12-09
법무부가 농업분야에서 일하는 외국인 노동자에 대해서는 불법 체류 단속을 ‘탄력적으로’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말이 좋아 탄력적 단속이지, 사실상 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그동안 유례없이 고강도의 단속을 해오더니 적어도 농업분야만은 봐주는 쪽으로 정책을 180도 바꾼다는 것이다. 갑작스러운 정책 변화의 배경이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법무부는 “이명박 대통령의 지시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한다. 지난 4일 이 대통령이 가락동 농수산물시장을 방문한 자리에서 한 농민의 건의를 듣고 즉석에서 지시한 것을 이행하겠다는 것이다. 대통령 지시가 있은 지 꼭 사흘 만에, 그것도 토·일요일이 끼어있음에도 초고속으로 대책이 나오는 것을 보면 대통령의 말 한 마디가 갖는 위력을 새삼 실감할 수 있다.
문제는 대통령의 지시에 일관성이 없다는 점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 3월 법무부 업무보고에서 “불법체류자들이 활개치고 돌아다니게 해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법무부와 노동부가 5~7월 합동단속을 통해 많은 외국인을 강제 추방했고, 지금도 특별대책단을 편성 운영 중인데 돌연 정책기조를 바꾼다고 하니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
농촌의 불법체류자는 단속하지 않는다는 정책은 그 자체로 여러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같은 불법체류자라도 농촌은 괜찮고 공장은 안된다고 하면 형평성 차원에서 논란이 일 게 뻔하다. 여기에 농촌의 일손 시장은 임금이나 근무환경면에서 제조업보다 더 열악하다는 현실도 감안돼야 한다. 농업에는 지금도 다른 업종에 비해 더 많은 불법체류자들이 있다. 이 상황에서 제조업에 대한 단속은 강화하고 농촌은 봐준다면 불법체류자를 공장에서 농촌으로 내모는 꼴이 되고 만다.
불법체류자 문제는 단속과 처벌, 강제 추방과 같은 강경일변도의 정책을 쓴다고 해결되는 게 아니다. 우리 산업에서 외국인 노동인력을 어떻게 적절히 활용할 것이냐 하는 실용적 차원에서 접근하는 게 바람직하다. 대통령의 즉흥적 한 마디에 충분한 검토도 없이 정부 정책이 오락가락하는 방식으로는 아무것도 기대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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