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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학원도 ‘원어민 필수’…“한국은 기회의 땅”

우렛소리 2008. 12. 10. 01:33

동네학원도 ‘원어민 필수’…“한국은 기회의 땅”

경향신문  기사전송 2008-12-09 17:43 | 최종수정 2008-12-10 00:51 
ㆍ2006년부터 급증… 해마다 20%씩 늘어나
ㆍ급여는 숙소·항공권 포함 월 400만원 안팎

올 10월까지 외국인 회화지도강사 비자(E-2)를 받고 입국한 외국인은 3만4963명이다. 겨울방학을 앞둔 11, 12월 6000여명이 추가될 것이라는 예상을 감안하면 올해 원어민강사 입국자 수는 지난해 3만5457명보다 18% 늘어난 4만1000여명에 달할 전망이다. 원어민강사는 2006년부터 급격하게 늘기 시작해 해마다 20% 안팎의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대형 어학원은 물론 동네 소규모 학원에서도 원어민강사 고용을 ‘필수’처럼 여기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8월 입국한 미국인 강사 마리아 켈리(27)가 9일 서울 강남의 한 학원에서 영어집중코스 강의를 하고 있다. <김창길기자>

◇ 한국은 영어 가르치기 좋은 나라 = 미국 뉴욕 출신의 존 플린(27)은 지난해까지 뉴욕의 한 은행에서 리스크 매니저로 일했다. “세상을 좀더 넓게 경험하고 싶어서 미국을 떠나기로 했다”는 플린은 “한국과 일본을 두고 고민하다가 한국을 택했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 사람들이 영어에 대해 훨씬 열정적이라 한국행을 결심했다”면서 “미국에서 5년 동안 태권도를 배운 경험도 일부 작용했다”고 전했다.

영어교육 열풍과 함께 원어민 강사 수요가 급격히 늘면서 외국인 강사에게 한국은 ‘기회의 땅’이 됐다. 원어민 강사 구인·구직을 대행하는 ㅇ업체 관계자는 “한국은 영어권 젊은이들에게 매력있는 곳으로 통한다”면서 “우리 학생들이 호주 등으로 워킹홀리데이를 가는 것처럼 생각하면 된다”고 말했다.

원어민 강사의 자격 조건은 2가지로 나뉜다. 학원 회화강사는 4년제 대학 학사 학위 소지자라야 하고, 교육부 초청으로 오는 영어보조교사는 전문대 졸업 이상의 학위를 지녀야 한다.

◇ 한달에 250만원 = 초임 원어민 강사의 급여 수준은 지방 학원일 경우 200만원선이다. 서울 강남 학원가에 취업하면 300만원까지 오른다. 거기에 원룸 형태의 숙소와 항공권이 포함된다. ㅍ학원 관계자는 “학원 입장에서는 월 400만원 정도 지출되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은 대만에 비해 급여가 높고, 일본에 비해 물가가 싸서 인기가 높은 편이다. 게다가 학원 월급 외에 개인 과외 등을 통해 가욋돈을 벌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그러나 현행 규정상 과외는 불법이다.

적응은 크게 어렵지 않다고 한다. 특히 한국의 TV는 미국 프로그램이 많아 지루하지 않다. 피터 소어스(26·남아공)는 “편의점이 각지에 많아 언제라도 편리하게 식사를 해결할 수 있어 좋다”면서 “한국이 치안 면에서 ‘안전하다’는 것도 장점”이라고 말했다.

한국이 불편하지는 않을까. 미국인 아만다 돌란(28·여)은 “채식주의자인데 음식을 골라먹기 어렵다”고 했고, 소어스는 “골프가 너무 비싸서 괴롭다”고 웃었다. 플린은 “미니홈피를 만들고 싶은데 가입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 “젊고 잘 생기고 백인일 것” = 영어에 ‘올인’하는 상황은 여전히 문제다. 플린은 “한국 수강생들은 3가지를 원한다. 강사가 젊고, 잘 생기고, 백인일 것. 그러나 외모와 영어실력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고 쓴소리를 했다. 지금은 많이 나아졌다는 평가를 받지만 실제로 많은 한국 수강생들이 흑인 강사로부터 영어 배우기를 꺼린다. 이 같은 차별은 재외국민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소어스는 “대니얼이라는 재미교포 2세는 한국어를 못하고 영어를 훨씬 잘 가르치지만 학생들이 선호하지 않는 것 같다”고 귀띔했다.

많은 외국인 강사들이 한국을 찾는 이유 중 하나가 한국인이 영어에 대해 갖고 있는 환상 때문. 플린은 “어느 때는 마치 내가 영어를 쓴다는 이유만으로 슈퍼스타가 된 기분이 들 때가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