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과부·국세청 내부 “MB코드 따랐는데… 이해할 수 없다”
한겨레 2008-12-18 09:27
[한겨레] ‘개혁대상’ 지목 억울…“영혼없단 비아냥도 들었는데”
‘교과서수정’ ‘기획 세무조사’ 욕먹고도 물갈이 거론 곤혹
교육과학기술부가 고위 공무원 물갈이의 진원지가 된 것을 두고 교과부 안에서는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 많다. 그동안 ‘영혼 없는 공무원’이란 비난을 감수하면서 역사교과서 수정 등에 발 벗고 나섰는데도 마치 교과부가 전 정권 기득권 세력의 소굴이라도 되는 듯 매도되고 있기 때문이다.
교과부 관계자들은 청와대와 여권이 교과부를 ‘개혁 대상 1호’로 지목하는 데 대해 억울해하는 분위기다.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지난 정권 때와 180도 태도를 바꿔 가면서까지 새 정부의 ‘코드’에 따르고 있는데, 교육개혁에 저항하는 세력으로 몰아붙이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실제 청와대 등 정치권에서는 역사교과서 수정, 분쟁 사학 처리 등 교육계 현안이 깔끔하게 해결되지 않고 있는 점을 들어 교과부가 개혁의 발목을 잡고 있다고 비난하고 있지만 이는 실상과 다르다. 역사교과서는 이명박 정부 뜻대로 수정 작업이 사실상 완료됐다. 조선대 등 분쟁 사학 문제도 사학분쟁조정위원회가 정상화 절차를 심의하고 있는 상황에서 교과부가 월권 논란을 빚으면서까지 임시이사 선임을 추진해 교육운동 단체들의 비난을 사기도 했다.
이에 따라 교과부 안팎에서는 장관 평가에서 낮은 점수를 받은 안병만 장관이 청와대를 의식하거나 사전 교감을 통해 고위 공직자 물갈이를 위한 ‘총대’를 메고 나선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통상적인 절차에 따라 인사를 했더라면 이렇게까지 파문이 커지지 않았을 텐데, 굳이 눈에 띌 수밖에 없는 ‘일괄 사표’라는 형식을 취한 데에는 뭔가 다른 의도가 있다는 것이다. 교과부의 한 간부는 “이번 일괄 사표를 계기로 교과부에 대대적인 쇄신이 필요하다는 분위기를 만든 뒤, 이주호 전 청와대 교육과학문화수석을 차관으로 앉히려는 포석이 아니겠느냐”며 ‘음모론’까지 제기했다.
이에 대해 교과부 간부들은 “억측일 뿐”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교과부 관계자는 “안 장관이 5개월 동안 여러 현안을 겪으면서 고위 공무원들의 업무능력 등 자질에 대한 평가를 마친 상태”라며 “장관의 부담을 덜어주고 인사에서 선택의 폭을 넓혀주기 위해 일괄 사표를 받은 것일 뿐 다른 배경은 없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도 “교과부 차원의 필요에 따라 일괄 사표를 받은 것인데, 그 사실이 청와대에 보고되면서 정치적 해석이 덧붙여져 파문이 커진 것 같다”고 말했다.
국세청 직원들도 이명박 정부 출범 뒤 다른 부처에 비해 가장 신속하게 ‘정권의 청부사 노릇’을 해왔는데 ‘이게 웬일’이냐는 반응이다. 실제 국세청은 권력 핵심의 ‘입맛’에 맞춘 듯한 ‘기획 세무조사’를 열심히 했다. 촛불 정국이 한창일 때 포털 다음에 대해 기간을 연장하면서까지 벌인 세무조사와 한국방송 외주기획사들에 대한 무더기 세무조사가 대표적인 사례다.
한 국세청 직원은 “그나마 과거의 낡은 모습을 벗기 위해 어느 때보다 노력한 게 사실”이라며 “과연 무엇을 근거로 국세청을 물갈이 대상으로 지목했는지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러다 보니 한상률 청장 이후의 인사를 위한 사전 포석이란 해석이 유력하게 나돌고 있다. 청와대 및 권력 핵심과 코드가 맞지 않는 현재의 1급들을 코드가 좀더 잘 맞는 티케이 출신으로 갈아치우려는 포석이라는 것이다.
청와대의 한 비서관은 교과부 고위 공무원을 먼저 손댄 이유가 노무현 정부 때부터 나왔던, 장관이 부임하면 얼마 안 가 교육공무원 논리에 놀아난다는 ‘고질적인 문제점’ 때문이냐는 물음에 “글쎄, 교과부가 그렇다는 이야기는 들었는데 …”라고 말해 여운을 남겼다.
'스크랩'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크랩] "英 인간광우병 최대 350명 더 걸린다" (0) | 2008.12.19 |
---|---|
"민주주의는 싫다, 자유민주주의라야 한다" (0) | 2008.12.18 |
'이명박식 국가 개조' 무원칙·무철학 뒤죽박죽 人事 (0) | 2008.12.18 |
김연아를 통해 본 한국사회 영웅의 조건 (0) | 2008.12.18 |
[스크랩] [뭉치는 보수·무기력 진보] "시민운동 좌파만 하란 법 있나" 어깨 겯는 보수 (0) | 2008.12.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