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정영진 부장판사, 김황식 대법관과 사법부 겨냥해 일침

우렛소리 2009. 3. 4. 00:29

대법원장 사퇴 촉구했던 부장판사 또 쓴소리
 


대법원장 사퇴 촉구했던 부장판사 또 쓴소리
정영진 부장판사, 김황식 대법관과 사법부 겨냥해 일침




김황식 대법관의 감사원장 내정으로 대법원이 후임 대법관 제청을 위해 대법관제청자문위원회를 구성하고 후보자 추천을 받고 있는 것과 관련, 현직 부장판사가 ‘바람직한 대법관 모델’을 제시하며 우회적으로 김황식 대법관과 사법부에 일침을 가해 눈길을 끈다.

서울중앙지법 정영진(사시24회) 부장판사는 지난 21일 법원내부통신망(코트넷)에 올린 ‘대법관 제청과 관련하여’라는 글에서 “후임 대법관은 사법권 독립에 투철하고, 재판을 잘하고, 국민적 지지를 받을 수 있는 인물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연한 이야기로 들릴 수도 있다. 하지만 현직 부장판사가, 최고위 법관으로 권력의 오용과 남용을 감시해야 할 대법관이 권력의 부름을 받아 정의와 권위의 상징인 법복을 벗어 던진 김황식 대법관과 이를 막지 못한 사법부를 동시에 겨냥해 일침을 가한 것으로 볼 수 있어 의미가 크다.

실제로 정 부장판사는 “이번 대법관 제청은 행정부 수반인 대통령이 사법부 최고위급 법관인 대법관을 대통령 소속 하의 감사원장으로 내정함으로써 야기된 것인 만큼, 후임 대법관 제청은 종전의 정상적인 대법관 교체의 경우에 비해 몇 가지 추가로 고려돼야 한다”고 빗대어 말했다.

그러면서 정 부장판사는 “후임 대법관은 무엇보다도 사법권 독립에 투철한 인물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사법권 독립에 투철한 대법관이어야 행정부를 비롯한 외부의 압력이나 유혹에 넘어가지 않고 법과 정의에 따른 재판을 할 수 있다”며 “전임자가 사법부 독립에 대한 국민적 신뢰를 훼손했다는 비판을 받은 만큼 후임자는 이를 회복시켜줄 인물이어야 함은 국민적 요청”이라고 대법원을 압박했다.

또 정 부장판사는 “후임 대법관은 재판을 잘하는 인물이어야 한다”며 “대법관은 하급심에서 올라 온 두꺼운 기록과 싸우며 오로지 재판에 몰두하는 자리이지 행정 업무를 처리하는 자리가 아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는 법원행정처 요직을 두루 거친 내부 승진형 대법관 발탁을 경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실제로 김황식 전 대법관은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과 법원행정처 차장 등을 역임했다.

그는 “재판은 행정과 달라서 상사의 눈치를 보지 않고 독립해 법대로 심판하는 것을 중시하므로, 상명하복의 명령, 복종 체계가 지배하는 행정관료 시스템에 물들어 있는 인물은 대법관 적격성이 떨어진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이번에 문제가 된 김황식 대법관 사태도 김 대법관이 오랫동안 재판 업무를 떠나 법원행정처에서 행정업무에 관여했던 전력과 무관하지 않다”고 꼬집었다.

이와 함께 정 부장판사는 “후임 대법관은 사법부 내에서만이 아니라 범국민적으로 지지를 받을 수 있는 인물이어야 한다”고 힘주어 말하며 “대법관은 대한민국 국민의 대법관이지 사법부 내부에서 승진 임용되는 사법 관료가 아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사법부 구성원 입장에서는 사법부 내부 인물 중에서 대법관에 제청되는 것을 선호할 수도 있으나, 범위를 넓혀 사법부 내부는 물론 사법부 외부까지 합쳐 범국민적 지지를 받을 수 있는 인물이 대법관으로 제청되는 것이 사법부의 전체 위상을 높이고, 결과적으로 사법부 구성원들에게도 유익이 된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이렇게 함으로써 국민들도 대법관 제청을 ‘그들만의 잔치’로 보지 않고 국민적 관심사로 간주할 것”이라며 “아무쪼록 많은 분들의 좋은 의견 제시로 이번 대법관 제청이 사법부와 국민 모두의 기대를 충족하는 좋은 결과를 낳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끝으로 정 부장판사는 “이번 대법관 제청은 정권 교체 직후 처음 이루어지는 일로서 그 상징적 의미가 매우 크다”며 “정권이 교체됐다고 해서 사법부까지 영향받아서는 안 된다”며 외풍에 흔들리지 않는 사법부 독립을 강조했다.

◈ 정영진 부장판사는 누구

정영진 부장판사는 지난해 2월 20일 법원내무통신망에 이용훈 대법원장의 변호사 시절 세금 탈루 의혹, 전별금 의혹, 법조비리에 연루돼 구속 기소된 조관행 전 서울고법 부장판사에 대한 대법원 고위간부들의 수사 압력 의혹 등에 대해 대법원장의 해명 촉구와 함께 거취를 거론하며 용단을 촉구하는 글을 올리며 대법원장과 맞서 주목을 끌었다.

이틀 뒤에는 “대법원장 스스로 결단하지 못할 경우 진정 사법부와 국민을 위한 선택이 무엇인지 국민이 나서서 설득해야 하고, 국회도 대책을 강구해야 하며 최악의 경우 탄핵소추도 고려될 수 있다”며 “더 이상 사법부 수장에 대한 신뢰가 훼손되기 전에 이용훈 대법원장은 즉각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압박했다.

대법원장 사퇴를 촉구하는 글을 잇따라 올린 정 부장판사는 지난해 2월 26일 이주흥 서울중앙지법원장으로부터 “자칫 법원 내부 갈등의 요인이 될 수 있고, 외부적으로는 오해의 소지를 불러 올 수 있는 등 여러 가지 문제가 있을 수 있으니 자중하라”는 구두주의를 받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정 부장판사는 최재천 의원과 외부언론을 통해 설전을 벌이기도 했으며, 지난해 7월 11일에는 대법원에 고법 부장판사 승진 인사발령 행위의 중지 및 대법원장에 대한 징계를 구하는 청원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또 7월 24일에는 대법원장에 대해 국가청렴위원회에 부패방지법상 신고를 하기도 했다. 정 부장판사는 “징계 청원에도 불구하고 대법원은 아무런 가시적 진전이 없어, 더 이상 사법부 내부의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판단해 불가피하게 법원 외적인 법적 조치로 청렴위원회에 신고를 했다”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최근 정몽구 현대자동차 회장과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등 재벌그룹 총수들에 대해 항소심 재판부가 잇따라 집행유예를 선고하자, 9월 12일 법원내부통신망에 ‘사법권 남용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을 촉구하며’라는 글을 올리며 “사법재량권의 한계를 남용한 법관은 징계를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아울러 정 부장판사는 9월 27일에는 “대법원장이 론스타 영장 기각사태와 관련해 검찰고위간부들과 만난 법관들에 대해 징계하지 않은 것과, 뇌물수수 혐의를 받은 조관행 전 서울고법 부장판사도 징계처리하지 않고 사표처리를 한 점 등 직무유기 혐의가 있다”며 “또 대법관들 역시 대법원장의 위법한 고법 부장판사 승진인사 행위 및 직무유기혐의에 대해 징계청구를 하지 않은 것은 직무유기혐의가 있다”고 주장하며 검찰에 수사 의뢰했다.

결국 지난해 10월 5일 정 부장판사는 대법원 법관징계위원회(위원장 고현철 수석대법관)로부터 정직 2개월의 징계처분을 받기도 했다.

징계위원회는 “소속 법원장의 자제 지시에도 불구하고, 지난 2월부터 6개월 간 20회에 걸쳐 사법부 내부통신망에 게시하거나 언론기관을 통해 법관들이 구체적 사건처리 결과에 따라 인사상 이익 또는 불이익을 받았다고 오인토록 해 재판의 독립 및 공정성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심각하게 손상함과 동시에 법관들의 명예를 훼손했다”고 징계 이유를 밝혔다.

또 “자의적으로 고등법원 부장판사 보임 인사가 위법하다고 주장하면서 이를 이유로 대법원장에 대한 징계 또는 탄핵소추를 반복적으로 요구하는 등 법관으로서의 정당한 의견표명의 한계를 벗어난 주장을 반복함으로써, 법관으로서의 품위를 손상하고 법원의 위신을 실추시켰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