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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시민, “민주당, 보수야당 됐다. 존재감 오래가지 못할 것”

우렛소리 2009. 3. 11. 01:20

유시민, “민주당, 보수야당 됐다. 존재감 오래가지 못할 것”
“정동영, ‘노인폄하발언’ 배려 복지부 장관 추천했지만 거절...안타까워”
[폴리뉴스 정흥진 기자  ] 기사입력시간 : 2009-03-10 11:30:52
(ⓒ폴리뉴스)
17대 대선 직후, 민주당을 탈당해 지금까지 야인생활을 하고 있는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이 현재의 민주당에 대해 강한 비판을 쏟아냈다.

유시민 전 장관은 9일 발간된 자신의 저서 ‘후불제 민주주의-유시민의 헌법 에세이’를 통해 “오늘의 민주당은 사실상 호남 지역기반 위에서 보수 자유주의 세력이 배타적으로 지배하는 보수 야당이 되고 말았다”며 열린우리당을 문 닫고, 옛민주당과 통합을 이룬 데 대해 문제제기했다.

그는 또, “정부와 여당의 인기 하락은 야당의 지지율 상승으로 연결되는 게 정상인데 그런 역할을 할 수 있는 야당이 없다”면서 정체성을 확립하지 못한 민주당이 지지부진한 이유를 분석했다.

그러면서 유 전 장관은 열린우리당에 대해 “자유주의 연합정당이었다”며 “상이한 사회적 기반과 서로 다른 정책 노선을 가진 자유주의 정치세력이 서로 경쟁하고 협력하면서 동거하는 정당이었다”고 높게 평가했다.

이를 전제로 유 전 장관은 “제1야당인 민주당은 일종의 불임 정당”이라며 “안타까운 일이지만 민주당이 다시 자유주의 연합정당으로 발전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혹독하게 평가했다.

특히, 2007년 대선을 앞두고 열린우리당이 문을 닫게 된 과정과 관련해서는 “열린우리당 다수파가 그 연합정당을 매우 비민주적인 방법으로 소멸시키고 ‘잔류 민주당’과 합치는 과정에서 민주당은 자유주의 연합정당의 성격을 상실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민주당 주요 정치인들은 참여정부가 국정을 파탄 냈다는 한나라당과 진보정당의 공격에 주눅이 들었는지 벌써 몇 년째 반성과 사과를 하고 있다. 그러면서 무얼 어떻게 하자는 것인지 보여주는 게 없다”며 “국회의원과 당원들이 스스로 강한 확신과 자부심을 가진 정당으로 서지 못하는 한 존재감은 오래 지속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저서를 통해 유 전 장관은 열린우리당 당시 자신과 감정의 골이 깊었던 정동영 전 장관과 관련한 일화도 풀어놨다.

유 전 장관은 “2004년 총선이 끝난 직후 노 전 대통령은 정동영 전 장관을 복지부, 김근태 전 장관을 통일부 장관으로 입각시킬 결심을 굳히고 있었다”며 “정 전 장관을 복지부에 기용하려 한 것은 소위 ‘노인 폄하발언’ 때문에 크게 상처 입은 그를 세심하게 배려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또, 재야파 수장인 김 전 장관과 관련해서는 “본인 희망과 북측의 좋은 평가를 고려해 통일부를 맡기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유 전 장관은 “정 전 장관이 당시 보건복지부 장관직을 거부한 것은 지금 생각해도 매우 안타까운 일”이라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한편, 저서에서 유 전 장관은 참여정부의 실정에 대해서도 가감 없이 드러냈다. 이에 대해 그는 “집권 세력의 역량 부족은 대통령의 리더십과 집권당의 무기력, 그리고 집권 세력의 정치 기반 붕괴 등에서 뚜렷하게 나타났다”면서 “나도 그 책임을 져야할 사람 가운데 하나이며 국민들은 그 책임을 물어 나를 국회의원직에서 해고했다”고 밝혔다.

특히,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해서는 “재신임 국민투표, 대연정, 국회의원 선거구제 개편, 임기 단축을 배제하지 않는 원 포인트 개헌 등 노 전 대통령이 여야 정치권과 국민들에게 던졌던 여러 정치적 제안들에 대해, 나는 내용은 찬성했다”며 “그러나 대통령이 그것을 제안하는 데는 반대하는 입장이었다”고 말했다.

유 전 장관은 “인기 없는 대통령의 예상치 못한 제안들은 거의 언제나 엄청난 정치적 역풍을 일으켰다”면서 “그러나 모두 대통령의 의도 자체를 의심하고 비난하는 상황에서 나까지 공개적으로 그런 말을 할 수는 없었다, 그래서 대통령과 함께 비판의 소나기를 맞는 쪽을 선택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