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짙어가는 여권 로비 의혹 끝내 외면하는가

우렛소리 2009. 4. 14. 11:39

[사설]짙어가는 여권 로비 의혹 끝내 외면하는가

 

 

검찰의 ‘박연차 수사’가 노무현 전 대통령 소환이라는 정점으로 치닫고 있다. 부인과 아들을 조사한 검찰이 두 사람을 굳이 ‘참고인’이라고 표현하면서 노 전 대통령을 핵심으로 지목한 데서 검찰의 결기가 느껴진다.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에 이어 또 다시 전직 대통령 수사를 지켜봐야 하는 건 참담한 노릇이나 엄정한 수사를 기대한다. 하지만 살아있는 권력인 여권 핵심부에 대한 지지부진한 수사를 보노라면 정권교체에 따른 보복 수사 논란을 자초하는 건 아닌지 걱정이다.

검찰은 이명박 대통령의 대학 동기로 ‘개국 공신’이라 불리는 천신일 세중나모여행 회장을 출국금지했으나 그뿐이다. “증거가 없다”는 것이다. 정작 그를 둘러싼 의혹은 확산 일로여서 어제는 그가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으로부터 10억원을 받았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수사 초기엔 천 회장이 이종찬 전 청와대 민정수석 등과 만나 대책회의를 가졌다는 의혹이 한 친여 보수언론에 의해 제기된 바 있다. 이런 마당에 검찰이 수사를 멈칫거린다면 천 회장이 대선 때 이 대통령의 특별당비 30억원을 빌려줬기 때문이 아니냐는 의혹이 확산될 공산이 크다.

대통령의 형인 이상득 의원에 대해서도 검찰은 “조사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는 입장이다. 이 의원은 박 회장의 국세청 세무조사 무마비조로 2억원을 받아 구속된 추부길 전 대통령 홍보기획비서관으로부터 전화를 받은 정황이 드러났다. 검찰은 “이 의원이 단칼에 거절했다”고 했으나 “부탁 받은 사실 자체가 없다”는 이 의원의 당초 주장과 괴리가 있다. 오히려 조사의 필요성이 커진 것이다. 수사 대신 해명에만 급급해 하는 듯한 검찰의 모습은 실망스럽다.

사정(司正)이 정당성을 갖는 이유는 검은 돈의 정치가 없어졌으면 하는 국민적 기대와 맞물려 있다. 궁극적 지향점은 정치풍토 개선에 맞춰져야 한다는 의미다. 5년마다 되풀이되는 ‘볼 거리’는 결코 아닐 것이다. 살아있는 권력과 죽은 권력을 차별한다면 사정은 늘 사후약방문에 그칠 뿐이다. 그렇게 될 경우 자유선진당 이회창 총재의 지적대로 특별검사제도 도입 논의가 또 다시 급물살을 탈 수밖에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