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 한상률 전 청장 비판글 게시 직원 중징계 방침
광주지방국세청 “조직 신뢰 떨어뜨리고 명예 손상”
2009.06.09 안관옥 기자
국세청이 한상률 전 국세청장의 표적 세무조사를 비판한 직원을 품위 손상이라는 어처구니 없는 이유로 중징계할 방침이어서 반발이 거세다.
광주지방국세청은 10일 “나주세무서 직원 김아무개(47·6급)씨가 확인되지 않은 의혹을 내부 게시판에 올려 조직의 신뢰를 떨어뜨리고 명예를 손상시켰기 때문에 중징계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광주지방국세청은 12일 오전 10시 징계위를 열고 품위유지 의무를 다하지 못한 혐의(국가공무원법 위반)로 김씨한테 중징계 처분을 할 예정이다. 중징계는 법규를 중대하게 위반한 공무원한테 부과하는 파면·해임·정직 등 무거운 처벌이다.
이에 대해 김씨는 “국세청이 한 전 청장의 허물은 덮어버리고 의혹 해소와 신뢰 회복을 주장한 글만을 문제삼는다”라며 “조직의 신뢰와 명예를 훼손한 적이 전혀 없는 만큼 징계는 천부당만부당하다”고 반박했다.
김씨는 “품위를 손상한 이가 국외로 도망간 한 전 청장인지, 의혹을 밝히려 노력한 자신인지 묻고 싶다”며 “징계를 받아도 굴하지 않고 재심신청과 행정소송으로 맞서겠다”고 다짐했다.
앞서 김씨는 지난달 28일 내부 게시판에 ‘나는 지난 여름에 국세청이 한 일을 알고 있다’라는 제목으로 1800자 분량의 글을 올렸다. 이 글에는 “노무현 전 대통령을 벼랑 끝에 서게 한 원인 제공자가 우리의 수장(한 전 청장)”이라며 “수뇌부는 왜 태광실업을 조사했는지, 왜 관할 부산청이 아닌 서울청 조사4국에서 조사했는지, 왜 (이명박) 대통령에게 직보했는지 밝혀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 글은 이날 곧바로 삭제됐으나 인터넷을 통해 외부로 알려지면서 징계 파문을 불렀다. 다음 아고라와 국세청 누리집 등지에는 ‘국세청이 정권의 눈치를 살피느라 억지로 징계를 추진한다”는 비판이 줄을 잇고 있다. 광주/안관옥 기자 okahn@hani.co.kr
김 아무개씨가 국세청 누리집에 올렸던 글
나는 지난 여름에 국세청이 한 일을 알고 있다.
(작성일 : 2009.5.28일 오전 8시경)
이 글을 쓰고 있는 내 자신도 측은하기 그지 없다.
전직 대통령을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방법으로 생을 마감하게 내몰기까지 국세청이 그 단초를 제공하였기 때문이다.
2009년 5월 25일(월요일) 한겨레 5면에 보면
“촛불에 덴 정권 ‘반전카드’ ‘세무조사 의혹’이라는 제목의 글에서 잘 나타나 있다.
‘촛불을 꺼라’ - 충성맹세
국세청이 노 전 대통령 쪽을 향해 본격적으로 칼을 겨눈 것은 지난해 7월 30일 국세청이 태광실업 등 박연차 회장 계열사에 대해 특별세무조사에 나선 때부터다. --중략--
‘정치논리 타는 국세청’
국세청의 세무조사 진행과정에서도 정치적 배경의 의혹은 가시지 않는다. 실제로 경남 김해에 위치한 태광실업 등에 대한 세무조사를 맡은 조직은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이다. 관할 기관인 부산지방국세청을 놔두고 일종의 원정 조사에 나선 것이다. --중략--
이런 말도 되지 않는 짓거리를 하여 국세청을 위기에 빠뜨리고 국세청의 신뢰를 도저히 회복할 수 없게 만들어 놓고 국세청 수장으로 있던 동안에 직원들에게 강연을 하고, 사회공헌이다 뭐다 해서 쇼를 하게 만들었던가!
자기 자리보전 하려고 골프를 치고, 자기 출세하려고 세무조사를 하고, 결국은 검찰에게 압수수색을 당하게 하는 그래놓고 조직의 신뢰도가 어쩌고, 저쩌고!
인간 쓰레기도 나름의 가치가 있는 법인데 이건 재활용도 되지 않은 인간 이하의 수준이 아닌가!
나는 고 노무현 대통령이 재임기간 동안에 우리 국세청에 정말로 훈훈하게 조직을 대해주었다고 생각한다.
그런 그를 벼랑 끝에 서게 한 원인 제공자가 다름아닌 우리의 수장이었던 인간이라니!!
지금이라도 국세청 수뇌부에서는
왜 태광실업을 조사하게 되었으며,
왜 관할 지방국세청이 아닌 서울청 조사4국에서 조사를 하게 하였으며,
왜 대통령에게 직보를 하고, 직보를 한 후에 어떤 조치가 이루어졌는지,
밝혀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책임을 져야 하는 위치에 있었던 모든 사람들은 공직을 떠나야 하고, 국민 앞에 사죄를 해야 마땅할 것입니다.
이것만이 상처를 입은 국민들의 마음을 위로할 수 있을 것입니다.
조직은 도덕성이 우위에 서야 정말로 우위에 서는 것입니다.
조직은 국민들이 우위에 있다고 여겨야 진짜로 우위에 서는 것입니다.
아래 글들을 보면 검찰에게 압수 수색을 당해 억울하다.
검찰에 파견된 직원들을 철수하자. 옳은 얘기입니다.
그러나 조직이 도덕성을 무기로 우위에 서지 않으면 이 또한 아무런 의미가 없는 것입니다.
그래서 고 노무현 대통령을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방법으로 생을 마감하게 원인을 제공한 위치에 있었던 책임있는 사람들은 공직을 떠나라고 감히 직언을 드리는 것입니다.
한시가 급합니다.
이 또한 시기를 놓치면 의미가 없습니다.
국세청 수뇌부에서도 고심을 하겠지만 하루빨리 신속하게 결행이 있기를 바랍니다.
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유서 전문을 한 자 한 자 써보는 것으로 글을 마감하려 합니다.
너무 많은 사람들에게 신세를 졌다.
나로 말미암아 여러 사람이 받은 고통이 너무 크다.
앞으로 받을 고통도 헤아릴 수가 없다.
여생도 남에게 짐이 될 일 밖에 없다.
건강이 좋지 않아서 아무 것도 할 수가 없다.
너무 슬퍼하지 마라.
삶과 죽음이 모두 자연의 한 조각이 아니겠는가.
미안해 하지 마라.
누구도 원망하지 마라.
운명이다.
화장해라.
그리고 집 가까운 곳에 아주 작은 비석 하나만 남겨라.
오래된 생각이다.
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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