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사설] 벌써부터 방송 자리다툼인가

우렛소리 2009. 7. 29. 08:46

[사설] 벌써부터 방송 자리다툼인가




이민웅 공영방송발전을 위한 시민연대 공동대표(한양대 명예교수)가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의 이사가 미리 내정됐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후보 신청을 철회했다.


이 대표는 엊그제 공개한 글을 통해 “방통위 측의 권유를 받고 지난 16일 이사 후보 신청을 했으나 오늘 한나라당 모 의원으로부터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을 대신해 전달한다. 이번에는 모 대학 명예교수를 방문진 이사로 모실 수밖에 없다’는 통보를 받았다”고 밝혔다.


한나라당 의원이 언급한 인사는 미디어발전국민위원회 여당 쪽 위원장을 지낸 김우룡 한국외대 석좌교수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표는 “이사 선임을 위한 공식 회의가 열리기도 전에 이런 통보를 받았다”며 “정부가 민주주의 절차를 어기고 있다”고 비판했다고 한다.


이 ‘사건’은 적지 않은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 무엇보다 우리가 미디어법을 반대해온 이유들을 실증적으로 보여준다. 이 정권 들어 방송을 비롯해 많은 미디어 관련 기관에서 ‘물갈이’ 수준의 인적 청산이 이뤄졌다. 남은 자리들 가운데 큰 것으로는 MBC 방문진 이사 9명과 KBS 이사 11명이 있다.


특히 다음달 9일 새로 구성될 방문진 이사진은 우리 공영방송의 진로에 중대한 의미를 갖는다. 그런데 예상보다도 빨리 시비가 시작됐다. MBC라는 파이를 놓고 보수진영 내부에서 나눠먹기를 도모하다 자중지란이 빚어진 양상이다.


그러나 이보다 훨씬 심각한 문제는 그 다음이다.차기 방문진 이사장으로 거론돼 온 김우룡 교수는 MBC 민영화 방안을 구체적으로 제시해 온 사람이다.


이 정권은 그를 방문진 이사장에 앉히고 나머지 이사 8명을 모조리 친여 인사로 임명하면 MBC 경영진 교체, 민영화 곧 공영성 상실이라는 목표를 쉽게 달성할 수 있으리라는 구상일 수도 있다.


“어떤 정권도 방송, 언론을 장악할 수 있는 시대는 지나갔다”는 대통령의 말을 수용하기 어려운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