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 100재 추모사
명계남 | 2009.8.30
명계남 | 2009.8.30
믿기지 않습니다.
그래서 후회스럽기 그지 없습니다. 정말 막무가내로 뛰어들어 당신 품에 매달려라도 볼 것을. 살아계실 때 무작정 안겨라도 볼 것을. 손 꼭 붙잡고 흔들며 오랫동안 놔주지 않아라도 볼 것을. 더 큰 소리로 당신 이름을 불러도 볼 것을. 시도 때도 없이 남이 뭐라 하든 말든 손이 아니라 팔을, 아니 온 몸을 흔들며 세상사람 다 듣도록 사랑한다고 소리쳐 볼 것을. 아무 책이나 종이나 옷이라도 벗어들고 사람사는 세상 노무현이라고 사인해달라고 조를 것을.
못했습니다.
100일입니다.
1부터 100까지의 숫자는 쉼 없이 한 달음에 셀 수 있는 숫자들인지 모르겠습니다. 어찌 무슨 말씀을 올려야 하는지요? 마치 지금 꾸짖고 길을 가르쳐 주시던 집안의 어른들을 잃어버리고, 그것도 우리 잘못으로 잃어버리고, 그 어른들이 없는 집안에 이젠, 계실 적에 저 잘났다고 싸움질만 해대던 못난 형제들이, 아해들이 남아 멍하니 우두커니 서있는 듯 하여 부끄럽습니다. 행여 어른이 남기신 유산이나 상속거리를 찾아 집안을 뒤지고 있지나 않은지 짚어보기도 합니다. 전쟁 중이었습니다. 우리 장수가 죽었습니다. 비열한 적에 의해 살해되었습니다. 그를 따르던 우리 전사들은 어찌해야 합니까? 그를 따라 자결해야 합니까? 장수를 잃었으니, 졌으니, 적의 가랑이 아래로 투항해야 합니까? 남은 병기를 추슬러, 적진으로 뛰어들어 적장의 목을 베어 바칠 때까지 싸워야 합니까? 퇴각하여 고향으로 돌아가야 합니까? 어찌해야 할까요?
이 말도 안되는 슬픔과 미칠 듯 터지는 분노 속에 그님처럼 정치할 자신은 커녕, 그님처럼 살아갈 자신과 용기가 우리에게 과연 있습니까? 그님처럼 몸을 던져 역사를 삼킬 용기가 있냐고 우리에게 묻기조차 부끄럽습니다.
100일 전, 100일 전 그 새벽.
어느 시인의 말처럼 그날 부엉이 바위에서 떨어진 것은 노무현이 아니라, 그날 죽은 것은 내가, 우리가 혹시 죽은 것 아닙니까? 그와 함께 모욕당하고, 그와 함께 절망하고 그와 함께 바위 위로 나는, 우리는 혹시 올라가지 않았었습니까?
그리고 허공으로 우리는 몸을 던졌습니까?
아닙니다.
그렇습니다. 김정란 시인은 이렇게 이어서 목메어 웁니다. 노무현 그는 부엉이 바위 아래로 떨어져 내리지 않았다. 그는 우리의 마음속 깊은 영혼 속으로 뛰어 내렸다. 우리는 부엉이 바위 아래로 달려가 울며 떨어지는 그의 몸을 받는다. 받아야 한다. 그렇지 않습니까? 그래야 하지 않겠습니까? 오늘 새벽 저는 아무도 없는 묘소를 찾았습니다.
생전처럼 그렇게 외롭게 누워계신 그 자리 어둠 속에 불빛이 님을 지키고 있습니다. 담배를 건넸습니다. 노무현 대통령님께서 제게 말씀하십니다. 민주주의 최후의 보루는 깨어있는 시민의 조직된 힘이라고. 저는 받아적습니다.
꾸벅이며 묘소 앞에서 졸던 중 꿈에 대통령님이 나타나서 또 말씀하십니다.
민주주의는 사상과 이해관계를 달리하는 사람들을 포섭해서 그들을 하나로 융합하는 제도다. 민주적 절차라는 것은, 상호 존중의 토대 위에서 대화와 타협, 경쟁과 승복, 그리고 재도전의 기회보장을 통해 이해관계를 융합하는 정치기술이다. 그리고 강물은 바다로 가는 것을 포기하지 않는다.
잠에서 깨어, 님의 뜻을 이어 정치하려는 후배들에게에, 100재에 참석하는 후배 정치인들에게 전해주려 또박또박 다시 한번 받아적습니다.
민주주의는 사상과 이해관계를 달리하는 사람들을 포섭해서 그들을 하나로 융합하는 제도다. 민주적 절차라는 것은, 상호 존중의 토대 위에서 대화와 타협, 경쟁과 승복, 그리고 재도전의 기회보장을 통해 이해관계를 융합하는 정치기술이다. 그리고 강물은 바다로 가는 것을 포기하지 않는다.
또박또박 받아적습니다.
굿바이 마이 캡틴.
나의 소중한 친구여! 나의 하나뿐인 대통령이여!
당신과 한 시대를 살 수 있어서 행복했습니다. 당신은 우리의 영혼 안에 웃는 모습으로, 웃는 분으로 살아계십니다. 이제는 아프지 않은 나의 대장, 나의 캡틴, 평안하소서.
옴 산티 산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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