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의 길 1 - 신당, 목적이 모호하면 스텝이 꼬인다
매우 어렵다.
노무현의 정신을 계승한다는 게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닌 것 같다. 노무현 서거 후 곳곳에서 '사람사는 세상'의 뜻을 계승하겠다는 열정은 넘쳐나는데 그 에너지를 한곳으로 모으는 게 어려운 것을 보면 말이다.
굳이 한 곳으로 인위적으로 모을 필요가 있을까. 따로 똑같이 각자의 몫을 열심히 하면 큰 바다에서 만날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은 것 같다. 그런데 따로~ 가기에는 지금의 정치적 상황이 그렇게 녹녹치 않다는데 있다.
일단 국민적 여론, 아니 시대적 흐름이 '통합과 연대'가 대세라는 데는 아무도 이견이 없을 것이다. 거기다가 얼마 전엔 김대중 전 대통령마저 우리 곁을 떠나셨다. 단순하게 말하면 이명박에겐 야단을 칠 정치적 어른이 없어졌다는 거다. 그래서 더더욱 MB의 역주행을 막으라는 여론이 높고 통합하라는 목소리가 힘을 얻는 것 같다.
MB에게 가장 껄꺼러운 정치적 원로라고 할 수 있는 두 전직 대통령이 없으니 속된 말로 뭔 지랄을 해도 쓴소리를 할 사람이 없다. 물론 MB가 두 전직 대통령을 정치적으로 대접을 해준 적도 눈치를 본 적도 없다. 하지만 종이 호랑이(?)도 없는 것보다 있는 게 났다면 지금의 상황은 더 설명한들 입만 아프다.
이런 상황에서 진짜 노무현 세력이 어떻구 하는 진짜 참기름(?) 논쟁에 국민들이 관심을 갖겠는가. 아무리 노무현을 지켜주지 못해서 미안한 마음을 가진 조문인파가 500만을 넘었다고 해도 지금의 정치적 상황에서 친노들이 진짜 노무현스러운 새로운 정치를 하겠다고 선언을 해도 열광할 국민들이 생각만큼 많지는 않다는게 시중의 여론이다.
지금 정치에 조금이라고 관심을 가지고 있는 국민들이라면 오직 이 지랄스러운 현실에서 그나마 MB의 역주행을 견제할 수 있는 정치세력의 총연대를 주문하고 있는 게 사실일 것이다. 그래서 지난 미디어법 투쟁에 있어 민주당에 대한 국민의 지지와 성원이 그렇게 높았던 거다. 그런데도 국민들은 불안한 모양이다.
그래서일까. 몇 주 전에 MB의 지지율이 올랐다는 청와대발 얘기가 나온 것을 보면, 국민들의 불안이 역으로 MB의 지지율을 높이는 웃기지도 않는 상황이 연출된 것같다. 위기상황이 오면 현 정부에 힘을 실어 주는 현상, 이걸 정권의 프리미엄이라고 말하기는 하는데 참 지랄같다.
그런데 친노세력은 노무현의 정신을 계승하겠다며 노무현 깃발과 그럴듯한 문패를 여기저기 달고 있다. 앞서 말했듯이 이것이 따로 똑같이라는 전략적인 친노세력의 분화라면 두 손 들고 환영할 일이다.
하지만 그런 것같지는 않다. 왜냐하면 분화라는 것은 각기 따로 깃발을 들어서 외연을 확대해서 세력을 넓히기 위한 전략이다. 그런데 지금의 깃발들과 문패는 세력을 확장하고 외연을 넓히기 위한 것이 아닌 집토끼를 이집 저집으로 돌려막기하는 꼴이다.
그래서 한줌도 안되는 뻔한 친노세력을 놓고 나눠먹기한다는 둥, 헤게모니 싸움을 한다는 둥, 비아냥이 나오는 거다. 그러나 더 충격적인 것은 국민 다수가 관심도 없고 오히려 분열이라고 비판하고 있다는 거다. 이러니 "친노의 따로 똑같이"라고 아무리 목소리를 높여 외쳐도 돌아오는 민심의 메아리는 분열이다.
분열이라니? 국민들이 잘몰라서 그런다고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국민들은 정치세력의 구체적인 속사정까지 알고 싶어하지도 알려고 하지 않는다는 거다. 그들은 오직 역주행하는 MB를 견제하고 다음 정권에서 상식적이고 원칙적인 정치세력이 정권을 잡기만을 원하는 거다. 그 합리적인 정치세력이 민주당일지 민노당일지 신당일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그러니 국민들이 '민주당으로 통합이 왜? 불가능하고 왜? 신당이 출현해야 되는지 그 내용을 구체적으로 잘 몰라서 그럴 것'이라고 국민탓 하지는 말라는 거다. 국민들이 잘모르면 알고 싶도록 만들고 국민들이 신당을 반대하면 지지하도록 만들면 된다. 그런데 미안하지만 국민들은 신당에 대해 관심이 없는 것 같다. 그렇다고 무플은 아니고 분열 내지는 생뚱맞다고 보는 것 같다.
물론 친노세력에게는 찬반논쟁이 뜨겁고 핫이슈다. 하지만 그 벽을 넘지는 못하고 있다. 그러니 친노세력 네트워크를 통해서 발기인을 모집하고 홍보하는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그로인해 친노네트워크에 홍보를 해도 된다/안된다는 시잘데기 없는 논쟁이 발생하는 참으로 민망한 일이 연출되는 거다.
왜 이럴까? 이유는 많다. 하지만 몇 가지만 짚어보자. 일단 짚어보기 전에 미리 말씀드린다. 난 신당에 관심이 없다. 그건 내가 노사모에 관심 없었고 개혁당에 관심 없었고 열린우리당에 관심 없었던 것과 같은 거다. 그러나 난 노빠 중의 광노빠인 노사모였고 개혁당과 우리당을 열렬히 사랑했었다. 그런데도 관심은 없었다?^^ 이 전제 하에 이글을 읽기를 바란다.
1. 명분도 약했고 타이밍도 조급했다.
신당창당 작업은 노무현 서거 이전부터 준비되었던 것이지만 다수 친노 정치인들의 부정적인 인식으로 우연곡절을 많이 겪었던 모양이다. 그러다가 노무현 대통령의 서거 후 신당창당의 가능성이 더 높아졌다는 판단 하에 신당세력이 속도를 낸 것 같다. 그런데 여론은 오히려 민주세력의 대통합이 흐름이고 기존 제도권의 민주당이라는 거대한 명분의 벽에 가로막혀 탄력을 받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거기다가 설상가상으로 아직도 다수 친노들의 신당에 대한 시각이 부정적이라는데 신당의 앞길이 그렇게 밝지는 않은 것 같다. 그리고 친노세력의 좌장격인 이해찬 전 총리는 통합과 연대를 강조한다. 그러면서 시민주권운동의 중요성도 강조하면서 친노세력을 모두 아우루는 시민주권모임을 선언하고 발기인대회를 준비하고 있다.
그는 아마도 깨어있는 시민의 조직된 힘보다는 깨어있는 시민을 만들어내는 것에 방점을 찍고 그것을 위해서 다양한 시민주권운동을 전개할 모양이다. 이건 노무현 대통령의 생각과 일치하는 거다.
그러나 신당세력은 조직된 힘에 방점을 찍고 민주당 중심의 통합은 절대 불가라며 노무현의 정신을 올곧게 잇겠다는 정신으로 맨땅에 헤딩하는 심정으로 신당을 추진하는 모양이다. 이미 몇 주 전에 신당창당 제안문이라는 제안문을 통해 신당창당을 공식적으로 알렸다. 신당과 시민주권모임, 어느 것이 먼저인지 아니면 따로 똑같이인지 지금은 논쟁할 마음이 없다.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
다만 앞서 서두에서 말했듯이 이 두 친노세력이 따로 똑같이는 아닌 것 같다. 물론 신당 주력도 시민주권모임에 발기인으로 가입되어 있기 때문에 분열이라고 볼 수는 없겠지만 여하튼 시민주권모임은 정당의 한계를 넘어서는 정치세력의 통합을 지향한다는 점에서는 정당을 추구하는 것은 아닌 것 같다.
하지만 그렇다고 정당정치를 완전히 배제하지도 않는 것 같다. 지난 9월 5일 부산 시민주권모임 발기인 준비모임에서 이해찬 전 총리는 '10월 재보선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겠다'고 밝힌 것을 보면 말이다.
그 참여가 친노후보의 단순한 교통정리인지 아니면 적극적인 정치세력으로서의 참여인지는 더 두고봐야 하겠지만, 국민의 반응이 좋고 탄력을 받는다면 기존 정당과는 다른 새로운 모델의 정당이 출현할 가능성을 전혀 배제할 수는 없지 않을까 싶다.
물론 국민의 지지와 많은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이러한 시민주권운동이 성공하면 기존 정당구조에 새로운 패러다임이 될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께서도 이것을 생각하시고 이 운동을 시작하셨는데… 암튼 그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다음에 논하기로 하고.
다시 신당으로 돌아가서 신당창당 제안문을 발표한 그 다음날, 김대중 전 대통령께서 서거를 하셨다. 정치는 타이밍과 명분이라고 말들을 한다. 그런데 명분은 관두고라도 타이밍이 이렇다면 참 난감하다. 이것만 봐도 신당 측에서 너무 조급하게 서두른다는 항간의 말들이 틀린 말은 아닌 것 같다.
물론 하늘의 순리를 인간이 어떻게 알 수가 있을까마는 이미 8월 초부터 김대중 전 대통령께서 8월을 넘기시기는 힘들지 않을까라는 얘기를 의료계 쪽 지인으로부터 들었고 거기다가 서거 전주에는 마음의 준비를 해야 할 것이라는 얘기가 나오면서 MB도 병문안을 하고 YS도 병문안을 했었던 것 같다.
신당 측에서도 이런 상황을 고려해 창당제안을 8월을 넘겨 9월경에나 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하필 서거 전날 창당제안을 했는지, 물론 신당 측에서도 정해진 로드맵이 있을 터, 이왕 할 거 더 늦춘다고 달라질 게 없다고 생각한 모양이다. 그래도 조금 더 늦추어서 좀 더 다듬고 신중하게 했더라면 이런 난감한 타이밍은 피할수 있었을텐데… 개인적으로 정말 유감이다.
암튼 몇 주 전에 신당창당을 제안문 형식으로 선언을 했다. 그런데 몇 주가 지났는데도 신당의 바람이 생각외로 너무 약하다. 서거 분위기에 묻혀서 그렇다는 분들도 있는데 그럴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도 신당의 운명이다. 타이밍을 그렇게 잡았으니. 누굴 탓하겠는가.
하지만 서거라는 변수를 제외하더라도 신당이 국민들에게 핫이슈가 되지 못하고 있다는 데는 다들 동의를 할 것이다. 정치권에서도 신당은 찬밥 신세다. 간혹 민주당이 총알을 쏘긴 하지만 콩알탄 수준이다.
하지만 친노들에게는 뜨거운 논쟁거리다. 그런데 사실 이게 문제다. 그래서 서두에 친노세력을 놓고 각각의 친노깃발들이 돌려막기 내지는 세싸움을 하는 꼴이라고 했던 거다. 왜 우리끼리 돌려막기를 하는지 도통 이해가 안간다. 우리들만의 리그를 만들 셈이 아니라면 집토끼보다 산토끼를 잡으러 다녀야 할 게 아닌가.
왜 그럴까? 간단하다. 명분이 약하기 때문이다. 신당의 출현이 바람을 탈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건 다른 말로 하면 신당이 출현할 명분이 약하다는 거다. 그러니 산토끼는 커녕 집토끼부터 잡아야 하는 우스운 꼴이 되어버린 거다.
친노세력과 민주당의 관계가 어떠하든 과거 민주당이 노무현을 어떻게 두들겨 패고 배신을 때렸든 중요한 것은 지금이다. 지금 민주당이 어떤 포지션을 취하고 있느냐이다. 이게 다수 국민들이 민주당을 보는 시각이다.
이미 국민들 다수는 노무현 서거 이후 민주당을 상주로 이해(?)했고 민주당은 노무현의 정신을 계승하겠다고 선언했다. 거기다가 김대중의 정신까지 계승하겠다고 했으니 정치적 위상으로 보면 지금 민주당은 금상첨화에 화룡점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신당이 더 이상 무엇을 가지고 각을 세우고 민주당을 몰아세울 수 있을까? 그리고 신당이 무엇으로 정치판의 중심이 될 수 있을까?
최소한 신당이 뜨려면 민주당을 흔들어 놓을 수 있는 한방이 있어야 하는데 한방은 커녕 민주당과 정치권에서는 별 관심도 없고 위기의식도 없는 것 같다. 그러니 신당 측에서 아무리 신당의 바람을 일으키려고 노력을 해도 각종 홍보를 해도 그게 생각만큼 탄력을 받지 못하는 이유가 거기에 있는 거다.
들고 나온 신당의 명분이 너무 약하기 때문이다. 아마도 창당제안문이 신당의 창당명분이라면 명분일 것이다. 그것을 두가지로 요약을 하면 이렇다. 그 하나가 당원이 주인되는 정당의 선언이다. 이게 민주당과 가장 차별화 될수 있는 건데 오히려 그래서 더 서글프다고 말한다면 이해를 하겠는가.
이게 민주당과 각을 세울 수 있는 명분 중에 하나라면 이미 새로운 것은 아니다. 이거 개혁당과 열린우리당을 통해 실험했지만 실패한 거다. 물론 난닝구들의 준동으로 실패했지만 그들만 탓할 게 아니라 그것을 지켜낼 수 있는 세력을 만들지 못한 우리 탓도 크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그런데 이걸 무슨 대단한 신주단지처럼 새로운 가치처럼 내걸고 신당창당의 명분으로 제안했다는 것이 그래서 슬프다는 거다. 물론 민주당이 구시대적인 정당시스템인 것은 맞다. 그런데 당원이 주인되는 정당시스템인 민노당과 진보신당은 왜 국민의 지지를 못받을까? 시스템도 중요하지만 국민의 뜻, 여론을 읽지 못하기 때문에 민노당과 진보신당이 여전히 한자리수 지지율인 것이다. 이 부분은 김대호 소장도 비슷하게 지적을 했던데 일정 부분 동의를 한다.
그리고 두번째 명분은 민주주의가 위기에 빠져있는 지금 민의를 대변할 수 있는 정당이 없다는 거다. 지금의 제도권 정당 중에 민의를 대변할 당이 없기에 신당이 그 역할을 하겠다는 거다. 현재 제1야당인 민주당과 의원 서너명 있는 민노당, 진보신당은 민의를 대변해주지 못한다는 건데, 그럼 신당은 무엇으로 그것을 할 수 있다는 걸까? 금뺏지 하나 없는 신당인데 말이다.
앞으로의 가능성으로 말하는 것이라면 현재 제도권 정당도 그런 립서비스를 수도 없이 했었다. 그런데도 욕먹고 있다. 이유가 뭘까? 국민의 뜻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럼 신당은 국민의 뜻을 잘 읽을 수 있을까? 미안하지만 그럴 것 같지는 않다.
왜냐하면 신당창당 제안문이 여론의 호응을 얻지 못하고 바람도 불지 않고 있는 것을 보면 국민의 뜻을 잘못 읽고 있다는 점에선 기존 정당과 다를 바가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고무적인 것은 지난 광우병 촛불 때는 국민들로부터 비난받았던 민주당이 이번 미디어법 투쟁에서는 국민들의 지지와 성원을 받았다는 거다. 누구 말마따나 일년에 한번씩 가끔 정신이 돌아올 때는 잘하는 것처럼 보인단다.^^ 물론 국민들이 민주당이나 민노당이 진짜 이뻐서 신뢰를 보낸다고 보지는 않는다.
다만 MB의 역주행을 그나마 막아주기만 해도 고맙게 생각한다는 거다. 그만큼 절박한 게 시중의 민심인 것 같다. 거기다가 민주당이 두 전직 대통령의 서거로 인해 노무현, 김대중을 계승하겠다고 선언하면서 민주개혁세력의 중심이 되겠다고 굳게 다짐을 하고 있다. 그 다짐이 지켜질지는 더 두고볼 일이다.
그런데 거기에다가 민주당의 모습은 악어의 눈물이고 지역당이라서 믿을 수 없다며 우리가 진짜 민주개혁세력의 중심이라며 지지해달라고 한다면 다수 국민들은 뭐라고 할까? "그럼 니들 신당은 왜 믿어야 되는데"라고 묻지 않겠는가? 결국 민주당이나 신당이나 국민들 입장에서는 오십보 백보라는 거다.
우리들이야 민주당은 불임정당이라는 말에 백번 천번 박수치고 옳소를 외칠 수 있다. 하지만 신당이 친노세력들을 보고 정치할 당은 아니지 않는가. 그렇다면 국민들의 생각은, 민심은 어떠한지를 살펴봐야 한다.
문제는 신당이 민주당을 의심의 눈길로 바라보는 시각이나, 국민 다수가 신당을 바라보는 시각이나 별 다르지 않다는 거다. 결국 국민들의 눈에는 노선이 같은 세력이 유산을 놓고 진짜 상속자는 자신이라며 싸우는 꼴로 보일뿐이라는 거다. 이렇게 말하면 너무 비관적인 비판일까?
누군 초반 끗발이 개끗발이라며 실망하지 말라고 하던데, 미안하지만 그건 고스톱판에서나 통용되는 거고 정치판에서는 초반에 바람을 타지 못하면 길수록 힘든 게 정당이란 것을 우리의 정당사가 말해주고 있다. 그래서 민주당을 뛰어넘을 수 있는 명분, 새로운 바람을 일으킬 수 있는 명분이 있어야 했는데. 미안하게도 신당에는 그런 명분도 약했고 환경(타이밍)도 안좋았다.
설혹 타이밍이 난감했다고 해도 신당의 창당명분이 민주당을 뛰어넘을 수 있었다면 탄력을 받았을 것이다. 하지만 타이밍도 난감했고 김대중 대통령의 서거로 인해 더더욱 통합이 대세가 되고 민주당이 힘을 얻고 있다는 점에선 신당의 앞길이 험난하다고 본다.
2. 창당제안문, 새로움도 생기발랄함도 없었다.
제안문을 읽어본 사람들의 반응은 어떠했을까? 신당에 부정적인 사람들의 반응이야 뭔 말을 해도 부정적이니 일단 논외로 하고 네티즌들의 평가는 감동도 관심도 없었던 것 같다. 물론 그 다음날 김대중 전 대통령의 서거로 인해 묻혀버렸다고 항변하겠지만 그것과 상관없이 제안 당일 온라인은 조용했고 고요했다 이게 온라인의 분위기였다.
각 포털 신당제안 뉴스에 달린 댓글의 반응이야 찬성과 비아냥이 혼재했지만 그외 네티즌의 분위기는 뜨겁지 않았다. 그건 지금도 마찬가지인 것같다. 오히려 시간이 갈수록 싸늘해지고 있다고 말하면 과도한 비판이겠지만. 각설하고.
난 그 제안문을 출력해서 시간날 때마다 읽어보았다. 총평은 반독재에 항거하는 민주세력 대동단결 선언문같았다. 신당제안문 곳곳에서 만나고 싶었던 새로운 정치세력의 태동을 알리는 청사진이나 생기발랄한 제안문은 그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나만 그랬을까? 아니라고 본다. 그러니 신당제안문이 온라인에서조차 고요했던 거다.
구닥다리 구시대적 냄새가 진동을 했다고 하면 너무 심한 비판일까? 매우 미안하지만 다시 한번 진중하게 정독을 해봐라. 그리고 80년대 거리에서 우리가 뿌리고 다녔던 유인물의 문장과 한번 비교해봐라. 기승전결 전체가 아주 유사할 정도를 넘어 똑같다.
이 제안문 곳곳에는 여전히 80년대 운동권류의 마인드가 넘실대고 있다. 정작 있어야 하는 새로움은 어디에도 없다. 기존 정당을 비판하면서 새로움을 추구하겠다는 어떤 청사진도 없다. 추상적인 새로움은 넘쳐난다. 그런데 그런 추상적인 새로움은 기존 정당에서 지겹게 들어온 것들이라서 전혀 새롭지 않다.
이미 재탕 삼탕한 당원이 주인되는 정당론은 신선하기보다는 너무 익숙해서 무의미할 정도이다. 또 지난해 새롭게 부상한 아고라와 시민촛불의 정신을 대변할 정치세력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그 정신을 담아내려는 신당의 노력은 환영할 바이지만 구체적으로 그 정신이 무엇이며 그것을 어떻게 정치세력으로 묶어낼지 단 한번도 정치 논쟁다운 논쟁을 해본 적도 없으면서 무조건 국민참여신당이 그 길을 갈것이니 믿고 참여하라는 것은 참으로 용감하던지 무식하던지 둘 중에 하나라고 본다.
솔직히 신당의 제안문은 다른 정당과는 확연히 다를 줄 알았다. 그런데 내용은 80년대 대자보 수준이고 새로움은 어디에도 찾아볼 수 없었다. 형식도 제안자 몇 천 명 이름으로 제안하는 것도 그렇고 발기인대회를 제안하고 한달만에 하는 것도 그렇고 뭔가 기존 정당과는 다른 새로움이 전혀 없다.
내가 생각한 신당은 생기발랄함이 넘치는 제안, 재미있고 상상력이 넘치는 그런 제안문일 줄 알았다. 그런데 기존 정당의 창당제안문과 별 다르지 않았다. 아니 개혁당의 재탕이라고 하면 딱 맞는 표현일 것이다.
어차피 정당의 형식은 정해진 룰이 있으니 기존 정당과 다를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 제안이나 창당과정은 독특해야 하는 것 아닐까? 그래야 기존 정당의 구닥다리 시스템을 붕괴시키고 신당이 제도권에 깃발을 꽂을 수 있을텐데.
어차피 미주알 고주알 정치의 역사적 사실 나열식 제안문은 기존 정당과는 별 차이가 없을 터. 그렇다면 그런 것으로 제안문을 만들 게 아니라 기존 정당과는 차별화되는 것 몇가지를 핵심 콘텐츠로 내세워서 신선한 제안문을 만들었어야 했다.
그런데 20세기 민주/반민주의 구도로 정치판을 바라보는 구닥다리 시각으로 새로움을 갈망하는 네티즌의 호응을 받을 것이라고 생각했다면, 그리고 촛불들의 중심이었던 아고라의 폭발적인 호응을 받을 것이라고 생각했다면, 번지수를 잘못 짚어도 아주 잘못 짚었다고 말해주고 싶다.
촛불의 정신은 민주냐 반민주냐 이런 구닥다리 프레임이 아니다. 이들은 지극히 개인적이고 문화적인 상상력이 억압되는 것에 반발해서 촛불을 들었다. 광우병은 그 수단이었을 뿐이다. 그럼에도 여전히 민주냐 반민주냐는 좁은 시각으로 정치를, 정당을 분석하니 이런 제안문이 나오는 거다.
물론 민주주의가 위기임은 분명하다. 하지만 이 위기를 바라보는 시각이 다양하다는데 지금 신당이 탄력을 못받는 이유가 있는 거다. 그런데 80년대식의 민주/반민주의 시각으로 정치판을 보지 않는 국민들을 향해 우리끼리의 선명성 논쟁에서나 사용할 내용을 신당 제안문에 넣었으니 신선함도 새로움도 없는 아고라의 많은 정치글 중의 하나로 치부되는 것이다.
친노라는 이름으로 온갖 수모와 제대로 된 평가 한번 받아보지 못한 그 억울함이 참여정부에 참여한 친노들에게는 한으로 남아있을 것이다. 그 한과 분노가 노무현의 서거로 증폭되어 가슴에 날선 칼을 하나씩 품고 있을 것이다. 나 또한 다르지 않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 칼을 제대로 한번 사용도 못하고 쓰러지고 싶지는 않다. 그래서 하는 말이다. 너무 조급했다. 그래서 제안문에 신선함도 새로움도 유쾌함도 발랄함도 안보였던 거다. 난 그렇게 믿고 싶다.
조급하게 서둘지 않고 멀리 보았다면 이런 제안문을 내놓을 친노들이 아니라고 본다. 나는 적어도 우리가 신당을 제안할 때는 세상을 뒤흔들 수 있고 짝퉁 진보들의 가슴과 그리고 적들의 가슴을 서늘하게 하고 오금을 저리게 할만한 도발적이며 획기적인 창당제안문을 내놓을 수 있어야 한다고 본다.
그렇게 했을 때 바람이 분다. 그 바람은 노무현의 바람이고 김대중의 바람이며 먼저 간 열사들의 바람이다. 그런데 이 제안문은 좀 세게 비판하면 불던 바람도 멈추게 한다.
3. 신당의 목적이 모호하다. 그래서 스텝이 꼬이는 거다.
신당의 목적이 모호하다. 제안문에는 당원이 주인되는 정당을 만들겠다고 한다. 그런데 선거연대도 가능하다고 말한다. 당원이 주인되는 정당과 선거연대를 하겠다는 것은 이율배반적이다. 쉽게 말해 반MB연대를 위해 당선가능성 있는 후보를 밀겠다는 건데 그럼 당원의 의사는 이 연대를 위해선 유보되어져야 한다는 거다.
뭐, 정당이니 전략적인 결정을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게 한 두 군데 정도이면 가능한데 그 이상일 가능성이 매우 농후하다는 거다. 그렇다며 상식적으로 생각해보자. 당신이 지방선거 후보가 되고 싶다고 하자. 그럼 신당과 민주당 중에 어느 곳을 선택하겠는가? 바보가 아닌 이상 민주당을 선택한다.
왜냐하면 선거연대에 있어 유리한 쪽은 기존 정당이면서 제1야당인 민주당이 당근 유리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런 사실을 아는지 모르는지 신당은 창당제안을 하면서 이미 백기투항을 해버린다. 이러니 기존 정당에서 위기의식을 못느끼는 거다.
민주당 입장에서 선거연대는 남는 장사다. 왜냐하면 어차피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이 공천능력이 없는 곳은 영남지역이다. 이 지역은 신당에게 생색을 내면서 공천권을 주면 된다. 그리고 수도권은 모양새는 신당과 연대이지 사실은 민주당의 독점이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그렇게 안되게 하겠다고? 그렇게 할 생각이었다면 애시당초 선거연대를 주장하면 안된다. 설혹 나중에 힘이 딸려 선거연대를 하더라도 말이다. 못먹어도 고~ 해야지. 그렇다고 수도권에서 신당이 고집을 부려 딴나라당이 어부지리로 당선되면 그 책임을 신당이 뒤집어 쓴다. 결국, 신당이 그때까지 민주당을 능가하는 신당이 되는 길외에는 다른 방도가 현재로선 없을 것 같다. 이걸 외통수라고 한다.
민주당은 지역당이며 그래서 대안세력으로서 신당의 출현을 알렸는데 그 사라져야 할 당과 선거연대를 한다?그 당을 흔들고 깨서 사라지게 해야 하는 게 신당의 출현 목적인데 그 당과 선거연대를 하겠다고 태연하게 신당제안문에 선언을 하면 그 신당을 어느 누가 신선한, 새로움이 넘치는 당이라고 하겠는가. 오히려 노회한 정치공학적 기존 정당과 아무 차이가 없다고 보지 않겠는가.
결국 이런 선거연대를 제안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스스로의 자력갱신을 할만한 인물이 부재하다는 것이다. 또 다른 이유는 분열에 대한 우려의 비판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통합이니 연대이니 하는 말들이 신당의 창당과정에서 나오는 거라고 본다.
그래서 하는 말이다. 신당의 목적, 지향하는 바가 정확하게 무엇인가? 이게 모호하기 때문에 연대니 통합이니 하는 말들이 나오는 거다. 이게 명확해야 나중에 연대를 하든 통합을 하든 그때 당원들이 충격을 덜 받을 것 아니겠는가. 지금 당원들의 다수는 멀리 보고 100년가는 정당을 만들자는 마음으로 참여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런데 정치판의 흐름을 보면 통합이 대세고 그렇게 갈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것 또한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래서 시민주권모임이 그 역할을 자임하고자 나선 것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신당도 통합에 대해서 명확하게 밝혀야 한다. 민주당 중심의 통합은 불가하지만 통합은 필요하다던지, 아니면 우린 신당 중심의 통합 말고는 그 어떤 통합도 반대한다던지. 명확하게 밝혀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계속해서 스텝이 꼬이고 목적과 지향하는 바가 제각각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사실, 연대니 통합이니 하는 것 자체가 2중대라는 말이다. 누가 누구의 2중대인지는 모르겠지만, 결국 신당의 목적, 노선이 불투명하기 때문에 생기는 말들이다. 솔직히 말하면 제안문을 아무리 읽고 국민참여신당을 샅샅이 뒤져도 신당의 노선이 무엇인지 알 길이 없더라.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아니 신당을 만들겠다는 제안문에 신당의 노선이나 추구하는 게 없다면, 그것이 명확하지 않아서 민주당이나 신당이 다른 게 뭐냐고 비아냥대는 사람들이 있다면 그들만을 탓할 일은 아닐 것같다.
4. 이젠 신당도 민주당도 통합의 대상일 뿐이다.
신당은 매우 큰 착각을 하는 것 같다. 민주당 중심의 통합은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맞다. 그렇다면 신당 중심의 통합도 불가능하다. 이것도 맞다. 그렇다면 누가 이 두 당을 통합해야 할까? 물론 국민들의 여론이 통합을 요구해야 한다. 그 다음은 친노정치모임인 시민주권모임이 그 통합의 역할을 하게 될 것같다.
물론 신당이나 민주당이 쉽게 응하지는 않을 것이다. 다들 자신들 중심으로 통합하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보면 신당의 출현이 민주당을 압박하는 카드로서는 좋은 포지션이다.
하지만 그만큼 위험부담도 있다. 민주당을 압박해서 친노세력을 통합하려면 신당이 그 역할을 잘해줘야 하는데 신당이 지리멸렬하면 민주당이 통합이 아니라 친노세력을 우습게 생각하고 흡수하려고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해찬 전 총리가 신당 창당에 대해 신중하게 생각하라고 누차 강조한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지금 돌아가는 상황을 보니 신당이 민주당을 압박할 능력을 가지기에는 매우 힘들 것 같다는 생각이다. 앞서 말했듯이 신당으로 바람이 안불고 있다는 거다. 거기다가 신당이 친노진영의 동력을 끌어오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거기다 안타깝게도 국민적 여론은 무관심이다.
이런 신당에 민주당이 압력을 느낄 수 있을까? 결국 그래서 시민주권모임이 외곽에서 민주당을 강하게 압박할 수밖에는 없을 것 같다. 그런 점에서 보면 신당창당에 힘을 보탤 사람은 보태고 나머지는 시민주권모임에 힘을 쏟아야 한다고 본다. 아마도 재보선에서부터 시민주권모임이 적극적으로 나서서 민주당을 압박할 모양이기 때문이다.
암튼, 이미 신당은 신당제안문을 발표했고 신당창당을 위해 발기인대회를 20일에 연다고 하니 이미 출발을 선언한 신당, 제발 목적을 명확하게 해서 스텝이 꼬이지 않게 하길 부디 부탁한다. 그리고 제발 무리하지 말고 조급하게 서둘지 말았으면 좋겠다.
모두에 밝혔지만 노무현의 길, 참 어렵다. 그리고 쉽지 않다. 그러니 한걸음 한걸음 무겁게 딛자. 조급하지도 그렇다고 더디지도 않게.
사족
적고 보니 무지 길다. 그래서 읽으시는 분들께 미안하다. 그리고 신당을 위해 열심히 하시는 분들의 힘을 빼려고 쓴소리를 한 게 아니다. 이왕이면 기초공사를 단단히 해서 성공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다. 쓴소리가 약이라는 하나마나한 뻔한 얘기는 하지 않겠다. 다만 이글이 쪼~매라도 신당작업에 도움이 되길 바랄뿐이다.
그리고 무조건 앞만 보고 달려가지 말기를 바란다. 간혹 좌우도 둘러보고 앞뒤도 살피면서 가길 바란다. 그러면서 항상 퇴로는 열어두는 지혜를…
오늘도 여전히 한방에 내리 적었다. 오타나 문맥의 어색함은 셀프하시길.
"이제 노무현의 길을 찾으렵니다. 부엉이 바위에서 멈춘 사람사는 세상의 꿈, 그 꿈을 잇는 길을 찾아 떠납니다. 혼자는 외롭지만 둘이라면 든든하고 셋이면 행복할 겁니다. 이 시리즈가 끝나는 지점, 그곳이 사람사는 세상이었으면 좋겠습니다." - 제 블로그에서 펌합니다.
'노무현' 카테고리의 다른 글
[딴지일보] '불타던 과부'의 해설 댓글과 이에 대한 '보노보'의 화답 댓글 (0) | 2009.09.11 |
---|---|
"시민주권모임", 멸문지화를 맞았던 "노무현 가문"의 찬란한 부활 (0) | 2009.09.11 |
시민주권모임 경과보고 및 창립취지문 (0) | 2009.09.03 |
노무현 대통령 100재 추모사 - 명계남 (0) | 2009.09.02 |
노무현 대통령의 배려 - 대통령 전용기 (0) | 2009.08.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