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의 추가 소환에 대비한 추가진술 준비 중 2009년 5월. 중단된 글
도덕적 책임은 통감합니다.
대통령이 된 본인과 주변 사람들 사이에는 가치관과 사명감,
책임감 이런 것이 좀 달랐던 것 같습니다.
그럴 수밖에 없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친인척 관리라는 일이 필요했을 것입니다.
그런데 주변 관리를 철저히 하지 못하여 이런 불미스러운 일이 생겼으니
송구스럽기 짝이 없습니다.
형님까지는 단속이 쉽지 않았다고 변명이라도 할 수 있겠습니다만,
아내와 총무비서관의 일에 이르러서는 달리 변명할 말이 없습니다.
제가 대통령을 하려고 한 것이 분수에 넘치는 욕심이었던 것 같습니다.
국가적 지도자, 훌륭한 지도자, 세상을 조금이라도 바꾼 지도자,
역사의 평가는 받는 지도자,
이 모두가 제 분수에 넘치는 일이었던 것 같습니다.
이런 의욕이 저의 역량을 넘어서는 일이라는 사실을 뒤늦게야 알았습니다.
마음으로 그들이 원망스럽기도 합니다. 그러나 원망을 할 수가 없습니다.
오히려 미안한 생각이 들 때도 있습니다.
제가 대통령이 되려는 욕심을 부리지만 않았더라면
그들이 지금 이 고초를 당하는 일도 생기지 않았을 것입니다.
저는 야망이 있어서 준비하고 단련해 왔지만, 그들은 아무 준비가 없었습니다.
아무 준비도 되지 않은 사람들을 위험한 권력의 세계로
제가 끌고 들어온 것입니다.
또 다른 원인은 제가 그들에게 경제생활에 대하여
신뢰를 주지 못한 결과일 것입니다.
아내는 오랫동안 이 문제에 관하여 불신과 불안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된 데에는 그럴 만한 여러 가지 사정이 있었습니다.
그런 정황에 관하여는 추후 말씀드릴 기회가 있을 것입니다.
총무비서관은 퇴임 후에도 이른바 집사의 역할을 할 사람이
자기밖에 없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총무비서관은 퇴임 후 대통령의 사적인 경제생활의 규모에 관하여
저와는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저는 당연히 연금의 범위 안에서 생활을 꾸려야 한다고 생각하고
또 그것이 가능하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총무비서관은 그것이 불가능한 일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모든 것이 분수를 넘은 저의 욕심 때문에 생긴 일입니다.
저는 이제 남은 인생에서 해 보고 싶었던 모든 꿈을 접습니다.
죽을 때까지 고개 숙이고 사는 것을
저의 운명으로 받아들일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사법적 절차의 결과가 어떤 것이든 이 운명은 거역할 수 없을 것입니다.
법적인 책임은 별개로 다루어 주시기 바랍니다.
저는 앞으로 내려질 사법적 판단이 어떤 것이든
그것을 제가 감당해야 할 운명으로 받아들일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저는 사법적 절차에서는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검찰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검찰은 도덕적 책임과 법적 책임을 구분하여 다루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지금 검찰이 하는 모습을 보면 먼저 도덕적 책임을 추궁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도덕적 책임을 반드시 법적 책임으로 연결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가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저는 그것은 검찰의 사명이 아니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결정적 증거라고 보도되고 있는 박연차 회장의 진술이라는 것은
전혀 사실과 다릅니다.
저는 검찰이 선입견을 가지고 오랫동안 진술을 유도하고 다듬어서
만들어낸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고 있습니다.
저는 재판 과정에서 이 과정을 반드시 밝혀낼 것입니다.
보도를 보면, 검찰은 ‘상식적으로’ 몰랐다는 것이 말이 되느냐?
이렇게 공개적으로 묻고 있습니다.
그리고 참고인들에게도 계속 그렇게 묻는다고 합니다.
이것은 재판 절차에서 주장할 일입니다.
그리고 재판 절차에서는 검찰이 설정하고 있는 정황 사실과는
또 다른 많은 정황적 사실이 나올 수 있습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그 상식이라는 것이
정반대의 결론을 내놓을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검찰이 왜 이런 무리한 짓을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피의자와 주변 사람들의 방어 의지를 무력화함으로써
부실한 증거를 보강할 수 있는 진술을 짜내려고 하는 것일 것입니다.
앞으로 주장할 정황은 어떤 것이 있을까?
권양숙 여사가 노무현 대통령에게서 미국에 아들 집을 사자는 의논을 한다는 것,
노무현이 여기에 동조한다는 것이 과연 상식에 맞는 것일까?
그것도 2007년 6월에 노무현이 집을 사는 데 동의했다는 것이 말이 될까?
- 당시 국내는 부동산 전쟁 중이었고, 미국의 부동산에 관하여는 거품 경고가
나오고 있던 시절이었다.
(중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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