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우리 정치에 민주개혁세력이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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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정부가 50%대 지지도로 출범하는 상황이 이른바 '민주개혁세력'에게 유리하지 않겠습니까"라고 물었다. 그는 즉각 "지금 민주개혁진영이 있습니까. 그런 개념으로 묶어 세울 만한 대오가 있나요?"라고 반문했다.
이는 당연히 그가 탈당한 대통합민주신당의 후신, 통합민주당으로 연결된다.
그는 "하나의 정치세력이 국민에게 인정받는 정통성과 정당성의 3대요소는 역사, 민주적절차, 업적"이라며 "통합민주당은 이중 어느 것 하나도 제대로 갖춘 게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렇게 하면 굉장히 도발적인 말이 되는 것이냐"고 조심스러워하면서도 "그런데 화 좀 내셔도 어쩔 수가 없다, 쓴소리좀 들으십시오"라고 덧붙였다.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는, 앞으로도 소위 진보개혁세력, 민주평화개혁미래세력 등 어떤 이름을 갖다 붙여도 여기서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그는 "그 당에서는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봤기 때문에 떠났다"고 자신의 탈당을 설명했다.
"그런데 왜 그 당의 대선후보가 되려고 했느냐"는 반박에는 "이겨서 어떻게 해보려 했는데 안 되더라"고 답했다.
"지역대결구도 정치에 대한 '침묵의 카르텔' 형성"
그는 "한국의 지역대결구도 정치가 노무현 이전의 시대로 완전히 회귀했다"고 말했다. 각각 호남과 영남을 깔고 앉은 통합민주당과 한나라당이 적대적 공생관계를 이루고 중앙정치를 다투는 시대로 돌아갔으며, 마치 지역대결구도가 존재하지 않는 것같은 '침묵의 카르텔'이 형성돼 있다는 것이다. 그는 "비난하려는 게 아니라, 그 당에 남아 있을 수 없었던 이유를 설명하는 것"이라는 말을 잊지 않았다.
그의 주장을 틀렸다고 하는 사람도 많겠지만, 노무현 전 대통령이 떠난 지금의 정치권에서 이런 말을 할 수 있는 사람은 유시민 의원 정도인 것도 분명하다.
26일 낮 국회 의원회관에서 만난 유 의원은 참여정부 5년을 "고단했지만, 행복한 시간이었다"고 회고했다. 현재의 자신과 참여정부지지세력을 '물밖에 던져진 물고기'라고 표현했다. 이런 처지이기 때문에 우리 정치의 중도진보지대가 큰 공백으로 남겨져 있음에도, 바로 당을 만들지 못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그는 다시 '물속을 노니는 물고기'로 돌아갈 수 있을까. 그는 이것을 자신의 과제라고 말했다.
다음은 인터뷰 전문.
- 장관후보자가 청문회 전에 낙마하고, 이명박 정부가 50%대 지지도로 출범하는 상황인데.
"이렇게 되면 안 된다. 그 방향이 타당하든 아니든 국민이 정부에 힘을 몰아줘서 출범했는데, 처음부터 정부가 국민들과 유리돼서 삐걱대고 있다. 나는 지금 야당성향 무소속이지만, 야당도 그걸 즐기기에는 불안하다. 아무리 당리당략이 있지만 국가적으로 이런 상황은 좋은 일이 아니다."
- 이런 상황이 이른바 '민주개혁진영'의 총선에는 유리한 것 아닌가.
"지금 민주개혁진영이 있나. 그런 개념으로 묶어 세울만한 대오가 있나. 통합민주당 분들 들으면 서운할지 모르지만 여전히 자성이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반사이익을 누릴 수 있겠지만, 민주개혁진영, 진보개혁진영 내부의 지리멸렬 현상은 이명박 정부가 민심과 유리되는 것을 즐기기에는 그쪽 사정도 너무 만만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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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5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통합민주당에 대해 '완전히 옛날식의 당이고 지도력 면에서는 조금은 하자가 있을 수 있는 그런 정당이다'라고 했던데.
"정치세력에게는 국민들한테 인정받는 정통성, 정당성이 중요하다. 이것을 획득하는 데는 여러가지 방법이 있다. 김영삼, 김대중 두 분은 민주화투쟁이라는 역사적 정통성이 있다. 2002년 김대중 전 대통령의 총재직 사퇴 뒤에 민주당은 국민경선제를 만들어냈다. 정치세력의 정통성을 민주적 절차속에서 발견하려는 노력이었다. 그 과정을 통해 노무현이라는 리더가 나왔고, 그 연장선에서, 정당한 절차통해 리더십을 세우고 정치세력의 정통성을 획득하려는 시도가 열린우리당에서 있었는데 실패한 것이다.
그리고 또하나는 능력 또는 업적이다. 박정희 대통령은 엄청난 잘못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에게 괜찮은 대통령으로 남아있다. 국민들이 이 시기에 경제부흥의 근거를 마련했다고 보기 때문에 사후에 정당성, 정통성의 근거를 마련한 경우다. 역사든, 절차든, 업적이든 이 세가지 중 하나가 다른 것을 무시해도 좋을 정도로 확고하게 있든가, 또는 세가지를 골고루 갖추고 있어야 하나의 정치집단과 그 리더가 정당성과 정통성을 확보하는 것이다."
"통합민주당에 정치세력으로서의 정당성, 정통성 있나"
- 통합민주당은 어떤가.
"공동대표 두분에게 역사적 정통성이 있나. 나는 아니라고 본다. 이 당이 절차적으로 정당한 절차 갖고 만들어졌나. 대의원을 선출할 수 없는 상황 아닌가. 내부에 어떤 대의기구도 없다. 하나의 정치집단이기는 한데, 국민대중으로부터의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하고 있는 정치집단이 아니다.
업적이 있느냐. 참여정부에 업적 있다고 주장하고 그것을 계승한다면 그렇게 말할 수 있는데, 그런데 자기들이 참여정부는 실패했다고 하지 않나. 스스로 공이 없다고 부정해버렸기 때문에 어떤 업적도 주장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정통성의 3대 구성요소 중 어느 하나도 제대로 갖춘 게 없다.
그 상황에서 후보를 놓고 네거티브로 상대방 공격하는 것만 줄창하니, 그 선거가 될 리가 없다. 지난 대선의 실패는 정동영 후보 개인의 실패가 아니라, 대통합신당이 만들어진 과정, 역사, 업적, 후보를 선출하는 내부절차, 그리고 이슈에서까지 다 실패한 것이다. 이슈에서도 밀렸지만, 그런 정통성 면에서 국민들로부터 인정을 못받은 정치집단이었다는 것이다. 그 실패에는 저도 한 자락 포함되는 것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는, 앞으로도 소위 진보개혁세력, 민주평화개혁미래세력 어떤 이름을 스스로 갖다 붙여도 내가 보기에는 벗어날 수 없다."
- 그래서 '민주개혁세력이라는 게 존재하느냐'는 반문을 한 것인가.
"나는 의문을 제기하는 것이다. 현상적으로는 존재하고 있지만, 국민들로부터 어떤 근거로라도 정통성을 부여받은 세력으로써의 민주개혁세력 또는 정치집단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보는 거다. 이 인터뷰 보면 통합민주당에 있는 분들이 매우 화낼 텐데, 그 분들이 극복해야할 문제고, 저는 이 당안에서 이 문제를 극복할 가능성이 없다고 보고, 또 민주당과 통합할 것이 뻔히 보였기 때문에 미리 탈당한 것이다."
- 유 의원은 통합민주당의 전신인 대통합민주신당에서 대선 후보가 되기 위해 나서지 않았나.
"이겨서 어떻게 해보려고 했는데 역시 안 되더라. 선거인단 구성부터 시작해서, 절차도 엉망이었고. 그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입증해 보이는 과정에 불과했다."
- 그런 연장선상에서 보면 이번 총선도 정당성 없는 통합민주당이 한 축이 돼서 진행된다는 것인데.
"없다고 말하지는 않았고, 확실하지 않다는 것이다. 그 세가지 요소가 전혀 없다고 말할 수는 없고 부분부분 있다. 역사적 정통성으로 보면 김근태 전 의장 같은 분도 있고, 업적으로 보면 참여정부에 있으면서 남북관계와 사법개혁분야에서 성과를 낸 정동영 장관이나 강금실 장관 같은 분도 있고, 또 절차면에서는 법적으로 규정된 최소한의 절차를 거쳤기 때문에, 전혀 없다고 말할 수는 없다. 그러나 국민들이 흔쾌히 하나의 정당으로써 괜찮다고 승인할 정도로 그렇게 갖춘 것은 아니라고 본다."
- 정치적으로 민주개혁세력이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존재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다. 굉장히 도발적인 말이 되나. 그런데 화 좀 내도 어쩔 수가 없다. 쓴소리 좀 들으십시오. 제가 안에 있을 때 쓴소리를 못 견뎌했는데, 한 식구 아닌 사람이 하는 말이니까, 귀기울여 들어보고 이 안에 일말의 진실이라도 있다면 노력하는데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 그렇게 정당성을 확보하지 못한 정치세력이라고 하면 총선에서도 선택받을 수 없는 것 아닌가.
"그래도 받을 수 있는 요소가 있다. 다른 대안이 없으니까, 국민들은 많이 밀어주실 것이다. 의석도 많이 얻고 견제세력 역할을 잘 하기를 바란다."
- '참여정부의 가치와 정신'을 계승하려는 세력의 진로는 어떻게 되나.
"글쎄, 그런데 노 대통령을 좋아하는 사람들만 모여서 뭘 하자는 것은 전혀 아니고, 어떻게 고쳐야 하는 것인가, 어디로 갈거냐, 국가가 어떤 일을 하도록 할 거냐에 대해 국민지지를 받을 수 있는 내용을 만들어야 한다."
"민주당은 중도보수... 중도진보지대는 거대한 공백상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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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주당과 정책에서 크게 다른 게 있나.
"많다. 국가보안법을 철폐 못한 것은 열린우리당안에서 합의가 안 돼서 그런 것 아닌가. 지지층 욕구를 충족시키지 못한 정당은 장기적으로 무너지게 돼 있다. 국회의원 숫자만 많지 주변부 정당이 되는 것이다.
통합민주당은 중도보수 정당이다. 극보수 자유선진당, 보수 한나라당, 중도보수 통합민주당 그리고 진보 민노당이 두 개가 있다. 그 중간에 중도진보성향 유권자들의 마음을 대변해 줄 수 있는 거대한 공백상태가 있는 것이다. 총선 전에 지금 창당해야 하는데, 지금 우리가 물밖에 던져진 물고기처럼 돼 있기 때문에, 단기간내에 결집이 안 되는 것이다."
- 참여정부에서는 당정분리가 많은 논란이 됐다. 한나라당도 그런 논란을 겪을 가능성이 있는데.
"참여정부에서 당과 대통령 사이의 논란은 그런 기술적인 것보다는 노 대통령과 당의 주요인사들 사이의 정치적 지향이 너무 달랐기 때문이다. 당정분리 때문에 문제된 것으로 비쳐졌지만, 대통령과 당의 주요인사들 사이의 정치적 지향과 가치에 대한 차이가 너무 컸다."
- 노무현 대통령과 김근태, 정동영 전 의장의 정치적 지향의 차이가 그렇게 컸나.
"정책적 입장에서는 큰 차이 없었지만, 정치적 지향에서는 달랐다. 지금 통합민주당을 보면 지역일당구조를 다시 만든 것 아닌가. 그것을 단순히 지역당이라고 말하지는 않겠다.
호남은 기초의원부터 도지사까지 전부 다 통합민주당이고, 한나라당은 영남에서 그렇다. 정치적 경쟁이 당내 공천경쟁으로 변질된 버린, 정치적 무경쟁 상태, 한 정당의 전일적 지배를 받은 지역이 대한민국의 절반이 돼 버렸다. 이런 데 대한 문제의식이 노 대통령은 굉장히 강했고, 다른 분들은 되면 좋지만 안 되면 옛날로 돌아가서 할 수 있다, 이렇게 처음부터 생각한 것이다.
정치에 대한 견해차이때문에 다른 것들도 거기서 파생한 것이다. (갑자기 웃음) 열린우리당 창당자체를 부정했지 않나. 자기 자신의 지난 5년을, 자기 자체를 부정하고 지금 당을 하는 것 아닌가."
"노무현과 정동영·김근태, 정치적 지향에 큰 차이 있었다"
- 그래서 탈당했다는 것인가.
"나는 그 당에 몸을 담고 있다는 것이 용납이 안 된다. 그런데 내부에서 그것을 깰 수 있는 전망이 있다면 내부에서 싸우겠지만, 전혀 불가능하다는 판단에서 나온 것이다.
내부 사람들에게 그게 가능하냐고 물어보면, 남아있는 어느 분도 대답하지 못했다. 아무도 말하지 않고 그냥 가는 거다. 침묵의 카르텔이다. 한나라당도 인구가 많은 지역을 깔고 앉아 있어서 유리하니까 입 꽉 다물고 있다. 지역대결 구도정치와 그로 인한 정치의 왜곡현상이 전혀 존재하지 않는 문제인 것처럼, 침묵의 카르텔이 형성돼서 지금 가고 있는 것이다.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한, 적대적 공생관계에 있는 것이다. 마치 과거에 남북한 정부가 적화통일과 북진통일을 내걸고 서로 적대적 공생관계에 있었던 것처럼 말이다. 두 당이 한 지역씩 독점하면서, 적대적 공생관계를 이루고 중앙정치를 다투는 이런 정치가 우리 20년전부터 봐온 노무현 이전의 정치, 열린우리당 창당 이전 정치 아닌가. 거기로 우리가 완벽하게 돌아간 것이다.
여기에 내가 계속 몸담는다는 것은 5년간 해온 정치에 대한 부정이다. 그래서 그 당에 남아 있을 수 없었다. 비난하려는 게 아니라 내가 그 당에 남아 있을 수 없었던 이유를 설명한 것이다.
민주당 있는 분들이 그 안에서 할 수 있다는 비전을 보여주고, 성공시키면 내가 잘못됐다는 게 입증되는 것이다. 그렇게 되기를 바란다. 그 분들이 성공하든 내가 성공하든 성공만 하면, 나라에는 좋은 것이니까. 내가 틀린 게 입증되면 좋겠다. 그러면 나 하나 망하고 끝나면 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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