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정부의 언론 장악](1)편법·탈법…국민의 눈·귀 틀어막기 | |||
입력: 2008년 08월 11일 18:28:47 | |||
이
명박 대통령이 끝내 정연주 KBS 사장을 해임했다. 정 사장 해임은 현 정권이 대선 승리 이후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때부터
밀어붙여온 ‘불도저식 언론장악’의 하나의 사례일 뿐이다. 신문과 방송, 인터넷 등 미디어 전반을 자신들에게 우호적인 쪽으로
재편하고자 하는 권력의 빗나간 질주는 쉬 멈추지 않을 전망이다. 국민의 알 권리와 언론자유를 벼랑 끝으로 내몰고 있는 이명박
정부의 퇴행적 언론장악 행보를 긴급 진단한다. 이명박 정부가 민주주의 유지·확산의 근간이 되는 언론자유를 신장하기는커녕 오히려 이를 옥죄는 언론장악 행태들을 멈추지 않고 있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시절 ‘언론사간부·광고주 성향 파악’ 문건 작성을 시작으로 비판언론에 대한 정부광고 주지 않기, 인터넷 포털과 네티즌 탄압으로 범위를 넓히더니 급기야 낙하산 인사 등을 통한 방송장악이라는 무리수까지 두고 있다. 국민의 알 권리 보장은 아랑곳하지 않고 주권자들의 눈과 귀를 틀어막으려 하고 있다. 특히 이 과정에서 편법과 탈법이 얼룩져 국민들의 거센 반발과 비판에 직면하고 있다.
지난해 대선에서 ‘실용정부’를 표방하며 당선된 이명박 대통령은 11일 내년 11월까지 임기인 정연주 KBS 사장에 대한 해임을 강행했다. 지난 8일 친여 이사들만의 KBS 이사회가 1990년 이후 18년 만에 경찰력을 KBS에 투입해가며 사원들의 반발을 제압한 후 의결한 해임 제청을 수용한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 만들기’에 앞장섰던 뉴라이트전국연합 등이 지난 5월15일 KBS에 대한 국민감사를 감사원에 청구할 당시 떠돌던 시나리오가 90일 만에 현실이 됐다. 정 사장 해임 과정을 보면 현 정권이 촛불정국 등에서 앞세우던 ‘법치’의 잣대는 온데간데없었다. 권혁남 한국언론학회장은 “현 정부는 참여정부 시절 한나라당에 대한 KBS의 편파보도와 방만 경영 등을 이유로 정 사장을 해임했다고 하지만 진짜 이유는 방송을 장악해 장기집권 체제를 갖추는데 정 사장이 걸림돌이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청와대는 그간 KBS 이사회와 방송통신위원회 등을 통해 정 사장에게 자진 사퇴를 압박했다. 그러나 성과를 거두지 못하자 편법·탈법적 조치를 강구했다. 먼저 대통령의 최측근인 최시중 방통위원장이 전면에 나서 압박을 가한 끝에 정 사장의 사퇴를 반대해온 김금수 KBS 이사장이 먼저 사퇴했다. 그 뒤 보수시민단체인 공영방송발전시민연대 공동대표를 지낸 유재천씨를 후임 KBS 이사장에 앉혔다. KBS 이사진도 속속 친여 인사로 교체해 과반을 확보했다. 이 과정에서 교육부는 부산 동의대에 압력을 행사해 KBS 이사인 신태섭 교수를 해임하고 이를 근거로 방통위가 신 교수의 KBS 이사직을 박탈하는 ‘품앗이 탄압’을 선보였다. 정부는 그것도 모자라 중립적이어야 할 국세청·감사원·검찰 등 사정기관과 정부 부처를 총동원했다. 정 사장을 내쫓을 사유가 될 만한 개인 비리와 경영 과실 등을 찾아내려 한 것이다. 정 사장에 대한 검찰의 수사는 2005년 서울고법의 조정 권고로 종료된 KBS와 국세청 간의 KBS 법인세 소송 종결 결정을 문제삼은 것인데다 5차례나 소환을 압박했다는 점에서 대표적인 무리수로 손꼽힌다. 감사청구 83일 만에 나온 감사원의 특감결과 발표도 통상 감사 착수 후 발표까지 4개월 이상 걸리는 데다 피감 기관장에 대해 전례없이 6차례나 출석조사를 요구했다는 점에서 ‘표적 감사’란 비판이 잇따랐다. KBS 관계자는 “정 사장에 대해 샅샅이 뒤졌지만 개인 비리가 나오지 않자 경영 책임이란 포괄적 이유를 들어 해임시킨 것만 봐도 정권의 의도와 해임의 부당성을 엿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1999년 통합방송법 제정의 모태였던 방송개혁위원회에 참여했던 김학천 건국대 명예교수는 “방송법 제정 당시 KBS와 방송위원회의 독립성을 보장하기 위해 KBS 사장과 방송위원에 대한 면직권을 삭제하고 임명권만 남겨두었던 것”이라며 “정부의 조치가 불법이라는 것이 사법부의 판결을 통해 곧 입증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섭기자> - 李, 반대세력에 정면돌파 - 이명박 대통령이 11일 예상대로 KBS 정연주 사장 해임을 강행했다. KBS이사회가 해임 제청안을 의결한 지 사흘 만이다. 그야말로 기다렸다는 듯, 속전속결이다. 해임의 표면적 이유는 감사원과 KBS 이사회가 밝힌 정 사장의 부실경영, 인사전횡이다. 하지만 정 사장 해임이 ‘방송 장악’을 위한 수순이라는 점은 공공연한 사실이다. 방송을 장악하지 못할 경우, 이명박 정부가 추진하는 각종 정책들이 줄줄이 여론에 발목을 잡힐 수 있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이다. 실제 이 대통령은 쇠고기 파동으로 인한 촛불집회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던 이유를 방송 때문이라고 여기고 있다. 특히 노무현 정부 때 임명된 정 사장이 공영방송의 수장으로 있으면서 사실상 촛불집회를 ‘선동’했다고 간주한다. 반대로 KBS를 정부 영향력 아래 두면 국정 과제들에 대한 반대 여론 차단이 가능하고 우호적 여론 형성이 이뤄질 것으로 생각한다. 이 대통령이 감사원, 검찰 등 권력기관을 총동원해 정 사장 해임에 총력전을 펼쳐온 이유다. 이 대통령이 정 사장의 해임을 밀어붙인 것은 정권 반대 세력에 대한 ‘정면 돌파’에 나서겠다는 신호탄으로 읽혀진다. “집권 초반처럼 어영부영하다보면 또 밀리게 된다”(청와대 관계자)는 인식의 발로다. 이 대통령이 이날 해임 제청안에 서명하면서 “KBS도 이제 거듭나야 한다”고 밝힌 것이나, 청와대 이동관 대변인이 “KBS는 국민의 수신료로 운영되는 공영방송이므로 국민 품으로 돌아가는 것이 당연하다”고 밝힌 데서 이러한 의지가 묻어난다. 방송법상 대통령이 KBS 사장에 대한 해임권이 없다는 법적 논란에 대해서도 이동관 대변인은 “정치적 공방은 있을 수 있지만 법리적 공방은 이미 정리된 것으로 안다”고 강한 어조로 말했다. 야당과 시민사회의 반발을 일축하고, 법적 절차까지 무시하면서 정 사장 해임을 강행한 마당에 후임 KBS사장은 철저하게 정권의 코드와 일치하는 사람이 인선될 것으로 보인다. ‘이명박표 개혁’의 집행을 위한 우호적 여론환경 구축이 KBS 장악의 목표였던 만큼, 이를 뒷받침할 인사를 KBS 사장에 앉힐 것이란 전망이다. 실제 여권의 핵심 인사는 “일부 여론의 부담을 감수하고라도 철저하게 정권과 같이할 사람이 인선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 사장 해임과 후임 사장 인선을 통해 방송환경을 우호적으로 조성한 다음, 이 대통령이 꺼낼 카드는 이른바 ‘이명박표 개혁’의 밀어붙이기식 집행이다. 이를 위한 여론의 추동력을 공영방송에서 찾겠다는 게 이번 정 사장 해임의 타깃이었기 때문이다. <김정선기자> - 야3당 “국민과 함께 저항” - 이명박 대통령의 KBS 사장 해임에 대해 야권은 “민주주의의 후퇴”, “폭거”라고 강력 반발했다. 민주당과 민주노동당, 창조한국당 등 야 3당은 헌법소원 등 법적 대응, 국민과 함께하는 저항운동 등 공조를 다짐했다. 민주당 정세균 대표는 11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를 통해 “한국 민주주의가 20년 후퇴했다”며 “대한민국 언론자유 수준이 1류에서 3, 4류로 전락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2000년 국회와 김대중 전 대통령이 방송법에서 대통령의 KBS 사장 면직권 말소에 동의한 것은 공영방송의 독립성, 중립성을 보장하자는 취지”라고 지적했다. 김유정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헌법소원을 통해 청와대의 불법 행위를 무효화하고, 특별당보를 제작해 시민에게 정부의 언론장악 음모를 알리겠다”고 했다. 민주노동당 박승흡 대변인은 “KBS를 국민으로부터 강제로 찬탈한 폭거이며, 권력의 품격이라고는 찾아보기 힘든 무뢰배 행동”이라고 비난했다. 창조한국당 김석수 대변인도 “지지율 급락과 현 정국의 반전을 공영방송 장악으로 회복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라고 주장했다. 야 3당은 이번 주중 국회나 KBS 앞에서 대표들이 교대로 항의 농성을 하는 한편 KBS, 시민단체들과의 연계 투쟁을 추진키로 했다. 원외인 진보신당 심상정·노회찬 등 대표단도 공동성명을 통해 “언론자유라는 헌법적 가치를 파괴하는 제2의 유신 쿠데타”라며 “법적, 정치적, 사회적인 모든 수단을 동원해 막겠다”고 밝혔다. 반면 자유선진당은 “정사장 해임 문제는 사법부 판단에 맡겨야 한다”며 “정 사장도 자신으로 인해 발생한 사회혼란과 국론분열에 대해 책임져야 한다”고 한나라당과 보조를 같이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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