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강부자’ 정권의 한계 보여준 부동산 대책
경향신문 기사전송 2008-08-22 00:43
어제 정부가 ‘주택 공급기반 강화 및 건설경기 보완방안’이라는 부동산 대책을 발표했다. 어떤 경우라도 부동산 투기를 부추기는 것만은 안 된다는 전문가들의 거듭된 지적을 끝내 무시하고 내놓은 안이다. 이번 발표로 겨우 안정을 찾아가던 부동산 시장에 어떤 변화가 나타날지 현재로선 짐작하기 어렵다. 그러나 정부가 건설경기만은 살리겠다는 확고한 신호를 시장에 보낸 만큼 그것만으로도 파장은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정부의 부동산 대책은 지방보다 수도권, 무주택 서민보다 부동산 부자, 실수요자보다 투기적 가수요자에게 초점을 맞추고 있다. 말이 부동산 대책이지, 실제로는 투기 진작책이라고 보는 것이 더 적절할 듯싶다. 물론 검토 대상에 올랐다가 거센 반대 여론에 밀려 최종안에서 빠진 것도 없지는 않다. 종합부동산세 과세 기준을 6억원 이상에서 9억원 이상으로 올리려다 백지화한 것이라든지, 재건축 소형 주택 의무비율 및 임대주택 의무비율 제도를 폐지하려다 그대로 둔 것이 여기에 해당된다. 그러나 전체적으로는 부동산 시장을 투기판으로 만들기 딱 좋은 내용들이 수두룩하게 들어가 있다.
정부는 우선 수도권 아파트의 전매 제한 규정을 종전 5~10년에서 1~7년으로 대폭 완화했다. 전매 제한 규정은 가수요자들이 부동산 시장으로 제한없이 유입되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인데, 이번에 부동산 거래를 활성화한다는 명목으로 이 규정을 완화한 것이다. 수도권 전매 제한 완화는 현실과는 동떨어진 엉뚱한 처방이라는 지적도 많다. 지난 5월 말 현재 지방의 미분양 주택은 11만가구에 이르는 데 반해 수도권은 1만9000가구에 불과하다. 전매 제한 규정 때문에 수도권의 분양시장이 얼어붙었다는 일부 주장은 실제로는 근거가 빈약한 셈이다.
택지 감정가의 120% 내에서 실매입가를 인정해줌으로써 분양가 상한제는 제도 도입 1년도 안돼 사실상 유명무실해지게 됐다. 건설업체에는 막대한 이익을 안겨주겠지만 아파트 분양자들은 그만큼 분양가 부담이 커지게 됐다. 참여정부 때 이미 경험한 바 있듯이, 신규 아파트 분양가가 높아지면 주변의 기존 아파트 가격도 덩달아 뛰어오르면서 전체적인 부동산값 폭등을 불러올 가능성이 있다.
인천 검단지구와 오산 세교 등 2곳의 신도시 확대·건설 방침도 건설경기를 촉진하는 효과는 있을지언정 부동산 대책으로 온당한 것인지 의문이 많다. 정부는 공급물량이 모자라 수년 뒤에는 아파트 값이 오를 것이라며 신도시 지정의 불가피성을 설명하고 있으나, 앞뒤가 맞지 않는 말이다. 이번에 지정된 신도시 지역 2곳 주변에는 각각 청라지구, 동탄 신도시 등이 건설되고 있어 오히려 공급 과잉 논란이 빚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부동산 시장 안정은 모든 경제정책의 기본이자 전제이다. 부동산 시장이 흔들리면 어떤 정책도 마음대로 펴나갈 수 없다. 사회적으로는 집없는 서민들의 고통을 가중시키고 사회 양극화만 부추길 뿐이다. ‘강부자’(강남의 부동산 부자) 정권의 태생적 한계를 벗어날 수 없기 때문일까, 이 정부는 출범 몇 달도 안돼 그예 부동산에 손을 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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