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공허한 이 대통령의 햇볕정책 비판
경향신문 기사전송 2008-09-03 00:33
이명박 대통령이 그제 한 모임에서 이른바 햇볕정책에 대해 비판적 시각을 나타냈다. 이 대통령은 “우리가 생각하는 방향으로 나오지 않았다” “옷을 벗기려는 사람이 옷을 벗었다”는 등 햇볕정책의 성과를 부인했다.
이 대통령이 집권 반년이 넘도록 경색된 남북관계를 타개하려는 노력은 보여주지 않고 전임 정부의 대북 정책에 대해 흠집 내기에 열을 올리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 과연 햇볕정책이 이 대통령의 말대로 우리가 바라는 결과를 가져 오지 못했나. 이 대통령도 그렇지 않다는 것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이 대통령은 서울시장 재임 시절 개성공단을 방문한 바 있으며, 심지어 개성공단이 “우리 중소기업을 살려내는 메카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리고 지금도 이 대통령은 개성공단의 중요성을 인정한다고 한다. 어디 그뿐인가. 햇볕정책은 남북 교류와 경협, 이산가족 상봉 등에서 큰 성과를 낳았다.
햇볕정책이 남북관계에 획기적 변화를 가져온 것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이 대통령의 햇볕정책 비판이 공허해 보이는 이유다. 무릇 모든 정책이 그렇듯이 햇볕정책에도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이 있다. 특히 전임 김대중·노무현 대통령과 정치적 성향이 다른 이 대통령의 입장에서 개인적으로 햇볕정책의 부정적인 측면이 도드라지게 보일 수 있다.
하지만 국정을 책임 진 대통령의 임무는 긍정적인 면을 살리면서 부정적인 면을 개선하는 것이다. 그 길이 이 대통령이 내세우는 실용주의에도 맞다. 그럼에도 이 대통령은 햇볕정책의 부정적인 측면만 보는 바람에 남북관계를 퇴보시키는 잘못을 범했다.
이 대통령이 햇볕정책에 대해 균형 잡힌 시각을 갖지 않는 한, 경색된 남북관계에 돌파구를 마련하기는 쉽지 않다. 현 정부는 ‘비핵·개방·3000’이라는 대북 정책을 내세우고 있지만 이 정책은 이 대통령이 햇볕정책의 성과를 부정하고, 그래서 북한이 거부하는 한 실효성을 담보할 수 없다. 이 대통령이 더욱 열린 마음으로 햇볕정책을 바라보는 것이 문제 해결의 출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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