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시대착오적 ‘좌파’ 공세로 선진화 이루겠다니
경향신문 기사전송 2008-09-02 00:43
음습한 매카시즘 망령이 부활할 조짐이다.
이명박 정권이 ‘국가 정체성’ 운운하며 공안정국을 조성하더니 우려해온 대로 본격적인 ‘좌파’ 공세에 나섰다.
‘여간첩 원정화 사건’ 이후 군부에 침투한 ‘간첩 용의자 50여 명’이라는 내부 메모가 공개됐고, 마침내 여권에선 ‘(간첩의) 공직 침투, 또 다른 간첩단’ 가능성을 시사했다는 보도다.
게다가 여당 원내 대표라는 사람이 ‘좌편향 정책’의 뒤집기를 천명한 마당이니 이번 정기국회는 매카시즘이 발호하는 무대가 될 공산이 커 보인다.
여권의 좌파 공세는 ‘잃어버린 10년’ 타령과 맞닿아 있다. ‘MB식 개혁’, 이른바 ‘강부자’ 정책 드라이브를 앞두고 반대 세력을 ‘불온 세력’으로 몰아 입을 막고, 손과 발을 묶자는 것이다. 공안 통치의 전형이다.
이는 필연적으로 정부는 물론 사회 각계·각층의 진보·개혁 세력에 대한 대대적 정리 작업을 수반할 것이다. 이미 진행 중인 방송장악 기도나 낙하산 인사도 그 일환이자 정지작업이었던 셈이다.
이 와중에 이 정권은 지지세력의 재결집을 기대하는 모양이나, 그 끝은 좌우 이념 갈등이 난무하고 이분법적 편가르기가 횡행하는 사회적 분열일 터다.
더구나 저항이 심할수록, 효과가 미진할수록 공세 또한 강해질 것은 자명한 일이다. 정치의 본령인 대화와 타협, 소통이 자리할 공간이 있을 리 만무하다.
시즘의 종말은 파국 직전의 국가 균열이었음을 역사는 고발하고 있다. 생각이 다름을 옳고 그름으로 재단하는 정치 환경에서 ‘대한민국 선진화’를 들먹이는 것은 언어도단 아닌가. 선진화는 바로 좌우를 아우르는 다양성을 토양으로 가꿔가는 세상이다. 이 대통령이 말하는 ‘통합의 정치’도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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