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잡고 끌어안지만 말고, 정말 잘살게 해주던지…”
경향신문 기사전송 2008-12-12 14:05 | 최종수정 2008-12-12 1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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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만날 할머니들이야. 그럼 잘 살게 해주던지….”
11일. 서울시내 노인복지회관에서 만난 할머니들도 최근의 경제적 어려움을 호소했다. 그러나 이 대통령의 가락시장 방문에 대한 시선은 곱지 않았다. 특히 지난 대통령 선거 때 “경제 꼭 살려라잉”이라고 외치던 광고 속 ‘국밥집 할머니’를 떠올리는 이들도 많았다. 민심탐방의 의도는 긍정적이지만 진정성에는 의문을 품고 있었다. 이 대통령과 할머니, 둘의 조합에 정작 할머니들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정분순 할머니(71)는 “대통령이 그런 데 가서 민생을 살피고 노인들에게 관심을 갖는 것은 좋은 일”이라며 “도와주려고 간 거니까 좋다. 가서 배추도 500포기 사주지 않았나”라고 말했다. 이희인 할머니(73)도 “다른 대통령들도 새벽시장에 가서 민심을 돌아보지 않았나. 당연한 일”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전시행정 아니겠냐는 반응이 대부분이었다. 직접 뉴스를 보지는 못했지만 시장 사람들에게 이야기를 들었다는 장모 할머니(68)는 “좋게들 생각 안 하더라”며 “힘들면 전화하라고 했다던데 진짜 전화하면 어떻게 할 건가. 지금 힘든 사람이 어디 한둘인가. 왜 특정인물만 돕는다고 그러냐”고 답답해했다. 옆에서 이야기를 듣던 다른 할머니도 “민심만 흔들어놓는 것”이라고 거들었다. 이모 할머니(73)의 생각도 같다. 이 할머니는 “정치인이니까 그럴 수 있다. 사회적 약자를 보듬는다는 걸 보여주려는 것 아닌가”라며 “하지만 괜히 ‘부자정권’이라고 하나. ‘정치 쇼’ 아니냐”고 반문했다. 민심탐방이 아닌 민심을 제대로 알아야 한다는 쓴소리도 나왔다. 경제한파로 시름이 늘어난 데다 최근 논란이 된 부자 감세안 등으로 정치 불신이 깊었다. 혼자 살고 있다는 문모 할머니(84)는 “악수하고 껴안는 것 좋다. 그런데 할머니들을 위해서 해준 게 뭐가 있나”라면서 “가스비가 올라서 오늘도 가스 잠가놓고 일부러 밖에 나왔다”며 “없는 사람들 챙긴다면서 아파트 두 채, 세 채 가진 사람들은 세금을 깎아주고 물가는 올리고, 밉다”고 쏘아붙였다. 2년째 아들을 도와 슈퍼마켓을 하고 있다는 한 할머니도 “인심 얻으려고 하는 건데, 우리같이 없는 사람들도 살기 편하게 해줬으면 좋겠다”고 한탄했다. 박춘자 할머니(66)는 “전 국민의 대통령인데 왜 자꾸 할머니들만 등장시키나. 요즘 높은 교육을 받아도 할 일이 없는 청소년들이 걱정”이라며 “코 밑의 것만 생각해서 할머니들만 등장시키지 말고…”라고 말했다. 탁모 할머니(63)도 “다른 정치인들도 할머니나 어린이랑 사진 많이 찍던데 진심에서 우러나왔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며 “서민들이 정말로 원하는 것은 세금은 적게 내고 물가는 싼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미디어토씨’라는 한 블로거는 “대통령이 목도리를 풀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알 것 같다”며 교육세 폐지와 최저임금법 개정, 고령자 최저임금제 감액 적용 등을 나열한 뒤 “대통령이 서민에 감싸준 건 목도리가 아니었다. 그건 눈가리개였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인천대 전영우 교수(신문방송학과)는 “이 대통령은 취임 전이나 취임 후나 부자, 상류층 이미지를 희석시키기 위해 서민적인 모습을 부각시킨 것”이라며 “최근 강부자 내각이니 부자감세안 등 내놓은 정책들이 상위계층에만 혜택을 준다는 비판을 받고있는 만큼 서민을 챙기는 모습을 보여줄 필요가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미지 연출로 서민에게 감동을 줄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라며 “추진하는 정책과 이미지가 맞아 떨어져야 하는데 사진 한 장으로 모든 걸 덮을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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