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지방 간부공무원 소집령… “지금 유신시대냐” 시끌
경향신문 2008-12-27
ㆍ 29일 4대강 사업 등 설명회…2600여명 상경교육
정부가 읍·면·동장에 이어 전국의 4급 이상 간부공무원 2600여명을 29일 서울로 불러모아 교육을 시킬 예정이어서 지방관가가 반발하고 있다. 가뜩이나 바쁜 연말에 간부공무원들을 총동원하고 있어 이날 하루 지방행정이 사실상 마비될 전망이다.
정부는 이날 오전 10시부터 11시30분까지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행정안전부·국토해양부·기획재정부 등 3개 부처 공동으로 ‘경제난국 극복을 위한 지방 간부공무원과의 대화’를 개최한다. 행안부 장관의 모두 인사말에 이어 재정부 1차관이 ‘2009년도 경제운용 기조’, 행안부 2차관이 ‘지방재정 조기집행 방안’, 국토부 1차관이 ‘4대강 재탄생사업’을 각각 설명할 예정이다.
이번 행사는 지난 22일 행안부의 청와대 업무보고 직후 16개 시·도에 전격 통보됐다.
이에 따라 전국의 간부공무원들은 연말 결산과 내년 업무 준비 등 바쁜 연말 업무를 제쳐두고 눈도장을 찍으러 서울로 올라가야 한다. 불참하는 공무원에 대해서는 사유서를 제출토록 하고 있어, 사실상 강제소집이 아니냐는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다.
광주시 한 구청의 서기관은 “우리를 불러서 경제회생에 무슨 도움이 되겠느냐”며 “정신집체교육을 받으라는 것인데 유신시대, 새마을운동 시절에 하던 구태”라고 말했다. 충북도의 한 공무원은 “바쁜 연말에 굳이 전 간부공무원을 불러다놓고 할 필요가 있느냐고 행안부에 얘기했으나 먹혀들지 않았다”며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았다.
새벽에 버스를 동원해 단체 상경할 예정인 전북도 관계자는 “과거로 회귀한 느낌이 든다”며 “행안부 장관이 이런 걸 좋아하는 것 같다”고 볼멘소리를 늘어놨다.
제주도는 대상 109명 중 30명이 불참사유서를 제출했다. 이모 서기관은 “교육내용이야 뻔한데 자료로 보내도 되는 것 아니냐”며 “1인당 출장비가 20만원 정도로, 그 돈으로 불우이웃이라도 돕는 게 경제에 더 보탬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 6월30일 전국의 읍·면·동장 3300여명이 소집된 ‘국정현안설명회’가 별다른 성과 없이 요란만 떨고 끝났음에도 이를 재현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처사라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전남도의 한 서기관은 “지난번 읍·면·동장 소집교육 때도 불만이 많았는데 이런 교육이 자꾸 반복되면 공직자들이 시키는 일만 하는 과거 행태가 되살아날 수 있다”고 말했다.
대구시 ㄱ사무관은 “정부가 공직자를 상대로 기강을 잡겠다는 측면도 깔려 있는 것 같다”며 “사실상 공직자 총동원령이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전국민주공무원노조는 이날 성명서를 내고 “이번 행사는 이명박 정권이 한 해 중 가장 바쁜 기간인 연말에 현장에서 결산과 새해 업무를 준비해야 할 책임자들을 무리하게 한자리에 모아놓고 공직자 줄세우기를 하려는 것”이라며 “획일적 지침을 통해 모든 것을 강제할 수 있다고 믿는 전형적인 군사문화의 유산”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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