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백분토론 400회>에서 유시민 전 의원이 했던 ‘고양이는 쥐가 얼마나 무서워하는지 모른다’는 말이 많이 회자됐었다. 힘센 고양이는 ‘뭐 그래, 별 거 아닌데’ 하면서 발톱으로 쥐를 살살 갖고 놀지만, 쥐는 고양이가 언제 자기를 갈가리 찢어놓을지 몰라 벌벌 떠는 것이다.
토론 자리에서 나경원 의원이 “고양이였던 적이 있잖아요.” 하니까 유시민 전 의원의 답, “우리는 그렇게 안했습니다.” 이야기의 발단은 진중권 교수가 ‘조심하라는 말을 많이 듣는다. 참여정부 시절 노무현 대통령 욕이 그렇게 많아도 두려워하는 사람은 없었다. 그런데 지금은 지레 다들 무서워하는 분위기다.’ 라는 발언 때문이었다.
이명박 정권의 힘센 고양이들은 힘없는 쥐들의 무서움을 정말 모른다.
쥐들의 무서움이란 게 별게 아니다. 분위기 상 ‘언제 파면 당할지, 언제 징계 당할지, 언제 일감 뺏길지, 언제 잡혀갈지, 언제 고발당할지, 언제 벌금 나올지, 언제 세무조사 당할지, 언제 무슨 불이익을 당할지 ’ 심리적으로 두려워하면 그게 고양이들의 전제권력사회인 것이다.
역설적으로 이명박 정권의 힘센 고양이들은 힘없는 쥐들의 무서움을 너무 잘 안다.
‘로 앤 오더, Law & Order(법과 질서)’라는 이름으로 통제하면 쥐들 쯤이야 무서움에 벌벌 떨게 하거나, 적어도 쥐들이 ‘찍찍’ 조차 못하게 하거나 아예 고양이 앞에서 눈도 깜짝 못하게 할 수 있다는 것을 너무도 잘 아는 것이다. (만화영화 <톰 앤 제리>에서 처럼 고양이 톰와 맞서는 쥐 제리가 얼마나 될 것인가. 그것은 만화영화에서나 가능할 뿐.)
그리고 그들은 너무도 잘 안다. ‘ Law & Order, 로 앤 오더, 법과 질서’의 이름으로 쥐들을 꼼짝 못하게 하는게 최고라는 것을. 공권력을 집행하고, 권력기관들, 공권력 통제 기관들을 잘 다루기만 하면 된다는 것을.
그래서 그들은 로 앤 오더를 부르짖기 위해 지금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 고양이들이 국회에서 단독이라도 온갖 법안들을 통과시키려 하는 것이다. ‘사이버모욕죄’가 담긴 정보통신 관련법, ‘마스크 금지법’이 담긴 집시법, 국정원에게 국가정책에 관련된 정보통제권까지 무한 부여하는 국정원법, 항상 고양이이자 항상 고양이 편인 기득권 대기업과 공룡언론들에게 ‘방송’을 접수할 수 있게 하는 방송법 등. 통제불능상태의 세계금융위기 속에서 재벌들에게 은행금융을 맡기려고 하는 금산분리 완화에 까지...
인기 높은 <로 앤 오더’(Law & Order)>라는 미국 드라마는 3가지 범죄를 3가지 다른 시리즈로 집중적으로 다룬다. ‘성범죄, 권력형 범죄, 첨단기법의 지능 범죄’. ‘소수약자에 대한 범죄, 고양이 위치를 이용한 이권 범죄, 그리고 새로운 기술을 이용해서 지르는 지능형 범죄’는 언제나 일어날 수 있는 것이다.
그것을 방지하고자 하는 것이 진정한 ‘로 앤 오더’이련만, 지금은 오히려 고양이들이 나서서 소수약자의 보호망을 걷어내고, 고양이들의 이권을 넓히고 첨단기법의 지능 범죄를 가능할 수 있도록 하는 법을 고양이들끼리 모여서 만들려하니 이명박 정권은 고양이 정권인가.
26일이냐, 27일이냐, 28일이냐, 29일이냐, 30일이냐? 한나라당의 단독 법안통과가 언제일 것이냐, 114개를 다 처리할 거냐, 아니면 30여개로 줄일 것이냐? 하는 기사들이 줄지어 나오고 있다. 언론들은 이 고양이 법안들 자체에 대해선 별 말이 없다. 속담에 나오는 말처럼 ‘쥐도 코너에 물리면 고양이를 문다’상황이 왜 현재 국회에서 벌어지고 있는지에 대한 해설도 거의 없다. 고양이들이 먼저 쥐에게 입법전쟁을 선포하고, 쥐를 갖고 놀고 있다는 것을 국민들은 알 권리가 있건만.
고양이들은 법안을 제대로 검토할 기회도 주지 않고 있다. 자기네들도 어떤 법안이 최종적으로 발의되었는지도 잘 모른다. 국민들이 알 권리는커녕, 상임위에서 제대로 검토할 시간도 갖지 않고, 하물며 공청회도 제대로 하지 않는다. 아니, 이렇게 중요한 고양이 법안들이 발의된 지 며칠도 안되어서 국회 의장의 직권상정으로 된다면?
이명박 정권의 고양이들, 제발 국민에 대한 두려움 좀 가지라. 그대 고양이들도 주인 무서운 줄 알라.
김진애/도시건축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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