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빨갱이란 말을 집어치워라
- sweetreal 2008.12.29
술한잔 마시고 왔다. 그래서, 전투력이 갑자기 차올랐다. 두서없이 마구 글을 쓰고 싶어졌다.
포털사이트에서 정치 부분 기사가 뜨면, 댓글들이 주렁주렁 달린다. 이 댓글들을 보면 가슴이 턱 막혀온다. 좌빨, 빨갱이, 김정일 어쩌구 등등. 100분토론에서 신해철이 했던 말처럼, 우리나라에서 '좌'라는 것의 의미가 가지는 느낌, 즉 '좌는 악'이리고 배우던 80년대로의 역행. 이러한 논리는 아무래도 '논리'가 아니다. 아무리 논리적인 글을 줄줄이 적어도 이들에게 '좌빨' '빨갱이'로 낙인찍히면 그것으로 끝이기 때문이다. 무작정 댓글을 다는, '빨갱이'를 욕하는 사람들은 도대체 누구일까. 자신의 생각과 맞지 않으면 빨갱이로 몰아붙이며 무작정 반대하거나, 아니면 재미로 그러는 초딩들의 짓이거나, 이런 글을 달면서 돈을 받는 알바들의 짓이거나. 이 세 부류들이 대부분 아닐까.
빨갱이가 무엇인가 그들에게 물으면 그들이 속시원하게 대답할 수 있을까. 좌빨 그러는데, 좌익이 무엇인지 그들에게 물으면 그들은 그것에 대해 확실하게 알고서 비난하는 것인가. 난 나 자신의 정체성을 진보 이념에서 찾고 있고, 이런 이념이 철저하게 단어의 의미만 가지고 좌익이라고 불려도, 심지어 빨갱이라도 불려도 상관없다. 하지만 빨갱이라는 단어 자체에서 오는 혐오감, 불신 같은 우리나라 사회에서 억지로 씌워서 '세뇌'시켜온 의미로 이해되는 것이라면 엄청나게 화가 난다. '빨갱이'라는 단어를 아직까지 사용하고, 그것이 대단히 부정적인 의미로 한국 사회에서 받아들여져야 한다는 것이 너무나도 슬프다. 도대체 언제적 빨갱이인가. 6.25 전쟁 당시, 극단적인 좌익/우익 대립 상태에서 서로를 비하하는 말 중 하나가 빨갱이 아니었던가. 이념의 냉전 시대는 지나간지 20년이 다 되어 가는데 아직까지 우리나라는 빨갱이 운운하며 생각이 다른 사람들에게 빨간색의 낙인을 찍는 것인가.
난 한국 사회가 심각하게 경직되어간다고 생각한다. 민주당이 국회를 점거했다는 기사가 뜨자, 댓글들이 주렁주렁 달린다. 빨갱이새끼들. 어쩌구들. 물론 그들을 빨갱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도 비난한다. 국회가 전쟁터냐. 일이나 할 것이지 뭐하는 짓거리냐. 하지만 이러한 사태는 민주당의 정체성이 걸린 문제다. 물론 민주당을 확실한 '진보'로 받아들이기에는 문제가 있지만, 소위 'MB악법'은 민주당의 정체성에 하나도 맞지 않는다. 이런 법들은 협의를 해서 누더기로 만들던지 아니면 아예 통과를 막아야 한다. 그러니까, 민주당은 지금 잘하고 있는 거다. 그들이 소화기를 뿌려대고 전기톱을 들이밀며 상임위원회를 어떻게든 들어가려고 하는 것이 그들에게는 맞는 행동인거다. 그들을 지지하는 국민들이 있는 한, 그들을 그래야 할 의무가 있다. 그래서 국회는 언제나 난장판이고 싸움터인 거다. 어쩌겠는가. 이념의 차이는 말로서 풀 수 없는 문제다. 말로 풀려고 해도, 한나라당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이건 한나라당이 자초한 사태임이 틀림없는 사실이다. 이걸 다 합의하고 처리했으면, 민주당은 지금쯤 한나라당 2중대 소리 들으며 지지율을 더더욱 깎아먹었을 것이다.
난 단언하건데 우리 사회에서 진짜 순도 100% 빨갱이는 없다고 생각한다. 이미 간첩에 의해 북한에 정보를 빼돌릴 수 있는, 그런 폐쇄적인 사회는 지나갔다고 생각한다. 난 이명박 정권들어 갑자기 간첩이 생겨난것도 의심스럽고, 댓글들에 빨갱이 운운하는 억지 비난들이 줄줄이 달리는 것도 의심스럽다. 보수단체에서 북한에 삐라를 그렇게 올려보내는 것도 의심스럽다. 가장 우려스러운 것은, 북한을 마치 진짜 악, <반지의 제왕>의 사우론마냥 김정일을 비난하면서 그들과는 절대 대화의 대상이 아니라고 말하는 거다. 50년대부터 80년대까지 걸친, 낡아빠진 냉전주의적 사고방식을 현재 시점에서 들이밀고 있는 것이다. 철저하게 이분법적인 세계. 대한민국의 '자유민주국가적 정체성' 아니면 빨갱이.
남한과 북한이 서로 평행선을 걷고 있다고 생각하는 이 사람들에게 묻고 싶다. 도대체 통일이 되길 바라는 건가. 만약에 통일이 되길 바란다면, 어떤 방식으로 해야 맞는 것인가. 조갑제마냥 국군 탱크가 김일성의 집을 밀어버려야 진정한 통일이 된다고 생각하는 것인가. 즉, 그들은 북한과의 '전쟁'을 바라는 것인가. 통일을 바라지 않는다면, 그럼 북한 김정일 정권을 인정하겠다는 것인가. 이건 분명한 모순이다. 이들은 철저하게 김정일이 타도의 대상이기 때문이다. 통일도 반대하고 김정일 정권도 반대한다면? 이건 진짜 아무 생각 없는거다. 즉, 통일을 바라지 않는 자칭 우익은 이러한 상황에 대해 '아무 생각없이 그냥 살아가는 사람'인 거다. 그래서 내가 보기엔 이들의 주장의 논리적 결론은, 전쟁밖에 없다. 차라리 김정일이 죽일만큼 싫고, 굶어죽은 북한 주민들 보기 너무나도 불쌍하고, 통일은 해야겠고 하니까 가장 쉬운 방법인 북한과 전쟁을 하자고 주장을 하는 것이 가장 논리적이다. 마치 이라크와 전쟁을 벌여 후세인을 몰아내고 자칭 '자유민주주의' 국가를 세운 부시처럼. 충분히 가능하지 않는가?
하지만 전쟁을 하면 가장 피해보는 사람은 남북한의 평범한 사람들일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전쟁은 이들이 그렇게 생각하는 '시장경제우선' 논리에 전혀 맞지 않는다. 미국같이 본토에 피해는 거의 없고, 석유관련 산업이나 국방산업에서 취할 수 있을 것 같던 경제적 이득이 남북한의 전쟁상황에는 전혀 없기 때문이다. 전쟁은 둘 다 망하는 길이다. 롤모델이라고 해야 할 부시도 신발테러나 당하면서 결국 망한거나 다름없지 않은가. 그러니까 이들의 주장은 근본적으로 모순이다. 전쟁을 해야 북한의 김정일 정권을 몰아낼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전쟁을 하게 되면 남북한 할거없이 심각한 피해(심지어 죽음까지)를 보게 되기 때문이다.
즉 소위 '보수'를 자칭하는 사람들의 빨갱이 논리는, 통일을 한다고 해도 전쟁논리고, 통일을 하기 싫다고 해도 전쟁논리다. 이들 머릿속에는 생각이 다르면 밀어버려야 한다는, 그런 무시무시한 생각이 크게 자리잡고 있는 거다. 아이러니컬한 것이, 이런 생각이 바로 김정일의 생각이며 스탈린의 생각이었고 심지어 무솔리니나 히틀러의 생각이었다. 이분법적인 구조에 사로잡혀 나 아니면 적 이런 생각으로 국가간의 잣대를 들이대면 저들은 다 쓸어버려야 할 청소대상인 것이다. 이게 바로 전체주의며, 경직된 사회의 제대로 된 예시인 거다. 이들은 전쟁을 하자는, 이런 말까지 차마 하지 못한다. 아무리 이명박 들어서 사회가 보수화 되어간다고 해도, 전쟁을 주장하기에는 무리가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들은 언제나 논리적으로 결여되어 있다. 철저하게 예전에 대한 기억의 환기와, 현재의 상황에 대한 비난만이 담겨있을 뿐이다. 그래서 이들의 주장은 언제나 대책이 없다. 그 대책은 전쟁이기 때문이다. 3.1절이나 광복절에 성조기를 흔드는 사람들에게 무슨 대책을 바랄 것인가. 이들의 주장이, 이들이 그렇게 싫어하는 김정일을 닮아가고 있다는 것을 알기나 하는 것일까.
통일을 원하건, 원하지 않건 북한은 서로 인정해주어야 할 대화의 상대이지 철저하게 무시하고 비난만 해야 할 상대가 아니다. 전쟁으로 통일을 하겠다는 생각을 버리지 않는 이상 우리에게 통일이라는 과제는 풀기 매우 어려운 과제다. 빨갱이란 단어에 얽혀있는 아픔은 상대방을 비하할때 쓰는 용도로 쉽게 이야기 할 수 있는 단어가 아니다. 그 단어 속에는 통일에 대한 풀기 어려운 과제들이 담겨있고, 전쟁과 민주화운동으로 희생된 수많은 사람들의 아픈 상처들이 담겨있다는 것을 명심하길 바란다. 북한과의 전쟁을 원하는 극단적 수구들에게만 어울리는 단어가 빨갱이다. 그러니까 빨갱이란 말을 집어치워라.
이제 빨갱이란 단어를 쓰기 전에, 난 진짜 현재의 북한이랑 전쟁을 원하고 그 전쟁에 이 한몸 기꺼이 바쳐 북한의 수많은 '빨갱이들'과 남한의 그들에게 세뇌된 '빨갱이들'을 죽일 각오가 되어 있는가를 먼저 생각하길 바란다. 이런 나름 비장한 각오가 없다면, 빨갱이란 단어를 입에도 올리지 마라. 그건 논리의 모순에 빠진 비겁한 수구꼴통의 무식함을 보여주는 적나라한 단면일 뿐이다. 당신의 논리가 정말 확실하다면? 진짜 전쟁을 원하고, 빨갱이들을 죽여버릴 각오가 되있어서 빨갱이란 말을 계속 쓸거라면? 그래봤자 당신은 결국 파시스트다. 그것도 아주 고약한. 어쩌랴. 히틀러, 무솔리니, 심지어 그렇게 당신이 그렇게 싫어하는 김일성, 김정일도 대표적인 파시스트인데, 쯧쯧.
'스크랩'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크랩] 효자산업 게임, 규제에 발목 잡히나 (0) | 2008.12.31 |
---|---|
85개중 45개 일주일새 청부입법 (0) | 2008.12.30 |
미국에서 색깔논쟁을 보며 쓰는 송년편지. (0) | 2008.12.30 |
유시민이 말하는 통합의 화법 (0) | 2008.12.30 |
속이고 또 속이고, 궁색한 변명만 늘어놓는 한심한 한나라당 (0) | 2008.12.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