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흔히 강태공하면 연상되는 게 있다. 낚시이다. 그는 일흔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낚시로 세월을 보냈다. 재미있는 것은 그는 하루에 딱 두마리만 물고기를 잡았다고 한다. 설에 의하면 그는 중국의 위수라는 강가, 당시에는 교역의 중심지인 나루터였다고 한다. 거기서 낚시를 했다고 한다.
그 많은 낚시터를 놓아두고 하필 그곳에서 낚시를 했을까?
사실 나는 낚시를 잘 모른다. 친구따라 강남가듯이 지금까지 대여섯번 따라간 적은 있다. 그때 안 사실인데 밤 낚시를 꼭 혼자만 다니는 사람도 있는 모양이다. 낚시좋아하는 벗들끼리 같이 동행하면 더 낫을텐데. 그 친구도 혼자 밤 낚시를 가는 스타일인데 어쩌다가 여럿이 몇번을 같이 간 기억이 있다.
그때 동행하면서 나는 감명깊게 본 영화<흐르는 강물처럼>의 장면같은 낚시를 상상했었다. 머 물론 밤 낚시인데다가 그 친구는 그 영화에서처럼 플라이 낚시가 아니라서 그런 멋진 장면은 볼수가 없었지만 그때 그 밤에 먹었던 그 라면의 맛은 정말 둘이 먹다가 한명이 죽어도 모를정도로 맛이었다. 서너번 따라간 낚시구경꾼(?)으로서의 유일한 낙은 바로 라면을 먹는거였다.
그외에 딱히 기억에 남는 낚시에 얽힌 에피소드는 없지만 두가지는 기억이 난다. 하나는 낚시터에서의 꼴불견에 어이가 없었던 적은 있었다. 한번은 낚시꾼들이 제법 몰려 있는 낚시터에 갔었는데 그들 낚시꾼들의 꼴불견이 가관이었다. 영화에서나 나올법한 낚시터에서의 고성방가와 술판, 그리고 고스톱...참 가지가지 하더라. 낚시가 목적인지, 질퍼하게 노는게 목적인지.낚시터까지 와서 꼭 그러고 싶었을까. 아주 극소수의 저급한 낚시꾼들의 모습일것이다.
그리고 또 하나는 그 친구의 낚시하는 모습이다.그 친구의 새로운 모습을 봤다. 낚시대를 드리우고 그 앞에 오랫동안 앉아 집중하고 있는 모습, 그 어두운밤에말이다. 그게 집중을 하면 텔레파시를 통해서^^낚이는지는 모르겠지만..그때 그런 모습의 친구를 옆에서 보면서 바다와 자연에 동화된 한폭의 그림을 감상했던 기억이 난다.
오마이뉴스/이강임
지금 생각해보니 도대체 그 벗은 그렇게 어두운 바다를 뚫어지게 바라보면서 무슨 생각을 했을까? 그때 물어보지 않은게 후회스럽긴 하다. 인간이 자연속에서 어둠과 적막함을 마주대하고 있는 모습은, 얼핏 신과 어떤 힘겨루기를 하는 것 같은 비장함마저 느끼게 하는 것 같았다. 고작 물고기 한마리 잡기위해서 저렇게 온 정성을 다 쏟는 낚시꾼의 모습, 진짜 프로 낚시꾼의 모습이 저런 게 아닐까.
앗, 실수다. 고작 물고기는 아닌 것같다. 왜냐하면 그 고작 물고기 한마리도 잡지 못하고 집으로 돌아가는 프로 낚시꾼들이 부지기수인 것을 보면 고작이 아니라 대단한 자연의 은총을 선물로 받아간다고 말해야 할것 같다.
그런데 어떤 낚시꾼은 빈손으로 집에 가기가 부끄러워인지 시장의 수족관에서 고기를 사서 가기도 한단다. 머, 웃자고 하는 얘기인지는 모르겠지만 진짜 그런 낚시꾼이 있다면, 아마도 낚시터에서 고성방가와 술판을 벌인 그런 낚시꾼들일 것이다. 그러고보니 우리네 정치판에서도 이런 낚시꾼들이 부지기수인 같다.
잿밥에 눈이 멀어 꼼수는 기본이고 눈가리고 아웅하는 정치인들이 얼마나 많은가. 철새처럼 시류에따라 이리저리 몰려다니면서 동지의 등에 비수 꽂는 것을 밥먹듯이 하는 정치인들은 또 얼마나 많은가. 자기가 한 일도 아니면서 자기가 이루어낸 것인냥 온갖 공치사는 독식하는 정치인들을 보면 그 꼴불견 낚시꾼들과 별다를게 없는 것 같다.
이런 것을 보면 우리의 정치판도 낚시터와 다르지 않은것 같다. 낚시는 잘 모르지만, 낚시꾼들이 낚시터에 가면서 제일 먼저 하는게 포인트를 잡는 일인 것같다. 그런데 이 포인트 잡는게 쉬운 일은 아닌 것 같더라. 계절에 따라, 기온에 따라 장소에 따라 그리고 물때, 기타등등의 요인에 따라 같은 장소임에도 포인트가 고정되지 않고 변한다고 한다.
그래서 낚시꾼들은 그 포인트를 잘 잡기위해 서로 정보를 교환하고 거기에 열정을 쏟는다고 한다. 그런데 얼마전에 안 사실인데, 어떤 프로 낚시꾼은 그 포인트를 만들기도 한단다. 맞는 말인지는 모르겠지만, 밑밥으로 포인트를 만든다는데 그럴수도 있겠다 싶다.
그런데 개중의 낚시꾼들 중에는 요란하게 고기가 잘 낚일것 같은 곳이라면서 이리저리 자리를 옮겨다니며 시끄럽게 하는 낚시꾼들이 있다. 그들의 호들갑이 조용히 자연과 힘겨루기를 하는 다른 낚시꾼들에게 얼마나 민폐를 끼치는지 알까? 모르니깐, 그 지랄을 하는거겠지. 누가 월척을 낚았던 곳이라는 말에 솔깃해서 우르르 몰려가 낚시대를 드리운다고 거기서 또 대어를 낚을수 있는 것은 아닐터. 그런데 좋은 낚시터는 어떻게 알고 오는지 낚시꾼들로 만원이다. 아마도 그곳이 좋은 포인트라서 그럴것이다.
이처럼 낚시꾼들에게 포인트는 낚시의 기본이자 생명이라 할수 있을 것이다. 아마도 여론이라는 이 더 넓은 바다에서 민심이라는 월척을 낚으려는 정치인이라면 이런 낚시꾼들이 찾는 포인트처럼 민심의 포인트를 찾으려고 밤낮으로 노력을 할것이다. 그러나 아쉽게도 우리의 정치판에서는 이런 프로 낚시꾼들처럼 진짜 정치인은 없는 것 같다. 그런 정치인들이 있었다면 벌써 민심의 흐름을 알고 민심이 원하는 포인트를 찾아서 민심을 낚았을텐데 말이다.
여전히 민심은 뒷전이고 술판에 고스톱에, 잿밥에 눈먼 낚시꾼들처럼 그렇게 정치판도 별반 다르지 않으니 나라 꼴이 이 모양이지 안겠는가?
프로 낚시꾼이 숨조리조차 자연과 호흡을 맞추면서 그 길고 지루한 시간을 견뎌내는 것은 다름 아닌 자연으로 부터 월척을 낚을 수 있게 해달라는 기도이며 겸손한 부탁이자 허락을 간청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그래서 겨우 자연으로부터 허락을 받아서 한마리 두마리를 낚을수 있는 것이 아닐까. 그래서 많은 현자들이 낚시를 통해 인생을, 삶의 의미를 일깨워주기도 했던 모양이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서 우리가 잘 아는 강태공도 그런 현자중에 한명일것이다. 유유자적 자연을 벗삼아 낚시를 하는 강태공. 그가 낚으러 했던 것은 배고품을 벗어나게 해주는 물고기일까? 아니면 삶의 혜안이었을까? 그것도 아니면 시대와 민심이었을까? 아마도 강태공이 일흔의 나이에 관직에 오른 것을 보면 시대를 낚았던 같다.
그렇다면 강태공이 포인트로 잡은 그 강가의 낚시터는 어떤 곳이었을까 그곳은 당시의 교역의 중심지였고 많은 상인들이 드나는 무역의 중심지였다고 하는 것을 보면 강태공은 단지 허송세월을 보내면서 낚시를 한 것은 아닌것 같다. 그는 그 나루터에서 딱 두마리의 고기만 잡고는 누워서 낮잠을 자기도 하면서 귀는 열어놓고 그들 상인들의 얘기를 들었을것이다. 세상의 모든 정보를, 민심을 그곳에서 취합하고 가공했을것이다. 그러기에 그는 민심을 정확하게 궤뚫어 볼수 있었던 것이 아니겠는가.
그의 시대를, 민심을 보는 탁견 한 문장을 빌려오면 이렇다.
하루는 문왕이 강태공에게 이런 질문을 했다고 한다.
"천하는 넓습니다. 한번차면 한번비게 되고 한번 다스려지면 한번 어리지러워집니다. 그 까닭이 무엇입니까? 군주의 현명함과 어리석음이 반복되기 때문인가요?"
왕의 질문에 강태공의 대답은 참 군더기기 없이 명확하다.
"군주가 어리석으면 나라가 위기에 빠지고 백성이 어지러워집니다. 군주가 현명하면 나라가 평안하고 백성이 다스려집니다. 화와 복은 군주에게 달려있지 천시에 매어잇지 않습니다"-강태공 기다림끝, 천하를 얻다/김판수저 중에서-
강태공의 답은 모든 탓은 군주탓이라고 한다. 그래서 군주는 현명해야 한다. 고로 현명하지 않은 군주는 백성을 불행하게 만든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지금 우린 행복한가? 어지러운가? 어지럽다면 경제탓도 북한탓도 좌파탓도 아니고 모든게 대통령탓이라는게 강태공의 말이다. 그럼, 이 강태공의 혜안은 대통령에게만 해당되는 것일까? 아니다. 지도자들에게는 물론이고 우리모두에게도 해당되는 것이다.
우리가 현명하다면, 현명한 선택을 할것이고 우리가 무지하다면 불행한 선택을 할것이다. 머 뻔한 말이다.
그렇다면 현명한 선택을 위해선 무엇을 해야 할까? 강태공은 일흔이라는 세월을 기다려서 문왕의 부름을 받아 제상이 되었다. 단지 세월만 보냈다면 강태공은 그런 부름을 받지 못햇을 것이다. 그는 민심과 여론을 낚을수 잇는 포인트를 미리 선점하고 시대를 낚은 것이다.
국민이 왕인 지금, 국민의 선택을 받지 못한 이유로 스스로 정치적 유배생활을 자청한 유시민, 그에게 국민인 왕이 다시 그를 불러주기 위해선 그에게 필요한 것은 강태공처럼 포인트이다. 어떤 포인트가 민심을 시대를 낚을수 있는 포인트인지 그것을 찾는 지혜, 혜안 그게 유시민에게 필요하다.
낚시꾼들에게 낚시지도가 있다고 한다. 포인트를 표시한 지도말이다. 그런데 프로 낚시꾼들은 그 지도는 참고자료로 사용하고 자신의 경험과 감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감은 직관이다. 이건 선천적인 것과 후전적인 것의 절묘한 결합이 만들어 낸다. 경험이 많은 노하우와 그것을 궤뚫어볼수 있는 혜안, 이 두가지를 갖추기는 쉽지가 않다.
그런점에서 보면 강태공이 일흔이 될동안 별볼일 없이 낚시만 한 것은 아니다. 그는 당시 교역의 중심지인 나루터에서 민심의 동향과 천하를 읽고 그것을 터득하고 있었다. 그의 혜안이 그 나루터에서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 의해 입소문으로 퍼지고 퍼져 왕의 귀에 들어가기까지 얼마나 많은 시간이 필요했을까.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초스피드의 시대이다. 그리고 대의민주주의 시대이다. 국민인 왕의 선택을 받는 방법은 여러가지 포인트가 있다. 고향에서 강태공이 될수도 있고 서울에서 강태공이 될수도 있다. 문제는 지금 민심이 원하는 여론이 원하는 포인트가 어디인가, 이게 중요하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우리의 유시민은 낚시장비가 없다. 정치판 용어로 하면 여의도의 마이크를 잡을수 없다는 것이다. 그런 그에게 신당창당과 민주당행을 거론 하는 것은 선후가 잘못되었다는 거다. 이 프레임이 찌라시의 프레임이라고 했더니 무슨 조중동기사를 찾는 어이없는 짓을 하던데, 찌라시가 조중동만이 있는가? 이 두개의 프레임을 놓고 선택지를 강요하는 기사는 찌라시 기사이다.
아직 낚시장비도 준비도 안된 유시민에게 포인트 지도를 내밀면서 딱 두개의 포인트가 있으니 양자 택일하라? 이건 유시민더라 니 직관을 버리라는 거다 무장해제시키는 것과 다를바 없는 거다. 아니 좀 더 거칠게 말하면 둘중에 하나는 천국이고 하나는 지옥이다. 민주당의 과거 행태가 역겹다고 그것을 선택하는 것이 악이 될수는 없다.
선택지는 선택지일뿐이다. 그런데 두개만 있으면 의도하지 않아도 그렇게 선악의 이분법이 된다. 그래서 선택지는 많아야 하고 지도에 나오지 않는 선택지도 현장에 따라 얼마든지 바꿀수 있다는 것이다.
강태공은 일흔평생동안 시대를 낚을수 있는 포인트를 찾아 돌아다녔을 것이다. 신당창당도 좋은 포인트일수 있고 민주당행도 좋은 포인트일수 있다. 그리고 다른 포인트도 얼마든지 있다. 그리고 여러 포인트를 엮기고 섞기도 할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딱 하나 신당만이 좋은 포인트라고 한다면 이건 전략적으로도 안좋다. 열린 가능성, 전략적 모호성, 어쩌면 강태공의 전략이 그랬다고 본다.
중요한 것은 지금, 민심의 바다에 그것을 낚으러 가야하는 유시민에게 낚시장비가 없다는 게 중요하다. 그는 당도 없고 입법권도 없다. 조직도 돈도 없다. 아무것도 없는 그에게 포인트부터 택하라고 하는 것은 좀 거시기 하지 않을까? 머 아주 없는 것은 아니다. 500만 조문과 시민광장과 네티즌 다수가 있다. 그런데 미안하지만 이거 수치로 환산할수 없는 염력일뿐이다. 거품이라는 거다.
벌써 각종 여론조사기간에서 다시 딴나라당의 지지율이 회복되었다고 하지 않는가, 또 누가 물어보지도 않았는데 지들이 나서서 유시민을 대구시장에, 서울시장, 대선후보에 올려놓고 장난질을 하고 있지 않나. 거기서 의미있는 지지율이 나오기는 한다.
그리고 신당과 민주당행을 놓고 여론조사도 했더라, 참 가지가지한다. 신당창당이 10%란다. 난 여론조사를 믿지 않는다. 다만 참고로 여론의 흐름을 보는 지표는 될수 있다. 신당창당이 10%라고 못할 이유는 없다.
문제는 신당창당이던, 민주당행이던 또 다양한 선택지던, 그 포인트에 민심이 몰려드느냐 하는 거다. 어느 프로낚시꾼처럼 포인트를 밑밥으로 만들수도 있을 것이다. 아마도 민주당행이 여론조사로 많이 나온것은 그곳에 밑밥이 많기 때문일것이다. 즉 민주당 프리미엄을 먹고 들어간 것이라고 보면 된다. 그런점에서 보면 신당창당 10%는 많이 나온 거다.^^
자, 그럼 어느 포인트에 유시민이 가서 낚시대를 드리우고 있어야 할까? 찌라시 지도에는 신당창당과 민주당행에만 X 표시로 포인트가 되어있다. 아니다. 오늘보니 천호선발 신당창당도 나오고 유시민발 부산경남 신당창당도 나오더라, 친노분산으로 또 포인트 표시가 늘어났더라. 찌라시들은 그렇게 해서라도 노무현대통령 서거 끝물 장사를 해야 먹고 살수 있을 것이다.
그럼 우린 무엇을 해야 할까, 친노나 지지자들, 그리고 우리의 유시민도 찌라시가 배포하는 민심 낚기 지도에 표시된 포인트를 버리지는 말고 참조하면서 그렇게 포인트를 찾으러 가면 된다. 선택지야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 그러나 결국 유시민의 선택은 하나이다. 이게 진리다.
오늘은 이쯤에서 글을 마무리해야겠다. 그럼 각종 찌라시가 민심을 낚는 포인트 지도라면 나눠주는 것과 내가 생각하는 포인트를 좀 엮기도 섞기도 하면서 다음 편에 계속해서 이어가겠다.
사족> 지난 번에 한방에 내리적으면서 한번에 끝내랴고 했는데 적다보니 길어져서 시리즈로 가게 된 것 같습니다 아마도 지난 유시민 대선 출마하라고 시리즈로 올렸던 때와 우연히 비슷한 시점에 시리즈도 같아서 참 스스로 많이 놀랬습니다. 아무튼 호응이 예사롭지 않아서 한방에 내리 적는 나도 부담이 가긴합니다만. 그런데 어쩝니까, 이왕 시작한 것 갈때까지 가야겠죠^^ 그리고 저는 시간이 될때 그냥 한방에 내리적는 스타일입니다. 그래서 기다리다 지치지 말라는 말씀을 드립니다.^^
그리고 제글이 좀 길어서인지, 잘못이해를 하시는 분이 간혹잇는 것 같습니다. 그 탓도 제 탓입니다. 부디 부탁은 정독을 해주십사 부탁을 드립니다. 여전히 한방에 내리적은 글이니 오타나 문맥의 어색함은 셀프하시길
*제 블로그에 방금 올린 글 시민광장에 펌합니다.*
'유시민' 카테고리의 다른 글
[노가다 좀 했소!] 유시민 - 히틀러의 전체주의와 대한민국, 연대의 중요성 (0) | 2009.08.05 |
---|---|
중요한 건 '정책'입니다. (0) | 2009.07.27 |
유시민의 선택1 -2002년, 오바마의 선택과 교훈 (0) | 2009.07.04 |
"익숙한것은 감옥이다" [2005년 유시춘 선생님의 글] (0) | 2009.06.24 |
정치유배자 유시민의 선택은? (0) | 2009.06.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