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마음 속 억울함을 진하게 달여... 치명적인 독을 만들어내고 싶습니다

우렛소리 2009. 7. 13. 07:25
마음 속 억울함을 진하게 달여... 치명적인 독을 만들어내고 싶습니다
글쓴이 : 뮬란
출처 : 유시민을 믿고 지지하는 참여시민 네트워크, 시민광장


좋은 일로 나선 길이었으면 얼마나 좋았겠나... 살아계신 노짱의 말씀을 들으러 길을 나섰다면... 얼마나 행복한 일이었을까... 그런 생각으로 길을 나섰습니다.
우리의 노짱이... 더 이상은 우리와 같은 모습으로 있지 않는 그 곳... 그래서 애통한 마음들이 길 따라 물결이듯 이어 흐르는 곳... 봉하를 다녀왔습니다.
이제 정말 노짱을 편히 보내드리려고... 종일 노짱의 얼굴이 새겨진 목판에 물감을 바르고 종이를 문지르면서... 그분을 가슴 속에 안장하였습니다. 저만의 안장식을 치렀지요.
저는 요즘 저의 마음을 자주 들여다봅니다. 무엇이 가장 많이 들어있나 하고 들여다보니 억울함인 듯 합니다. 마음 속 이 억울함을 진하게 달여... 치명적인 독을 만들어내고 싶습니다. 복수하고 싶기 때문입니다.

저는 노무현이라는 사람을 대통령이기 이전부터 사랑했습니다.
한 사람으로 참 귀했던 사람이라고 생각했지요.
우리들 모두는 사람이기 이전에 살아있는 세포들로 만들어진 생물이라서. 그래서 우리들은 생존의 욕구, 안전의 욕구, 쾌락의 욕구 앞에서 언제나 나약하지요. 즐거움과 편안함 앞에서는 이기적일 수밖에 없는 한계를 가지고 있는 것 같고 그래서 살아가다가 불의나 부정과 자주 타협하고 그 댓가로 즐거움과 편안함을 얻기도 하지요.
사람이 그렇지 뭐... 살아야하는데... 어쩌냐며... 모른 척 하거나 스스로를 면죄해가며 그렇게 그렇게 살아가곤 합니다. 모든 사람이 그런 것은 아닐테지만 저는 자주 그러네요.
그런데 그런 저를 늘 부끄럽게 하는 사람이었습니다.
인간 노무현 앞에는 쉬운 길, 편안한 길, 즐거운 길이 늘 있었다고 들었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항상 험난하기만 한 정의로움, 사람다움을 쫓아 나선 고운 사람이라는 것을 알고는 좋아할 수밖에 없었지요.
그런 사람을 지켜내지 못하고 짐승들이 판을 치는 불의하고 야만스런 상황을 방관한 저는 아주 오랫동안 아파야겠지요. 저는 이 아픔을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지 아직 모르겠고 아마도 죽는 날까지 자책하게 될 것 같은 예감이 드네요.

저는 대통령 노무현도 사랑하였습니다.
이제까지 권력을 가졌던 자들의 모습을 떠올려보면... 제가 그들을 다 보고 겪지 않았음에도 생각하기조차 끔찍하였던 이들이 많으네요. 그런데 제가 보고 겪은 노무현 대통령은 달랐지요.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한결같이 낮은 권력을 사용하였습니다. 하고 싶은 일이 있어도 국민이 설득되지 않는 일은 하지 않았고... 해야 하는 일이 있을 때는 늘 낮은 자세로 국민을 설득하였습니다.
저는 총칼로 국민을 위협한 대통령을 알고 있고, 임의로운 법으로 국민을 구속하고 겁준 대통령도 알고 있으며, 불신과 이간질로 국민을 선동한 대통령도 알고 있고, 돈으로 국민을 유혹하고 협박한 대통령도 알고 있지요.
그러나 노무현 대통령은 그런 부당한 수단을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이 가진 수단은 늘 한가지였습니다. '말'이지요. 그것도 아주 평범하고 쉬운 말. 우리를 말로 설득하려 애쓴 유일했던 대통령이었습니다.
사람이 짐승과 다른 하나... 그것은 언어로 소통한다는 것이지요. 노무현 대통령은 당신이 사람이었기 때문에 우리를 사람대접 해 준 거란 생각이 들더군요. 우리 역사만이 아니라 인류사에 남을 대통령, 지도자이지요. 저는 그런 대통령을 알아보고 사랑했던 것을 아주 자랑스럽게 여길 겁니다.
그런 분이 스스로의 존엄을 벼랑으로 던졌고 그로 인한 오늘의 상황이 견딜 수 없게 아팠습니다.
물론 살인마를 알고 있지요. 그러나 그런 상황을 방관한 저도 자유로울 수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무엇도 하지 못한 것은 뼈저리게 후회할 일이어서... 고개 들고 우는 것도 염치가 없었지요.
더 이상 야만을 방관하면 저도 짐승으로 살아야할지 모르네요. 힘에 의존한 질서와 경쟁이 만능인 사회... 강자에 대한 존경이나 약자에 대한 배려를 찾아볼 수 없는 세상... 그런 세상은 사람이 사는 세상이 아닐 겁니다.

첨맘님의 항소이유서에 이런 말이 나오지요. 가장 온순한 인간들 중에서 가장 열렬한 투사를 만들어 내는 ‘부정한 시대’라는... 저는 제가 온순한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살았더랍니다. 물론 투사가 될 생각은 전혀 없구요.
그러나 요즘 저는 아주 온순하지 못한 사람으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시장에서 오뎅 먹는 그 놈을 뉴스에서 보았을 때 잠시 들었던 생각이 제가 다시 생각하여도 끔찍하기 때문입니다.
그놈이 내가 자주 가는 시장에 만약 오뎅을 먹으러 온다면 도끼를 들고 나갈테다... 그런 생각이 불현듯 들었더랍니다. 이런 저의 변화를 저도 슬프게 생각합니다.
총칼로 위협하는 시대만 부정한 시대일까요? 정직하고 성실했던 전직 대통령을 벼랑으로 몰아세워 밀어버리는... 그런 시대도 부정한 시대일 겁니다. 그래서 지금은 부정한 시대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투사가 될 자신은 없지만... 무엇이든 무언가를 하지 않고는 세월을 견디기가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노짱을 가슴에 묻으며 사람답게 살겠다는 다짐을 하였습니다.
짐승같은 놈들에게... 사람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사람이 어떤 존재인지를 보여주겠다고 약속합니다. 사람살기 좋아진 세상을 보여드릴테니... 지켜봐주시라고...
저기 모여 눈물짓는 순하고 착한 사람들... 그 사람들이 웃고 사는 세상이 되도록 당신만큼은 아니더라도... 애쓰겠노라는 다짐을 드렸습니다.

노짱에게 한 약속을 지키고 싶습니다.
짐승을 상대하는 방법은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힘으로 제압하는 것이겠지요. 4000만분의 1의 권력도... 4000만개를 모으면 모든 권력이 되겠지요. 사람답게 살고 싶은 이들이 가진 작은 힘... 그 힘들을 모으는 일을 해야겠지요.
그것을 위한 하나... 이제 저는 어디서든 유시민과 시민광장을 말하기로 합니다. 첨맘님이 완벽한 정치인이라고 생각하여 그러는 것은 아니랍니다. 그이도 사람인 만큼 약점이 있을 테고 살아온 세월만큼 과오도 있겠지요.
그래서 첨맘님이 아니라 첨맘님의 꿈을 알릴 겁니다. 노짱을 보내드리고 붉어진 눈으로 우리를 바라보던 첨맘님을 보면서 그런 작정을 하였습니다.

저는 더 이상 어떤 한 정치인을 희생시켜 내가 무엇을 얻어낼 생각은 없습니다.
역사의 사명, 시대의 요구란 이유로... 존엄한 개인이었던 인간 노무현을 우리가 수단으로 삼았던 것은 아니었나... 그런 생각이 지금 저를 너무나 아프게 하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요즘 저는 첨맘님에게 요구할 것 보다는 저 스스로에게 요구되는 것이 많다는 생각을 자주 합니다. 이제 저는 첨맘님이 행복하게 정치할 수 있으려면 내가 무엇을 해야하는 가를 꾸준히 끊임없이 고민할 겁니다.

이제 나의 노짱이... 더 이상 이 세상에 있는 우리를 걱정하느라 눈물짓게 하지 않겠다 다짐하며... 노짱을 가슴 속에 안장하고... 비석을 마음 속에 세우고... 그리고 돌아왔습니다.
나의 노짱... 당신을 사랑할 수 있어서 행복했습니다.
당신과 잠시라도 인연이 있었던 것을 죽는 날까지 행복하게 추억할게요.
부디 부디 그곳에서는 걱정없이 편안하시길...
고마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