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님은 이제 가셨지만, 저는 영원히 님을 보내지 않으렵니다.

우렛소리 2009. 7. 13. 07:26
님은 이제 가셨지만, 저는 영원히 님을 보내지 않으렵니다.
글쓴이 : 김반장
출처 : 유시민을 믿고 지지하는 참여시민 네트워크, 시민광장

님이 떠나시기 한 달 여 전에 외치신 이 절규를 듣고,
님이 좋아서 쫓아다녔던 지난 10년을 추억하였었습니다.
님이 없었다면 의미없었을 10년이었습니다.
님이 있었기에 풍요로웠던 10년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10년을 꾸었던 행복한 꿈을 이제 깰 시간이 왔다는 것을 님의 절규를 듣고 깨달았습니다.
세상 그 누구보다도 저들 앞에 당당했던 님이었습니다.
세상 그 누구보다도 저들에게 굴복하지 않았던 님이었습니다.
그랬던 님이 괴로워하고 고통스러워하고 좌절하는 모습을 보며,
이제 님과 함께 꾸었던 꿈을 그만 깨어야 하겠다고 생각했던 것이었습니다.
님께서 그 무거운 십자가를 계속 지고 가시게 하기가 너무 미안하고 무서웠습니다.
님께서 지고 가시던 그 십자가를 다른 누군가에게 대신 지게 하는 것도 너무 미안하고 무서웠습니다.
그래서 눈물을 흘리며 핸드폰을 열어 문자메시지를 보냈습니다.
님 덕분에 알게 되고 친하게 지냈던, 님과 나와 함께 꿈을 꾸었던 많은 이들에게요.
중세암흑시대가 1000년이었습니다.
한 사람의 일생동안 세상이 바뀌는 것을 보는 건 어려운 일인 것 같습니다.
1000년의 관점으로 역사의 진보를 보고자 합니다.
그 분 덕분에 맺게 된 인연들을 소중히 여기며 그 분과 함께 했던 기억과 추억들을 소중히 여기렵니다.
문자를 보낸 이들 중 한 사람에게 전화가 바로 걸려왔습니다.
가장 오래 전에 만났고, 가장 깊게 함께 꿈을 꾸었던 이였습니다.
문자 내용을 보니 마치 제가 자살을 하려는 것처럼 느껴져 걱정되서 전화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때 깨달았어야 했습니다.
님의 절규를 들은 내 마음이 이 정도일진대, 정작 님의 괴로움과 한은 어느 정도였을까.
님이 꾸던 꿈과 님이 추구하던 가치를 이루는 그 길에,
정작 님 자신이 방해가 된다고 님이 생각하고 느끼고 그래서 좌절할 때,
님이 그 꿈과 가치를 위해 어떤 선택을 하실지 예측했어야 했습니다.
그래서 님이 말려도 매주마다 봉하마을 가서 위로도 해드리고,
매일마다 수 천 명이 한 통씩 편지를 써서 님이 계신 곳으로 부쳤어야 했습니다.
님은 결국 삶의 끝까지 저 무도하고 패역한 자들에게 무릎을 꿇지 않았습니다.
그래요, 님의 삶이란 게 언제나 그랬지요.
모두가 무릎꿇으라 할 때 홀로 꼿꼿하게 머리를 들고 사자후를 외치셨던 님이었지요.
대의를 위해 님이 버려야 할 것이 있으면, 아낌없이 버리던 그런 님이셨지요.
그렇게 님이 가진 것들 하나하나 버리고 죽으실 때마다,
님을 사랑하는 백성들을 하나둘씩 만들어
그렇게 다시 부활하고, 죽고, 부활하고를 반복하던 그런 님이셨지요.
더 이상 버릴 수 있는 게 없어진 님은 결국 마지막 남은 님의 목숨까지 버리고 가셨군요.
좌절에 빠져 무도하고 패역한 저들에게 속절없이 당하고만 있던 우리들에게,
사람사는 세상의 꿈을 죽을 때까지 잊지말라고 그렇게 온 몸을 던져 깨우치시고 가셨군요.
그래요, 님 덕분에 저는 죽을 때까지 좌절하지 않을 거예요.
님을 좇아다녔던 그 기억과 추억은 제가 죽을 때까지 자랑스러운 긍지로 남아있겠죠.
님이 나로 하여금 꾸게 했던 사람사는 세상의 그 꿈, 죽을 때까지 잊혀지지 않을 꿈으로 남아있겠죠.
그래도 이 글을 쓰면서 주체할 수 없이 흐르는 눈물은 어쩔 수 없나 봅니다.
님은 너무 사랑스러운 사람이셨으니까요.
피도 눈물도 없는 강철의 혁명가가 아니라 누구보다도 사람냄새 고향냄새 나는
내 곁의 아버지같은, 형같은, 오빠같은, 친구같은,
그런 사람이셨으니까요.
님은 님을 버리시라 하셨지만, 그리고 이제 님은 슬픔과 고통과 노여움이 없는 하늘나라로 가셨지만,
저는 님을 영원히 내 마음 속에서 보내지 않으렵니다.
님의 웃음, 님의 목소리, 님의 눈물.
님의 꿈, 님의 사상, 님의 용기.
그 모든 것들을 내 마음 속에 님과 함께 고이 모시려 합니다.
그래야 님의 그 고단했던 삶이 헛되이 되지 않겠죠.
그래야 님의 그 가슴아픈 죽음이 헛되이 되지 않겠죠.
그래야 님을 죽인 저들이 우리가 결국 성공했어라고 어둠 속에서 킬킬대지 않겠죠.
잘 가세요, 노짱님.
나를 그나마 사람처럼 만들어 준
내 젊은 날을 사람사는 세상의 꿈과 희망과 감동으로 가득 채워 준
또 다른 아버지같은 당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