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시민

유시민, 민주주의를 꿰뚫다.

우렛소리 2008. 12. 20. 20:13

[펌] 아고라의 백분토론 후기중에서 빛나는 글 하나
  글쓴이 : 펌쟁이   날짜 : 08-12-19 10:04   조회 : 2503     추천 : 38     경고 :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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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시민, 민주주의를 꿰뚫다.

2008.12.19ㅣ다음아고라ㅣ샤다삐라

 

 

100분 토론을 보았습니다. 1부는 조금밖에 못 봐서 아쉬웠지만 그래도 2부는 다 봤군요.

 

반이명박 패널 중에서 진중권의 풍자와 신해철의 해학, 김제동의 화합, 보수잡탕 패널(?)에서는 전 변호사의 나름 소신(?) 발언이 꽤 주목하게 했지만 전체 패널 중 단연 돋보이는 사람은 유시민이었습니다.

 

유시민이 머리좋고 말 잘하는 건 알고 있었지만, 오늘 모습은 다른 면에서 신선하군요. 자신이 말하고자 하는 것, 그리고 자신이 말하는 것에 대한 실천. 이러한 면에서 유시민은 매우 깊은 인상을 남겼습니다.

 

 

말과 행동이 일치하는 모습!

 

유시민은 오늘 토론을 하면서 민주주의의 위기에 대해 말을 하면서 민주주의의 정의에 대해 친절하게 설명해 주셨습니다. 아마 보신 분은 다 이해하셨겠지만 저도 약간 쓰겠습니다.

 

민주주의라는 정치 체제는 국민이 국가의 주인이 되어 행동한다는 주의입니다. 요즘은 대의 혹은 자유민주주의라는 표현으로 쓰이기도 하죠(한나라당에서 엄청나게 왜곡해서 쓰고 있긴 하지만). 이러한 민주 사회는 모든 국민의 주인이라는 의식을, 개개인은 권리를 가진 소중한 존재라는 것을 전제로 하기 때문에 다수라 하여 소수를 탄압하지 않고 권력과 돈이 있다 하여 무시하거나 비인간적 대우를 하지 않으며 자신과 다르다 하여 틀리다고 하지 않고 없애려고 하지 않는, 말 그대로 개개인이 존중받는 정치/사회 체계입니다.

 

따라서 자신에게 잘못되어 보이고 그러한 이유로 없애고 싶다 하여도 정당한 절차를 거쳐서 이의를 제기하고 부당함을 증명하지 않으면 그 사람의 권리를 침해하지 못하는 것이 진짜 민주 사회요, 4.19와 6.10이 진정으로 바라던 사회입니다.

 

유시민은 말로 정의를 내리는 것에서도 탁월했지만 오늘 그가 토론을 통해 보여준 행동은 사람들에게 인상을 심어주기에 충분했습니다.

 

다들 기억하시겠지만, 진중권과 신해철 등 패널들이 주옥같은 말들을 남겼습니다. "뇌 속에 삽 한자루", "박정희가 아니라 전두환을 보는 것 같다" 라는 말들 말입니다. 이 말은 시원하고 해학이 잘 담겨있긴 하지만 민주주의라는 개념 자체와 대입하기에는 약간 무리가 있습니다. 물론 이 두 사람은 민주주의의 정의를 잘 알고 있는 사람이니 반민주적인 사람이라는 건 아니라는 것도 미리 밝힙니다. 그들도 민주주의의 정의를 알고 있기 때문에 현재의 비민주적인 모습을 보고 분노하여 그런 말을 하는 것이리라 봅니다. 틀렸다는 것이 아닙니다.

 

그러나 유시민은 이러한 민주주의의 참모습을 그 정의를 내리는 것 뿐만이 아니라 그의 토론 당시 보여준 토론 태도로 이를 실천했습니다. 자신과 반대편에 서 있는(?) 사람들을 존중해 주어 가면서, 그들이 겪은 고초(?)에 대해서도 말하고 이해하면서 상대방을 어느 정도 인정하고 존중해 줍니다. 그러면서도 자신의 주장을 확실히 밀고 펼쳐 나갑니다. 자신과 대치되는 것은 틀린 것이 아닌 다른 것이고, 그들 또한 하나의 인격체이기에(솔직히 인격같지도 않지만) 존중해 주면서 자기의 권리를 확연히 내세우는 아주 전형적인, 아니 이상에 가까운 민주주의적 태도입니다.

 

 

결국 상대방은 제대로 말도 못합니다. 하지만 상대방이 말을 못한 것보다 유시민의 발언 태도 자체는 진중권과 신해철의 해학과 풍자보다도, 김제동의 화합보다도 더 큰 상징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언행일치와 민주주의의 실천이라는 면에서 말이죠.

 

이건 정말 어려운 일입니다. 인격 하나하나를 존중하는 민주주의라는 체계 자체가 이상적 성향을 띠고 있기 때문에, 정말 불의를 보고 울컥하는 사람뿐만 아니라 보통 사람은 이러한 존중을 제대로 실천하기 힘들거든요. 하지만 유시민은 토론을 하면서 내내 그러한 태도를 잃지 않았습니다. 과거에 쌈닭, 투사 등 별의 별 별명이 다 붙던 그가 맞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요.

 

생각해 보십시오. 차이), 상대방 패널로 나온 사람은 나경원(용기는 칭찬해 주고 싶더군요), 제성호(이뭐병), 전원책(그나마 말같이 하지만 나머지 셋과 성향에서 이승환(있었나?) 등 우리(라고 써서 죄송합니다)가 그다지 존중해 주고 싶지 않은 사람들이 대부분입니다. 아예 제가 괄호로도 비하를 할 정도니까요.

 

하지만 그가 그런 사람들과 이야기를 하면서도 존중의 정신과 침착함, 그리고 자신의 권리에 대한 확연한 태도 등을 잃지 않는 모습은 저에게 깊은 인상을 주었습니다. 말과 행동이 일치할 뿐만 아니라 민주주의의 정의를 저렇게 정확히 알고 있다면... 그라면 이 나라의 비틀어진 사회정의를 세워줄 수 있을 것이다 하는 희망도 들더군요.

 

사실 우리나라가 경제가 어렵다 경제가 어렵다 얘기들을 하곤 하지만, 경제만 있다고 사회정의를 세우지 않으면 대중을 살릴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반드시 망하게 됩니다. 과거 수많은 국가들의 흥망성쇠를 보면 경제 자체가 어려워져서 망한 사례는 찾기 쉽지 않습니다. 오히려 사회 정의의 붕괴와 그로 인한 착취와 수탈의 반복으로 나라가 망한 사례가 절대 다수를 차지합니다.

 

우리나라처럼 경제 규모가 나름 있는 나라가 아직도 이러한 착취와 부의 논란에 시달리는 것도 사회 정의가 바로 서지 않았기 때문이라 저는 보고 있습니다. 분배와 성장 논란이 계속되어 왔지만, 저는 그 논란 이전에 사회를 똑바로 세우지 않으면 결국 북한 꼴이 날 것이라 봅니다. 아시다시피 북한은 사회정의가 제대로 서지 않은 나라입니다. 오직 힘의 논리만이 지배하는 전제왕조이지요. 그 결과가 결국 저렇게 나오는 겁니다. 인민의 굶주림과 폭압의 정치로.

 

지금 우리나라의 사회정의는 서서히, 그러면서도 급속히 무너지는 단계입니다. 다른 목소리는 탄압받고 가진 자는 못 가진 자를 더 못살게 굴고, 권력은 굴종하고 아첨하는 세력의 목소리만 듣습니다. 과거의 나라 망할 때 모습들하고 놀라울 정도로 일치합니다. 지금이 IMF때보다 더 힘들다는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터지지만, 5년 전 노무현 통치기 때도 국민, 특히 서민들은 IMF때보다 더 힘들다고 했습니다. 그렇다고 그 때 경제지표가 나쁜 건 다들 아시겠지만 더더욱 아니었지요. 5년 전이나 지금이나 서민들 힘든 건 똑같습니다. 사회정의가 정착되었다면 나라가 서민이 못살게 그냥 두지 않았겠지요.

 

사회정의라는 울타리가 없으면 보이지 않는 손은 가진 자의 편만 들기 마련이고, 그러면서 가난한 사람들은 더욱 죽어나기 마련입니다. 경제 대통령이라는 단어에 낚이고도 깨닫지 못한 사람이 아직도 많이 있습니다. 서민을 살리고 국민 개개인이 주권을 가지고 진정 사람답게 사는 것은 경제성장이 아닌 사회정의가 정립될 때 가능한 일입니다. 우리나라는 지금 그럴 능력이 충분히 있고요.

 

그래서, 저는 민주주의를 가장 잘 알고 직접적으로 자기부터 실천에 옮긴 유시민을 주목하는 것입니다. 나 하나만 잘 살자는, 경제라는 개인의 욕망을 자극해서 당선된 대통령이 국민을 위한 정치를 할 것이라는 망상은 이젠 벗어야 합니다. 민중을 위한 사상을 가진 사람이, 그리고 그것을 실천할 수 있는 능력자가 최고 권력자가 되어야 민중을 잘 살게 할 것이라는 게 저의 생각입니다.

 

말로는 천리장성을 쌓으면서 정작 뒷구멍으로는 수없는 위선을 행하는 사람들로 넘쳐나는 것이 대한민국이 가진 현 정치의 현실입니다. 그래서 100분토론을 본 저는 유시민이라는 실천하는 정치인의 새로운 가능성에 대해서 기대를 던져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