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이미 3개월째 제2 외환위기 겪는 중 (1)
김태동 (성균관대)
어제 아침 오마이뉴스의 김종철기자로부터 전화를 받았습니다. 기획재정부쪽에서 “이제 외환위기는 끝났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고 연합뉴스에 나왔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지난주 프레시안에 장문의 인터뷰 기사가 나갔으므로 그것을 참고하라고 말했습니다.
전화를 끊고 연합뉴스를 확인하니까 "정부가 석달간 우리 경제를 뒤흔들었던 외환위기는 넘겼다고 잠정 결론을 내렸다"는 구절, "달러 부족에서 비롯된 유동성 위기는 이제 사라졌고, 리먼 브라더스의 파산과 같은 엄청난 돌발 변수가 없는 한 재발할 가능성도 거의 없는 것으로 평가했다"는 구절 등이 있었습니다.
그렇습니다. 여러 아고라인과 저도 같은 생각입니다. 시작이 있어야 끝이 있는 것 아니냐? 언제 시작했다는 말도 없었는데, 끝났다고 하니 황당하다. 이런 느낌 말입니다.
저는 몇주전부터 프레시안 측과 연속 인터뷰를 하면서 스스로 자문하는 과제가 있었습니다. “한국은 지금 외환위기를 겪고 있는 것인가?” 이 문제에 답하기 위해서는 외환위기(Currency Crisis)의 정의가 필요합니다. 물론 외환시장에서 매일 수고하시는 분들, 무역을 하시면서 수입신용장 개설도 어려우신 분들, KIKO에 가입하여 큰 손해를 보는 분들은 이미 현장에서 겪어 판단하고 계시겠지요. 그러나 나라의 거시경제 차원에서 어떤 판단 기준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였습니다. 문헌을 찾아 보았더니 OECD 쪽의 논문이 눈에 띄었습니다.
그것에 의하면 (1) 변동환율제의 경우, 환율상승룰(자국통화가치 하락률)이 평상시 변동률(표준편차 기준)의 2-3배 이상일 것, (2) 고정환율제의 경우, 외환보유액 감소율이 평상시 변동률(표준편차 기준)의 2-3배 이상일 것, (3) 관리변동환율제의 경우, 환율상승률과 외환보유액 감소율의 합계가 역시 평상시 표준편차의 2-3배 이상일 것 등입니다. 표준편차의 2배로 변동하는 것은 발생할 확률이 5% 이하, 3배이면 1% 이하로 극히 낮기 때문에 이런 기준이 사용됩니다.
표준편차 등 다소 전문적인 용어가 나왔습니다마는 저는 아고라인이 직장이나, 학교나, 가정등 주위분들에게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는 데에도 힘써 주셔야 된다고 생각하기에, 그리고 연합뉴스의 위 기사를 수정, 삭제한 세력이 엄존하며 외환위기는 아니라고 우기는 자가 많을 것으로 예상하기에, 외환위기의 정의를 명기하여 말씀드리는 것입니다.
한국 원화의 대미달러 환율은 연초 900원대 초반에서 10월 하순 1,500원 돌파로 60% 이상 상승합니다. 블룸버그에 의하면 이 기간 원화는 아시아 최악의 통화 (the worst currency in Asia)이었습니다. 게다가 외환보유액도 급감하였습니다. 3월말 2,600억달러를 상회하던 것이 11월말에는 2,000억 달러를 지키기 힘들었습니다. 그동안 국민연금과 한국은행의 달러-원 스왑 (총 170억 달러)중 중도해지분, 미국 연방준비은행과의 통화스왑 인출분 110억 달러 등을 고려하면 실제 외환보유액 감소는 800억 달러 내외이며, 감소율은 30%에 달합니다. (1) 60%와 (2) 30%를 합치면 90%입니다. 우리는 외환당국이 많이 개입하는 관리변동환율제이므로, (3)의 기준에 따라 외환위기 여부를 판단하는 것이 합리적이며, 표준편차로 계산해도 외환위기에 진입한 것이 명백합니다. 첨부하면 (1), (2)의 기준에 따르더라도 외환위기입니다.
너무 상식적인 이야기를 어렵게 이야기한다고 나무라실 분이 많으실 것입니다. 그러나, 명확한 근거를 제시하였다는 점은 알아주셨으면 합니다.
자, 이제 2008년이 1주일밖에 안 된 시점에서, 한국이 외환위기에 진입하였다는 판단에 동의하신다면, 그 다음 확실히 해야 할 것은 언제 외환위기가 시작되었느냐 하는 것일 것입니다. 저는 시작 시점은 9월(추석연휴기간) 미국 리만브라더스가 무너진 때부터라고 생각합니다. 국제신용경색이 극에 달하여 세계금융상품 수십조 달러의 기준이 되는 Libor(런던은행간금리)까지 하루아침에 몇배로 뛰고, 한국의 외채 만기연장이 절반이하로 곤두박질 쳤으며 환율이 연일 폭등하였습니다.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어야 합니다. 어제 잠깐 뜬 연합뉴스는 제2 외환위기가 끝이 났을 수도 있다는 반가운 뉴스입니다. 그런 반가운 뉴스가 왜 지워졌을까요? 심부름꾼의 심부름꾼 즉 관료들의 깊은 뜻을 어찌 알겠습니까마는 십중 팔구 끝났다는 것을 알리려면 시작했다는 것도 알려야 하는데, 그러면 뒤늦게나마 시작을 알릴 때 시장에 미치는 파장이 클 것으로 판단했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요새 공무원 하시기도 힘든 때 아닙니까? 1급들 일괄 사표도 내는 뒤숭숭한 때이니 말입니다.
저도 제2의 외환위기가 끝났다는데 동의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그런데 아직은 동의할 수 없으며, 그 부분은 다음에 말씀드리겠습니다.
우리가 제2의 외환위기에 있다는 점을 좀더 여러 가지 측면에서 말씀드리겠습니다. 대통령은 지난 주 GM 대우자동차를 방문한 자리에서 “전대미문의 위기이기 때문에 상생도 전대미문의 방식이 필요”하다는 말씀을 하셨다고 합니다. 11월 APEC회의에 참석해서도 전대미문의 위기를 말씀하셨습니다. 대통령이 이렇게 걱정하는 전대미문의 위기의 내용이 무엇일까요. 실업률은 3.1%이고, 기업 부도율도 0.3%에 불과합니다. 경제중 가장 불안한 것이 외환시장이니까, 4천억 달러가 넘는 외채가 만기연장이 제대로 안되니까 그런 말씀을 하신 것이 아닐까 추측할 뿐입니다.
10월말 미국과 3백억달러 스왑계약이 성사되었을 때, 대통령과 기획재정부는 크게 기뻐 하였고, 서로 공을 내세웠습니다. 실제로는 한국은행이 미국연방준비은행과 협상한 것인데도 말입니다. 그 swap 이후 한 1주일 환율이 1,500원에서 1,300원대로 안정된 적이 있습니다. 그러고는 다시 환율이 1,500원대로 재폭등하였습니다.
12월 12일 일본, 중국과의 스왑확대 합의를 전후하여서 환율은 다시 1,300원선까지 상승폭을 줄였습니다. 대통령은 12월 15일 박희태 한나라당 대표와 조찬회동에서 한중일 통화스왑 추가 체결을 언급하면서 "이제 우리 외환위기는 어느 정도 급한 불은 껐다"며 "세계 외환보유고 1, 2위를 달리고있는 중국, 일본과 통화스왑을 체결한 것은 우리에게 큰 뜻이 있다", "이번 스왑과 미국과의 스왑 등 이때까지 확보한 외환통장이 1,120억 달러 가까이 된다"고 언급한 것으로 보도었습니다.
‘경제를 잘 아는 사람’으로 유권자에게 인식되어 당선된 대통령인 만큼, 말씀의 행간을 잘 새겨 볼 필요가 있습니다. 첫째, "이제 우리 외환위기는 어느 정도 급한 불은 껐다”는 부분입니다. “우리” 외환위기입니다. 대통령도 한국이 제2 외환위기의 시련을 겪고 있다고 인식한 것으로밖에 이해되지 않습니다. 대통령이 이렇게 분명히 말씀하셨지만, 그것이 공식적인 것은 아닙니다. 어느 나라에든 경기후퇴등 경기변동을 공식화하는 기관과 절차는 있습니다. 그러나 외환위기를 공식적으로 판단하는 기구는 없습니다. 그러나 대통령이 누누이 전대미문의 위기라 하시고, ‘급한 불을 끈 것’을 남의 나라 힘을 빌었음에도 불구하고 기뻐하시는데, 외환정책을 총괄하는 기획재정부에서 대통령 판단을 존중해야 하는 것 아닐까요? 어제 연합뉴스 보도를 오보로 치부할 것이 아니라, 우리가 9월부터 외환위기에 처할 정도로 전대미문의 위기에 있다. 6위의 외환보유국이지만 다른 나라의 도움을 받는 전대미문의 대책으로 급한 불은 껐다. 이렇게 나와야 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렇게 청와대를 잘 모셔야 기획재정부 1급들의 일괄사표도 면하는 것 아닐까요? 혹시 기획재정부 분들도 이명박 대통령이 경제를 잘 모른다는 아고라인들의 판단과 같은 판단을 해서 대통령 말씀을 무시하는 것일까요? 전재산을 헌납하시겠다고 약속하신 훌륭한 대통령이신데, 그런 분이 실언을 하실 분인가요? .
둘째, IMF로부터 단기지원 받을 수 있는 220억 달러를 포함시켜 1천억 달러 이상임을 강조한 것도 아로새겨야 할 대목입니다. 1997년 제1 외환위기는 IMF구제금융 210억 달러 외에 세계은행 1백억 달러, 아시아개발은행(ADB) 40억 달러 지원을 받아 넘겼습니다. 그밖에 13개 선진국의 제2선자금(second line of defense) 234억달러 지원이 발표는 되었지만 실제 꾸지는 않았습니다.
1997년과 2008년 두 차례 외환위기, 무엇이 유사하고 무엇이 다른 걸까요? 환율이 폭등하고, 외환보유액만으로는 부족해서 외부의 지원을 받는 것이 공통점이구요. 단기외채 만기연장이 잘 안되는 것이 역시 공통점이지요. 11년전에는 만기연장비율(Roll-over ratio)이 50%를 밑돈 것이 97년 11월 하순부터 97년말까지 40일이 채 안 되었는데, 이번에는 9월 추석 때부터 석달이나 지나고 있네요. 그때는 단기외채 총액이 5백억 달러가 안되었는데, 지금은 2천억달러가 넘습니다. 하루하루 만기가 돌아오는 금액도 네배이상 많을 수 밖에 없고, roll-over는 11년전보다 막상막하로 어렵고, 이런 위기의 기간이 두배 이상 길어지니, 현재 매일 닥치는 상환부담은 제1외환위기 피크에 비해 네 배 이상 클 것으로 추산됩니다. 이 돈을 외환보유액만으로 해결하려다가 안되겠으니까, 미국, 일본, 중국에 손을 벌린 것입니다. 급전을 꾸어달라고 말이죠. IMF에 꾸어달라고 하는 것이 국치인 것은 온나라 주권자가 다 아는 일이지요. 그러나, 개별국가에 지원을 요청하는 것은 그에 못지 않게 나라의 수치입니다. 특히, 일본, 중국에 그 나라 법정통화가 아닌 달러로 스왑하게 해달라고 간청하다가 거절당한 것은 이중으로 부끄러운 일입니다. 그 이웃나라들이 우리를 얼마나 깔보겠습니까? 우리도 웬만하면 일본, 중국과 통화스왑을 확대하려고는 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전대미문의 위기이기 때문에 전대미문의 대책을 추진한 것이겠지요.
1,120억 불, 이 돈은 우리가 예금한 돈이 아닙니다. 외환통장이 1,120억불이라는 대통령 말씀은 분명 문제가 있습니다. 꿀 수 있는 한도가 그렇다는 이야기입니다. 제1 외환위기때, IMF자금이 먼저 들어오고 미국 100억달러등 국별자금 234억 달러는 끝까지 안 들어왔던 이유가 있습니다. 개별 외국으로부터 자금지원 받는 것이 국제금융기구로부터 지원받는 것보다, 주권국가 체면에 더 부끄러운 일이었기 때문입니다. 앞으로 한국과 한국인은 특히 일본, 중국과 스왑한도 확대에 합의한 2008년 12월을 부끄러운 역사로 기억하게 될 것입니다. 한국경제가 얼마나 전대미문의 위기에 빠져 있는지 대통령 말씀을 아로새길 만 한 대목입니다.
중국, 일본과 달러스왑이 안되었으므로 앞으로 상황이 악화되는 경우, 미국과 스왑한도를 확대하거나 IMF자금을 사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습니다. 그런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대통령은 여당대표에게 IMF자금까지 포함해서 1,120억불을 말씀하시지 않았나 판단됩니다. 나라 주인들이 걱정할까 봐 겉으로는 태연하시지만, 속으로는 얼마나 전대미문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하여 노심초사하시는지, 1,120억불이라는 숫자에 다 함축되어 있습니다. 촛불시위때 청와대 뒤 북악산 기슭에서 민의의 소중함을 깨닫고 뼈저리게 반성하신 대통령이니 만큼전대미문의 위기, 제2 외환위기를 나라 체면 따질 것 없이 실용주의로 어떻게 극복할지 주목됩니다.
우리 대통령은 11월 24일 미국 LA에서 교민들에게 “전대미문이 경제위기가 찾아왔지만 우리 국민이 단합한다면 3년이상 가지는 않을 것이다”라고 강조했다고 보도되었습니다. 사실 제가 지금 제2외환위기인지 확실히 해야겠다고 마음먹게 만든 것은 이 말씀이었습니다. 한국에서 가장 정보를 많이 가지고 계시고, 선진국 대통령보다도 그 나라 중앙은행 총재까지 손오공처럼 잘 다루시는 분이 위기극복에 3년 걸린다는 말씀을 하셔서 깜짝 놀랐음을 고백합니다. 제1 외환위기 때, 170조원의 공적자금을 투입하고 외환위기는 2년이내 끝난 것 같은데, 이 번 제2 외환위기는 국민이 단합해도 3년 걸린다니 걱정이 이만저만 아닙니다. 야당이 재벌은행 만들기나 대운하경기부양에 협조 안하면 3년 이상 걸릴 수도 있다는 말씀으로도 들립니다..
저는 궁금합니다. 다른 나라에 없는 금융위원회를 만들었는데, 과연 이번 외환위기가 금융위기로 확산되는 속도는 얼마나 늦추어질까? 한국은행을 금융위원회 산하기관으로 실질 격하시키면서 전대미문의 위기를 30조원 공적자금으로 극복할 수 있을까? 외채 만기연장비율은 과연 몇%나 되나? 저는 50%가 안된다고 했으나, 실제 만기단축비율까지 계산하면 실효만기연장비율은 10%도 안되는 것이 아닌가? 이런 정보를 청와대 서별관회의 참석자들만 알고, 시장은 모르게 하는 것이 전대미문 위기를 국민이 단합해서 3년이내 극복해내는 지름길일까? 2008년 무자년은 저물어 가는데, 주권자의 불안은 커져 갑니다. 이 글을 쓰는 세 시간 동안 환율이 30원 올랐습니다.
'스크랩'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크랩] MBC 총파업 보도국 비상‥스포츠뉴스 제작 중단 (0) | 2008.12.26 |
---|---|
한나라 ‘공영방송법’도 추진 논란 (0) | 2008.12.25 |
[사설]고교 ‘불온도서’로까지 번진 역사 왜곡 (0) | 2008.12.24 |
남대문 경찰서 정보 과장에게 고함! (0) | 2008.12.24 |
오늘 아침 뉴스.. 대한민국 국민이라는 것이 부끄러웠습니다. (0) | 2008.12.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