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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독립’ 침해 7개월간 ‘쉬쉬’…신영철 당시 법원장 ‘입단속’

우렛소리 2009. 2. 25. 17:31

[단독] ‘재판독립’ 침해 7개월간 ‘쉬쉬’…신영철 당시 법원장 ‘입단속’

 

 

2009년 2월 25일(수) 7:57 [한겨레신문]

 

 

[한겨레] 서울중앙지법 ‘재판개입’ 파문

 

촛불집회 연행자들의 즉심이나 구속영장 심리와 관련해서도 법원 상층부의 간섭이 있었다는 증언이 나오면서 사법부의 독립성에 의문을 던지는 시각이 확산되는 등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법원 고위층이 시국사건에 대해 애초 알려진 것보다 깊숙하고 광범위하게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수석부장판사가 즉심 사건에서 벌금 대신 구류를 선택하는 게 좋겠다고 판사들에게 발언한 점은 배당 문제보다 훨씬 심각한 재판 간섭 행위다. 개별 판사들의 고유 권한인 형량 선택에까지 입김을 넣은 것은 헌법에 ‘법관은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그 양심에 따라 독립하여 심판한다’고 명시해 보장하고 있는 재판의 독립성을 정면으로 침해하는 것이다. 지난해 여름 법원에서는 집회 단순 참가자로 분류돼 즉심에 회부된 이들에게 벌금 10만원 또는 벌금형의 선고유예가 선고되는 사례들이 있었다. 연행자들이 대부분 이틀 동안 구금돼 있었기 때문에, 이를 벌금으로 환산하면 벌금 10만원 정도를 선고받은 이는 실제로 내는 돈은 없었다. 이런 상태에서 구류 선고를 주문했다는 것은 상대적으로 엄벌을 요구한 것이다. 사법부마저 정부에 ‘코드 맞추기’를 했다는 증거인 셈이다.

 

구속영장 기각 사유에 대한 간섭 시도까지 고려하면, 소장 판사들의 집단적 반발은 도를 넘는 시국사건 관련 재판 간섭에 대한 저항이었던 셈이다. 한 판사는 형사단독 판사들의 회동에 대해 “단순히 배당만이 문제가 아니었으며, 그 전부터 축적된 문제의식이 배당 문제를 계기로 분출된 것”이라고 말했다.

 

사정이 이렇게 심각했는데도 대법원은 이런 사실을 7개월 동안 쉬쉬해 왔다. 대법원은 언론 보도로 이 사실이 알려진 24일 해명에 나섰지만 이마저도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법원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지난해 7월 중순 서울중앙지법 형사단독판사들이 긴급 모임을 열고 신영철 당시 서울중앙지법원장(현 대법관)과 만난 사실은 그날 곧바로 법원행정처에 전해졌다. 하지만 대법원은 ‘단독 판사들이 공개를 꺼린다’는 이유로 그 이상 사실관계를 파악하거나 책임 소재를 가리지 않았다.

 

대법원은 “쟁점이 비슷하고 중요 사건이라 결론이나 양형에 큰 차이가 날 것을 우려한 결정”이라며 “배당예규에 따른 효율적 재판을 위한 판단”이라고 해명했다. 법원은 세종증권 매각 비리 사건으로 기소된 노건평씨나 정화삼씨 형제 등이 같은 재판부에 배당된 사례 등을 들고 있다.

 

하지만 서울중앙지법 형사13단독 조한창 부장판사에게 집중 배당된 8건은 피고인들이 촛불집회에 참가했다는 공통점 외에는 주요 혐의나 쟁점 등이 제각각인 사건들이다.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는 “선고 결과만 봐도 형량 차이를 줄이기 위한 방법이었다는 법원의 해명은 수긍하기 어렵다”며 “외국인사건 전담 재판부에 납득할 만한 이유 없이 인위적으로 사건이 배당됐고, 정치적 의도에 따른 판단이 아닌지 의심된다”고 밝혔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은 “배당이 집중된 판사가 ‘보수적 성향인지 몰랐다’는 해명은 사건을 배당할 능력과 자격이 없다는 것을 시인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