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참여정부 경제정책과 진보의 미래" - 노무현 시민학교 제3강 수강 후기

우렛소리 2009. 9. 11. 21:10
"참여정부 경제정책과 진보의 미래" - 노무현 시민학교 제3강 수강 후기
글쓴이 : 토지공개념
출처 : 유시민을 믿고 지지하는 참여시민 네트워크, 시민광장

참여정부 경제정책과 진보의 미래
“한국경제, 제3의 길은 가능한가?”
노무현 시민학교(제3강) 수강 후기
강사 : 이정우 경북대 교수 / 前 청와대 정책실장
노무현 시민학교 수업이 중반을 넘었습니다. 저는 9월 8일, 제3강으로 접어드는 수업을 위해 여의도 국민일보사 건물 1층으로 향했습니다. 이번 강연자는 참여정부 때 청와대 정책실장을 지내신 이정우 교수님이십니다.
총 여섯 분의 강사들 중 유일하게 현직 교수시라는 점도 있었지만 저는 이정우 교수님의 말씀을 특히 더 듣고 싶었습니다. 노무현 시민‘학교’라는 이름에 걸맞게 이번 강연은 경제철학과 관련하여 깊이 있는 강연이었고 학생들의 평생학습을 위해 독서해야 할 다양한 책들을 소개하는 시간도 있었습니다.
이번 수강 후기는 후기라기보다 그날 배운 내용에 대한 복습의 의미가 있는 것 같습니다. 지난 두 번의 후기와는 달리 정제된 교수님의 말씀을 웬만하면 그대로 옮겨보도록 하겠습니다.
교수님은 강의를 시작하기에 앞서 노무현 대통령님과의 인연에 대해 몇 가지 에피소드를 언급하며 노무현의 인품에 대해 먼저 말을 꺼내셨습니다.
Episode 1
지금은 돌아가셨지만 제게는 사회문제에 관심이 많은 팔순을 넘긴 모친이 계셨다. 가히 정치평론가 수준이시다. 2001년에 돌아가셨는데, 돌아가시기 전에 집으로 설문조사 전화가 왔다. 조사원의 질문은 이랬다.
“대통령후보로 누구를 지지하느냐?”
모친은 대뜸 “나는 노무현을 지지한다”고 답했다. 이어서 조사원은 다음과 같은 질문을 했다.
“차기 대통령은 누가 될 것인가?”
모친은 “노무현이 된다”고 대답하셨다. 설문조사자는 상당히 어리둥절했던 모양이다. 대구에서 그것도 팔순의 노인이 노무현을 지지하는 것도 신기한 일이지만, 차기 대통령은 노무현이라고 장담까지 했으니 말이다.
한 달 뒤 모친은 돌아가셨다. 2002년 12월 20일 아침에 당선자 사진이 1면에 박힌 한겨레신문을 들고 모친 산소를 찾아 보여드렸다.
“어무이 말씀이 맞았습니다”

Episode 2

노무현 후보의 지지율이 급격히 떨어져 10% 남짓 할 무렵이었다. 선거캠프에서 함께 했던 교수들이 뿔뿔이 다 흩어지고 있는 모습을 보았다. 나는 화가 나서 이렇게 말했다.
“나는 노무현을 좋아한다”
그랬더니 선거캠프에서 일하던 어느 교수가 도와 달라며 노무현 후보와 첫 대면을 하게 되었다. 그런데 나는 초면에 말씀을 줄이고 부드럽게 해 달라고 요구하며 말투와 말씨에 대해 지적을 했다.
사실 초면에 큰 실례였다. 노무현 후보를 다시 만날 기회가 없을 거라 생각해서 솔직하게 말해 버린 것 같다. 보통사람은 초면에 자신을 기분 나쁘게 한 사람을 안 만난다. 하지만 노무현 대통령은 참 통이 크신 분이다. 나 같은 사람을 중용했다.
노무현 대통령은 한마디로 대인이다. 2년 6개월 동안 청와대에서 정책실장으로 함께 있으면서 관찰한 결과 그 분은 대인의 면모를 벗어난 적이 없다. 이런 분 밑에서 일한다는 것은 행운이다.
“기꺼이 온 몸을 던져서라도 일해드리고 싶었다”
수업에 들어가며 : 입시교육은 줄이고 평생학습은 늘이고
교수님은 ‘학교에서 우등생이 사회에서는 열등생이다’는 말은 잘못된 말이며, 틀리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세종과 정조의 예를 드셨습니다.
조선시대에 27명의 왕이 있었는데 그 들 중 세종과 정조만이 학자 군주였답니다. 신하들보다 공부를 더 많이 했다고 합니다. 세종은 집현전을 세웠고, 정조는 규장각을 세웠습니다. 두 분은 평생 광적일 정도로 공부에 집착했다고 합니다.
일본 재계의 신화적인 인물 2명이 있는데, 마츠시다와 도고 도시오입니다. 도고 도시오의 경우 전문 경영인인데 책을 많이 읽고, 끊임없는 독서를 했다고 합니다. 그의 온 집은 책으로 가득하답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입시교육 때만 집중해서 책을 읽는 문제가 있다고 말합니다. 지금과는 반대로 입시교육은 줄이고 평생학습을 늘려야만 나라가 발전할 수 있다고 하시더군요.
김대중 대통령님과 노무현 대통령님은 책을 많이 있는 학자 군주와 같은 분이셨다고 합니다. 책을 읽고 있는 두 분의 생전의 사진을 떠올리니 마치 세종과 정조의 모습이 오버랩되는 것 같았습니다.
참여정부 경제정책의 특징
그러면서 본격적인 수업을 시작하셨습니다. 먼저 참여정부 경제 정책의 특징을 다음과 같은 4대 경제 철학으로 요약하셨는데요.
① 개혁/개방
② 사회통합
③ 균형발전

④ 장기주의
①개혁/개방과 ②사회통합은 짝을 이루는 철학이라고 했습니다. 개혁/개방을 통해 경제가 발전하면 소득 불균형으로 인한 양극화가 진행되는데 이를 극복하기 위해 사회통합이 꼭 필요해 진다고 말했습니다.
사회적 약자와 패자가 더불어 사는 사회라는 인식을 가질 때에라야 진행되는 개혁/개방에 동참하게 된다는 겁니다. 그래야만 일시적 성장이 아닌 ‘지속적 발전’이 가능하고 또한 동반성장이 가능하다고 말했습니다.
또한 ③균형발전과 ④장기주의도 짝을 이루는 철학이라고 했습니다. 균형발전은 전국이 골고루 잘사는 국가를 만들겠다는 것이고 이것은 ‘공간전 특징’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장기주의는 국가 경제가 장기적으로 좋아지는 ‘시간적 특징’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명박 정부의 철학은 기본적인 양식도 양심도 없다고 합니다. 그러면서도 참여정부와 대비되는 의미로 다음 네 가지의 경제 철학으로 요약했습니다.
① 개발주의
② 시장주의
③ 인기영합주의
④ 단기실적주의
저는 참여정부의 경제철학을 이명박 정부의 그것과 어떻게 다른지 대비시켜 가며 이날 학습한 내용을 복습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아마 현 정부의 경제철학을 이해하는 키포인트는 아래에 언급한 간디의 말로 갈음해도 될 것 같습니다.
“방향이 틀리면 속도는 무의미하다”
1. 개혁/개방 vs 개발주의
우리나라 역사에서 개혁과 개방을 동시에 성공한 정부는 참여정부가 유일하다. 대원군은 국내 개혁에는 성공했지만 개방을 거부하고 쇄국 정책을 펴다 결국 망국의 길을 걸었고, 박정희/전두환 정부는 개방은 했으나 개혁과 민주화를 거부하여 유연하게 질적으로 성장하는 체제로의 전환은 실패했다.
FTA는 세계화, 개방이라는 물결에 동참하는 부분임으로 불가피하다. 그러나 한미FTA에 대해서는 독소조항 때문에 반대하는 입장이다. 특히 ‘투자자 국가 제소권’은 자신의 이윤 확보를 방해하는 법과 제도, 관행을 제소할 수 있는 권리다.
참여정부는 정부혁신을 통해 관료조직의 경직성을 극복하고 효율성을 제고하는데 노력했고, 기업,금융의 투명화와 지배구조 개선을 시도했으며, NIS를 구축하여 기술과 혁신 주도형 경제체제로 전환했으며, 사교육비 경감과 창의적 인간 배출을 위한 교육개혁을 시도했다.
그러나 지금 이명박 정부에서는 이 모든 것이 역주행, 곧 거꾸로 가고 있다.
누군가 개혁이 먼저냐? 성장이 먼저냐? 묻는다면, “이렇게 질문하는 걸 보니 당신은 참 무식한 거다” 라고 대답하라. 이렇게 질문하는 것 자체가 무식한 걸 증명하는 거다. 보수라는 신문의 논리에 세뇌되어 개혁과 분배를 말하면 ‘좌파’라고 규정하고 성장은 못한다는 식으로 몰아가는 것은 아주 못된 짓이다.
2. 사회통합 vs 시장주의
사회통합은 양극화를 극복하고 사회안전망을 확충하는 거다. 동반성장 전략의 필수적이고 핵심적인 과제다. 참여정부 초기 복지예산은 20%, 경제예산은 28%였으나 참여정부가 끝나는 해에는 복지예산이 28%, 경제예산이 20%로 역전되었다.
이것은 대한민국에서 처음 있는 일이다. 엄청난 전환이다. 수많은 경제관료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이루어 낸 성과다. 참여정부 당시 서민들의 삶이 피부에 와 닿게 나아지지 않았다고 하지만 정책과 예산 편성을 본다면 참여정부가 서민과 복지를 위해 얼마나 힘들게 노력한 정부였던가를 알 수 있다.
쌍용차 사태의 예를 들면, 해고에 대해 외국의 노동자들도 그렇게 극렬하게 저항을 하느냐? 그렇지 않다. 그러나 그 바탕이 전혀 다르다. OECD 국가에서는 해고가 되더라도 직업을 다시 구할 때까지 국가가 가정의 생활을 보장해 준다. 사회안전망이 구축되어 있기에 외국에서는 그런 극렬한 투쟁은 하지 않는다.
성장과 분배는 양립이 가능하다. 상호보완적이다. 나는 새의 ‘두 날개’처럼 둘 다 건강하게 잘 되어야만 국가 경제도 지속적인 성장이 가능하다. 참여정부 때는 여성과 비정규직,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차별 완화를 위해 노력했다. 불신과 대립의 노사관계에서 사회협약을 위한 노사관계로 전환되었다.
반면 이명박 정부에서는 시장만능주의와 성장지상주의로 역주행하고 있다. 경쟁에서 패배하거나 장애인, 여성과 같은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가 없다. 참여정부 때의 각종 복지예산 다 삭감하고 22조, 30조 들여 4대강 사업 진행하려 하고 있다. 최소한 양식도 양심도 없다.
3. 균형발전 vs 인기영합주의

역대 정부는 말로는 지방, 균형발전을 이야기 했으나 진정성이 부족했다. 참여정부만이 유일하게 진정성을 가지고 진심으로 균형발전을 시도해 나갔다. 수도 이전이 경국대전, 관습헌법까지 들먹이는 위헌 판결을 받게 되자 행정중심복합도시로 사업을 재추진했다. 자치도, 공공기관 이전, 혁신/기업도시를 지방으로 이전 추진했다.
조지 헨드슨이라는 외국인은 한국의 수도권 집중에 대해 그 유례를 찾기 힘든 기형적 상황이라고 인식하며 1967년에 ‘소용돌이(모든 것을 빨아들이는) 도시’라는 책을 썼다. 1898년에 이사벨라 비숍이라는 외국인도 ‘한국과 그녀의 이웃들’이라는 책에서 110년 전의 한국의 모습을 이와 매우 유사하게 묘사해 놓고 있다.
참여정부는 지방으로 권한을 위임하고, 인재를 지방에서 먼저 찾아보고, 재정을 지방에서 먼저 사용하게 하는 것들, 지역혁신 전략을 추구함으로 지방 사람들이 자부심을 갖고 살 수 있도록 했다.
이것이 노무현의 꿈이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는 다시 수도권 규제를 완화하고 있다. 경제성, 환경, 관광, 안전성 어느 것 하나 정당성을 찾을 수 없는 대운하 혹은 4대강 개발에 22조 혹은 30조라는 세금을 부으려 하고 있다. (그 돈은 아마 지방 토호들의 선거자금처럼 사용될 것 같습니다 - 작성자 註)

4. 장기주의 vs 단기실적주의
2004년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Prescott & Kydland의 연구에 의하면 장기주의 정책을 쓰는 경제가 더 좋아진다는 결과를 발표한 적이 있다. 과거 우리나라가 단기 성과에 집착했기 때문에 반짝 경기는 호전시킬 수 있었으나 경제체질 강화에는 도움을 주지 못했다. 오히려 장기적으로 부작용만 낳았다.
그러나 참여정부는 역대 정부가 낳은 부작용을 낳는 인위적 경기부양 보다는 장기적 구조 개혁 및 체질개선에 주력했다. 10.29, 8.31 대책을 통해 보유세, 양도세를 강화하고, 거래를 투명화했다. 임대주택을 확대하는 정책을 폈다.
참여정부는 지금까지 냉탕, 온탕을 왔다 갔다 하는 마약과 같은 경제정책을 한번도 사용하지 않았다. 제가 이 년 반 동안 있으면서 단기적 경기부양에 관해 한 마디도 언급하는 것을 들은 적이 없다. 성장률 낮다고 잃어버린 10년이라고, 경제파탄이라는 보수언론의 질책에도 참모들을 보호하며 절대 원칙을 지켜냈다.
당시 시장에 나가 사람들을 위로해 주는 장면을 방송에 좀 내 보내자고 참모들이 자주 건의를 했다. 노무현 대통령님은 내가 그런 자리 가서 손 한번 잡아 준다고 그 분들 생활이 얼마나 더 나아지겠느냐? 그 시간에 한 가지라도 더 그 분들에게 필요한 정책이 적용될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하셨다.
저는 ‘내가 정말 대통령다운 대통령을 만났다’고 생각했다. 그 당시 경포대라는 말이 유행했다. 경제를 포기한 대통령이라는 말이다. 그러나 노무현 대통령님은 정말 경제와 국민을 생각한 대통령이셨다.
참여정부는 원칙을 끝까지 일관성있게 지켜나갔다. 소걸음으로 천리를 간다는 말처럼 그런 자세로 경제정책을 펼쳤다. 정말 지도자라면 이런 지도자여야 한다고 생각했다.
참여정부의 성과는 이미 나타났다. WEP(World Economic Forum)에서 대한민국의 국가경쟁력 순위를 대폭 상향 조정했다. 2007년 11위까지 올라 갔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는 부자 감세하고 시장에 가서 손 잡아 주고 뻥튀기 사 먹고 있다. (이명박 정부에서는 올해 드디어 19위로 8계단 떨어졌는데요. 이게 어디까지 떨어질지 모르겠습니다. - 작성자 註)
진보의 미래
경제를 살리고 민생을 돌보려면 경제철학을 재정립해야 한다. 오직 진보만이 경제와 민생을 살릴 수 있다. 시장만능주의와 성장지상주의로는 경제를 살릴 수 없다.
시장과 정부가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 성장과 분배 역시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
미국은 민주당의 오바마가 당선되었고, 일본은 보수 장기집권당인 자민당이 몰락했다. 미국과 일본이 바뀌고 있는 것처럼 우리도 바꿀 수 있다.
어디서 배울 수 있을까?
제러미 리프킨이 쓴 [유러피언 드림]과 폴 크루그만이 쓴 [The Conscience of a Liberal]이다. 이 책은 '어느 진보파의 양심' 이렇게 번역해야 하는데, 국내에는 '미래를 말하다'로 번역되어 있다.
노무현 대통령님이 살아 계셨더라면 올 가을 쯤에 노무현 대통령님이 직접 쓰신 한국판 유러피언 드림이라는 책이 나왔을 것이다.
마무리
개인적으로 이정우 교수님을 안 것은 상당히 오래 되었습니다. 주로 그 분의 저서를 통해서였는데요. 제 닉네임마냥 그 분도 조지스트입니다. 같은 대학에 김윤상 교수님과 카톨릭대 전강수 교수님이나, 세종대 김수현 교수님 같은 분은 토지와 불로소득, 그리고 분배에 대한 관심과 연구를 많이 하신 분들이죠.
사실 이런 분들이 우리나라에 청와대나 행정부처에서 일할 수 있었고 그런 분들의 연구가 정책에 반영될 수 있었다는 것은 가히 혁명적인 일이었습니다. 이런 사실을 잘 알고 있는 조중동문과 같은 기회주의 언론들은 참여정부 당시 비주류였던 이분들의 경제철학과 정책에 대해 아마추어라고 인간에 대한 마타도어를 포함해 물어뜯었죠. (종부세를 세금폭탄이라고 왜곡한 것 포함 - 작성자 註)
이정우 교수님 같은 분은 당시 정책실장이시라 집중포화를 자주 맞으셨는데요. 끄떡도 안하셨던 모양입니다. 질의응답 시간에 그 당시 일을 회상하며 별 것 아니었다는 투로 말씀하시더군요.
제가 이 분을 직접 뵌 것은 지난 시청 앞 노제 때 가까이서 뵙고요. 이번이 노무현 시민학교에서 두 번째 뵙게 되었습니다. 사람마다 느낌이 있는데 저는 이정우 교수님에게서도 대인의 면모를 보게 되었습니다. 강의가 끝나고 그 분의 손을 꼭 잡아 보았습니다. 가까이서 뵈니 소년처럼 순수하나 바위처럼 강한 어떤 느낌을 받았습니다.
대한민국의 진보를 위해 다시 교수님 같은 분의 철학과 사상과 능력이 사용될 수 있는 시대를 맞이할 수 있기를 고대합니다. 또한 노짱님 같은 그런 지도자를 기다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