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시민

유시민의 변신은 '무죄'?

우렛소리 2007. 8. 29. 17:16
유시민의 변신은 '무죄'?
[이데일리   2007-08-29 16:34:46] 

- '싸움닭'에서 '부드러운 남자'로
- "장관 시절 많이 변했다"

"길을 떠났습니다. 길동무 중 여럿을 많이 아프게 했습니다. 소리를 버럭지르고, 상처를 만들고 감싸주지 못했습니다. 미안합니다, 많이 미안합니다"

유시민 후보가 29일 공개한 경선 후보 홍보책자는 '미안하다'는 사과로 시작된다. '미안하다'는 말이 반복돼 있고, 빨간색으로 강조돼 있다. 그러면서 "더 큰 생각을 하고, 더 깊은 생각을 하겠다"고 다짐한다.

지난 23일에는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로 선출된 이명박 전 서울시장에게 축하 난을 보냈다. 다음날 기자간담회에서는 이 후보를 "청계천 복원과 중앙차로제 등 가시적인 성과가 장점"이라며 "아주 버거운 상대"라고 솔직히 평가해 '주목'을 받았다.

지난 14일 기자간담회 도중에는 "결례가 안된다면 웃옷을 벗겠다"며 기자들에게 양해를 구하는 모습도 보였다. 지난 2003년 재보궐 선거 당선 후 '캐주얼 복장'으로 국회에 입장해 동료 의원들의 반발를 샀던 그 유시민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다.



◇ '싸움닭'에서 '부드러운 남자'로

▲ 사진 제공=유시민 선거캠프



싸움닭'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이 달라졌다.

정치권과 국민들에게 납작 업드린 '겸손 모드'로 다가서고 있다. '옳은 소리는 하는데, 싸가지가 없다'는 평가도 조금씩 바뀌고 있다. 하지만 한편에서는 '선거전략의 일환'이라며 폄훼하는 시각도 적지 않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언론을 바라보는 시각이다. 그가 노무현 대통령의 정치적 경호실장이라 불렸던 이유 중 하나도 노 대통령처럼 언론에 대한 '적대감'을 여과없이 드러냈기 때문이었다.

유 후보는 지난 22일 발표한 '멧돼지 박멸' 공약이 언론들에 의해 '희화화'되자, 언론을 비난하는 대신 정책의 '진정성'을 호소했다. 도시 출신 기자들은 이 문제를 '코미디'로 접근하지만, 농촌의 노인들은 일상 생활의 '공포'라는 논리다.

지난 2005년 검찰 수사지휘권 관련 보도로 조선일보와 동아일보를 '독극물'에까지 비유했던 것과 비교해 보면 대응 방식이 딴 판이다.


◇ 노 대통령과 거리두기

노무현 대통령과도 점차 거리를 두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의 정치적 '경호실장'이라고까지 불렸던 그다.

그는 지난 14일 기자간담회에서 "선거에 임박하게 되면 참여정부 심판론이 나오게 될 것이라는 것은 누구나가 알 수 있다"며 "이제부터는 제 목소리, 제발로 서고, 저의 비전을 말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앞으로 노무현 주식회사에서 독립해 새로운 회사를 창업하겠다"며 "(그렇게 하더라도) 노무현 대통령이 섭섭하게 생각하지 않을 것으로 짐작한다"고 덧붙였다.

장관 시절 마지막 기자간담회에서도 "왕의 남자, 노(노무현)의 남자로 부르지 말아달라. 한번도 호가호위한 적이 없었다"며 노 대통령과 자신을 '한 묶음'으로 묶는데 반감을 표시했다.



◇ "장관 시절, 많이 변했다"

유 후보의 이같은 변화가 지난 2002년 정치 입문 이후 점진적으로 이뤄진 온 것은 분명 아니다. 지난 5월 장관직에서 물러나 대통령 출마를 결심한 이후 부터 눈에 띄는 변화다. 단점은 철저히 버리겠다는 선거 전략으로 풀이할 수 있는 대목이다.

하지만 유 후보는 1년4개월간 장관으로 재직하면서 사고와 행동방식이 많이 바뀌었다고 스스로 강조한다. 실제 그가 제대로 된 조직 생활을 경험해 본 것은 사병으로 군에 입대한 이후 이 때가 처음이다.

유 후보는 "의원 시절에는 옳다고 생각해 온 정책들만 주장하면 그만이었지만 장관은 여러 요구들을 취사선택하고 다른 목소리들을 균형있게 반영해야 한다"며 "대통령이 되면 (이런 경향이) 훨씬 심각해 질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어떤 이유에서건 과거 "버릇없는 똑똑이" 유시민은 지금 "부드럽고 겸손한 정치인"으로의 변신을 도모하고 있다.